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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독백

미묘한 차이를 깨닫고 인정하고 나니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9. 1.

 

 

 

 

언젠가 밝힌 적이 있듯이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소 실수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는 편입니다.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약간의 완벽주의, 약간의 강박에 여전히 시달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남에게보다도 제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참 관대하지 못 한 편인데요. 그런 점은 자책으로 이어지기가 쉽습니다.

 

최근 잘 모르는 사람과 누가 잘못 했나 시비를 가려야 하는 어떤 사건이 있었는데, 그리스에 와서 이런 일로 엮인 적도 없었고 일 때문에 내부가 아닌 외부와 골치 아픈 사건에 연루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일은 제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데 잘못 걸렸다는 식으로 저를 위로했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마음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석연치 않았습니다.

분명 일의 해결점도 찾았고 그래서 해결될 기미도 보이고 그렇기에 불안해 해야 할 부분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며칠을 고민해야 할 만큼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뭘까, 도대체 뭐가 내 마음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 걸까.'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딸아이가 자는 방에 들어가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주다가 주마등처럼 십 년도 넘은 오래 전 어떤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제게 참 흑역사 같은 아픈 시절의 일이었는데, 여태껏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늘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에 대한 자책이 너무 심해 고통 때문에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잠든 아이의 손을 붙든 침대 머리맡에서 처음으로, 그 일들에 대해 '내가 잘못했다'는 인정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며 비로소 깨닫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나를 스스로 자책하는 것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 말입니다.

제가 자책을 했던 것은 늘 이런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실수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분명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밖에 못 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

얼굴에 뜨거운 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내 자신이 부끄럽고 싫다.'

라는 생각 말이지요.

 

즉…

저는 제대로 일 처리를 해내지 못 하고 그렇게 큰 실수를 해서 그런 상황에 처함 저 자신이 부끄럽고 싫어서 자책을 해왔던 것이지, 정말 그 상황에 제가 잘못했다라고 인정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십 년도 더 넘은 일에 대해서 저는 그 일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혹은 원래 능력 뛰어났던 내가 어쩌다 한 실수가 아닌, 그저 세상을 잘 모르고 무모했고 능력이 부족했던 내가 명백하게 잘못했던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저를 걱정하며 마음의 상처를 함께 입었던 부모님과 제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실수가 아닌 '제가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 인정이 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시시비비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자책도 들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도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나니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분명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상대가 잘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제가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 스스로가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스에 와서 그간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한국에서 내가 어떤 대접을 받던 사람이었는지 또 어떤 자랑할 만한 것들이 있었는지 다 잊었고 내 자신에 대해 많이 내려 놓았다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여전히 제 자신에게 쓸데없는 자존심괜찮은 사람이고픈 완벽주의가 남아서 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누구보다도 저 스스로가 저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지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간에 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고 실상 괜찮은 사람이 아닐 때가 괜찮은 사람일 때보다 더 많다는 것을요.

 

이렇게 한국인 하나 없는, 그래서 그리스인 남편이나 소수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내가 어떤 원래는 사람이라고 변호해줄 만큼 나를 오래 보아온 사람이 없는 곳에 살다 보니, 더 기를 쓰고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젠 그냥 남들이 나를 괜찮지 않은 사람으로 보든, 별로인 사람으로 보든, 그냥 그런 아시안으로 보든, 편견의 눈으로 보든…

그냥 부족한대로의 나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내가 먼저 인정해주어야겠다 싶습니다.

 

어느덧 9월이네요. 여러분 행복한 9월 되세요!

9월엔 좀 더 자주 찾아뵐 수 있길 저도 기대해봅니다.

 

 

 

내일, 그리스 결혼식에 관한 예능프로인 '나의 결혼원정기'가 시작하네요. 추석 연휴까지 세편 정도 이어질 예정인데요.

방송 제작하시는 분들이 이 프로를 준비하시며 많이 애쓰셨더라고요.

저는 그리스 결혼식에 관한 정보들을 사전에 제공한 것 외에 현지 제작에 도움을 드린 부분은 없지만

(출연 제의를 받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그것을 고사해서 시청자분들의 눈을 버리지 않게 해드리게 된 점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작하신 분들이 워낙 애쓰셨다는 것을 알기에, 또 제작 장소가 한국분들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산토리니 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블로그를 통해 예고편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지네요~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한번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늘 부족한 저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