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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내가 외국인을 웃기는 한국인이 된 기막힌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5. 18.

내가 외국인을 웃기는 한국인이 된

기막힌 이유

 

 

 

 

 

 

 

그리스인인 매니저 씨가 한국에 첫 여행을 왔을 때, 깜짝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있습니다.

대형 마트, 백화점, 심지어 놀이공원을 들어갈 때에도 주차장마다 주차요원들이 현란하고 일사불란한 손동작을

선보이며 주차 안내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신기해서 하하하 크게 웃기도 하고, 어떤 날은 어떻게 저렇게 훈련을 받았을까 신기해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바로 이런 모습들이 외국인인 매니저 씨에게는 신기하기 그지 없었던 모양입

니다.

그래서 그리스에 이민 온 후로도 매니저 씨는 수시로 이 한국의 주차요원 문화를 다른 일가 친척들, 친구들에게

소개하곤 했는데, 당장 동영상을 보여 줄 수 없는 상황에는 본인이 수신호를 따라하며 흉내를 내 보려고 했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자꾸만 저 보고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한번 해봐!" 라고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요염

아무리 한국 문화의 일부를 소개하는 일이라고 해도, 훈련 받은 적도 없는 춤에 가까운 주차요원 수신호를 낯 모르

는 그리스인들 앞에서 흉내를 낸다는 것은, 제 성격에는 상당히 쑥스럽고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안습

그러나 질긴 성격의 매니저 씨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이 동작을 본인의 지인들에게 선 보이길 원했고, 저는 정말

궁지에 몰리다시피 했기에, 조심스럽게 이 '두손을 빙글 빙글 돌리며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 하는 동작을 보여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동영상을 본 적도 없는 그리스인들이 이런 제대로 따라하지도 못하는 소심한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제 행동

을 정말 신기해 하며 바라보았고, "거참 재미있고 좋은 주차 안내 문화네요!" 혹은 "정말 좋은 인사 방법인 것

같아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대박

이런 상황이 몇 년 동안 자주 반복 되다보니, 매니저 씨가 한국 주차 문화를 소개할 때마다 한 두 사람 앞에서

저는 이 동작들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매니저 씨의 가게 사무실 업무를 하고 있던 중 시아버님의 친한 친구분께서 지나는 길에 잠깐

들르셨습니다. 시아버님은 반갑게 그 친구를 맞으시며 저를 그 분께 소개시키셨는데, 갑자기 이렇게 얘기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올리브나무야, 그 한국식 주차요원 인사 좀 내 친구에게 보여주겠니?

그러면 오랜만에 온 내 친구를 굉장히 반갑게 맞이하는 느낌이 들 것 같지?"

 

헉

그, 그, 그게 무슨 말이세요? 아버님..저는 지금 서류 업무 중이었는데...

게다가 이렇게 직원들이 다 쳐다보는데서...고객들도 들락거리는데...

 

라고 변명할 틈도 없이, 아버님은 시원하게 웃으시며 저를 가게 입구 쪽으로 데리고 가셨고 그 친구분을 다시 문

밖으로 모시고 나갔습니다.

친구분은 영문도 모르고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나?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문 밖에서 저를 쳐다보았고, 문 밖에

자동차를 주차 해두고 차례를 기다리던 고객들도, 가게 안과 사무실 안의 직원들도 모두 저를 주목하는 어이 없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벌어져 버린 것입니다!

 

슬퍼2아이고..울고 싶어라..

 

정말 창피해서 못 하겠다고 자리를 뿌리치고 나가고 싶었지만, 그 오랜만에 오셨다는 친구분의 기대에 찬 눈동자를

차마 뿌리칠 수 없었고, 아버님 체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두손을 빙글 빙글 돌리며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 하는 현란한 모습을, 그리스어 인사말

"Γεια σας ㄱ이야 사스! (안녕하세요?)"  함께 보여드려야 했습니다.

 

엉엉 이게 뭐냐고요~~~~~~~~~~!

 

주차요원도 아닌 제가, 주자 상황도 아닌 장소에서, 게다가 다수의 외국인들 앞에서, 이런 동작을 하는게 창피해

미치겠는데, 정말 다들 몹시도 즐거워 하더군요!

ㅎㅎㅎㅋㅋㅋ  한국에는 참 재밌는 인사법이 다 있네?!

이러면서요.--;

 

그 후로도 가끔 그런 동작을 보여 줘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생겨서 여전히 가끔 반복하고는 있는데요.

앞으로도 아마 저는 계속 본의 아니게 그리스인들을 웃기는 한국인이 될 듯 싶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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