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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 내에 하루아침에 불어닥친 중국어 열풍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6. 13.

 

 



요즘 그리스 내의 대형 서점에는 부쩍 중국어 회화 책을 사는 그리스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리스어를 유창하게 하며 중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물색하는 그리스인들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간혹 한국인들이 백인이라면 국적 불문하고 영어는 기본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 처럼, 그리스인들은 동북아시아인이라면 누구나 중국어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

우가 많습니다.

이제껏 한국어가 중국어와 일본어와 비슷한지, 글자는 어떠한지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아 던 저 역시,

요즘 부쩍 중국어를 가르칠 수 있겠냐,라는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타인종에 대해 인종차별이 심한 편인 그리스에서 하루 아침에 갑자기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이것입니다.

지난 달인 5월 17일, 그리스와 중국이 양국간의 경제와 무역 분야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

입니다.

 

 

이 소식이 연일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 그리스 전국으로 전해졌고, 그간 상대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적었던 그리스

내에 변화가 일 것은 기정 사실이 된 것입니다. 이 공동성명을 기준으로 베이징에서 비즈니스 포럼 이후 그리스와

중국 기업 사이에 271 개의 비즈니스 미팅이 있었습니다.

 

중 한국 내에 불리하게 작용할 중국의 그리스에 대한 조선업 지원에 관한 체결도 있었습니다.

 

 

<한국일보 국제면 2013년 5월 19일 기사>

 

 

그리스 내에서는 이러한 협정을 통해 앞으로는 업무과 관광을 목적으로 그리스를 방문할 중국인의 숫자가 급증

할 때를 대비해 기업, 정부기관, 호텔, 렌터카, 식당, 옷가게 까지 대부분 업종에 근무하는 그리스인들이 기본 중국

어를 알아 두어야겠다는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입니다.


실제로 그리스인들 중, 간단한 회화 정도는 3~4 개 국어 이상을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관광강국인 만큼, 많은 언어를 알면 알 수록 업무에 상당한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일 예로 호텔에 근무하시는 저희 시어머님의 경우 굳이 여러 나라 말을 알아야 할 종류의 업무를 하고 계신게 아님

에도 불구하고, 이십 년 넘게 관광객과 마주치시다 보니 어머님의 학력과 상관 없이 핀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간단한 안부를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회화들을 알고 계십니다.

집안 친척 중 관광객을 대상으로 금은방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를 각 나라 사람들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소위 언어 능력이 밥줄이 되는 그리스의 현실에서 중국과의 이번 협정은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라는 강박적

열풍을 일으키고도 남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리스 내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가, 그간 인종차별 등의 이유로

그리스인들과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동떨어진 그들만의 삶을 꾸려가던 중국인들 중에는 그리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그리스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다면 그리스인들에게 배우기 어려운 낯선 언어체계의 중국어를 그리스인들이 이해

하기 쉽게 제대로 가르칠 수가 없기 때문인 것입니다.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차츰차츰 증가하게 될 텐데, 저 역시 니하오마, 워아이니에서 포기했던 중국어 회화책을

다시 집어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요즘입니다.

 

이미 세계 속에서 중국의 힘이 커지며 이웃나라의 언어 중국어를 미리 대비해 둔 한국인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그리스에서는 중국어는 별세계 말처럼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 인식 되고 있어,

현 시점에서 앞으로 그리스의 외국어 교육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욕설이 섞인 심한 비방 댓글은 승인하지 않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