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들었는데, 그리스는 아테네를 비롯하여 여전히 40도를 웃도는 곳이 많습니다.(오늘도 로도스는 바람 한 점 없이 낮 기온 41도를 유지했었습니다.) 작년엔 관광객들이 10월말까지도 바다에 들어갈 수 있었을 만큼 더위가 길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스는 아직 여름이 한참 남은 셈입니다.
그리스인들 중 관광업과 관련이 전혀 없는 직종의 종사자들은 그래도 1~2주 휴가를 떠나기도 했던 요즘이지만, 저희나 주변 회사, 상인들은 다들 간접적으로 관광과 관련이 있는 직종이기 때문에 여름 휴가는 기대하기가 어려운 지경입니다.
이런 그리스의 더위와 밥을 먹을 수 없을 만큼 과도한 업무, 블로그 글쓰기에 비해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책 작업, 그리고 이런 저런 맘 고생을 했던 사건들 덕에 이 여름 제 몸은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있습니다.
며칠 전 늦은 저녁, 저는 동수 씨의 지인을 꼭 만나야 할 일이 생겨 그 댁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한참 필요한 대화를 나눈 후 손에 뭐가 묻어 손을 씻으려고 그 댁 화장실에 들렀는데, 바닥에 체중계가 놓여 있는 게 보였습니다.
저희 집 체중계를 다이어트를 시작하신 시아버님께서 두 달 전 급히 빌려가시면서 제가 최근 체중을 체크하지 못 한 채 두 달이 흘렀다는 사실을, 순간 깨달았습니다.
요즘 옷들이 커진 것을 보니 체중이 좀 줄었겠다 싶어 체중계 위에 올라갔는데, 세상에나...
두 달 사이에 9 kg이 줄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원래 덩치가 산만한 저로서는 잔치라도 벌여야 할만큼 이런 경사가 또 없지만, 이렇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단 시간에,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체중이 줄어버린 것은 스무 살 때 하루 종일 서서 일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때 이후로 거의 이십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어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여러분께 소식을 전해 죄송하고요.
다음 주엔 이번 주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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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수 씨를 걱정해주시고 댓글 주신 여러분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동수 씨의 피부 화상은 생각보다 오래가서 아직도 완전히 낫진 않고 있네요~ 아마 앞으론 한낮에 절대로 바다에 오래 있지 않을 듯 합니다^^ 마리아나는 잘 먹으며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제가 바쁜 게 좀 지나가면 마리아나가 자신을 응원해주시는 독자님들께 꼭 감사하다는 영상메시지를 남기고 싶으니 찍어달라고 해서 그러기로 했답니다. 그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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