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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참 적응 안 되는 그리스인들의 헤어진 연인을 대하는 태도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5. 3.



 

 

그리스인과 결혼해 그리스에 살면서, 처음에 낯설고 좀 문화 충격을 주었 그리스인들의 연애 방식이나 결혼생활들에 대해 그런대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직도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게되는 그리스인들의 남녀 관계의 문화가 있는데, 바로 '그리스인들의 헤어진 연인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전체적인 국민 성향이라는 것이 있고, (한국인은 국제적으로 봤을 때 영리한 편이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성격이 급한 편이다 등등) 그 안에서 개인의 성향이 제 각각 다를 수 밖에 없듯이, 그리스인들 역시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행동할 수 있지만, 제가 지금 설명하는 부분은 지나치게 소심하거나 지나치게 낯을 가리는 내성적인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그리스인들의 태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 아직도 놀라요! 그리스인들의 헤어진 연인을 대하는 태도!


1. 길 가다 우연히 만났을 때 반갑게 인사를 해요.

아마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 나도 헤어진 애인이나 이혼한 배우자와 반갑게 인사하 지내. 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리스인들의 기본 인사 방식입니다.

그리스인들이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인사를 방식은 빰키스(볼키스)인데요. 양 빰을 돌려가며 뺨을 대고 입으로 소리만 쪽 쪽 내는 것인데, 가족이나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에는 실제로 뽀뽀를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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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헤어진 연인과 길에서 마주쳤을 때에도식으로 뺨을 부벼가며 반갑게 인사를 할 때가 많다는 것이 저로서는 정말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대를 물려 원수로 지낼 정도로 심하게 헤어진 사이라면 못 본 체 하기도 합니다만, 그 조차도 몇 년이 지나면 또 반갑게 서로 인사를 하곤 하니 그리스인들의 쿨함은 어디까지인가? 싶기도 합니다.


일 예로, 제 그리스인 친구 A 씨는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고 가정을 일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는 A 씨와 그의 아내가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과거 A 씨와 6년을 사귀며 동거까지 했던 L 양이 아내가 있는 앞에서 A 씨를 반갑게 부르며 뺨키스를 하며 포옹까지 해서 도리어 A 씨는 좀 놀란 듯 했지만 또 이내 둘이 열심히 대화를 하다가 헤어졌습니다. A 씨가 처음에 놀란 이유는 L 양이 바람을 피워 헤어진 것이었기에 끝이 심하게 좋지 않았는데도 너무 자기를 반겨서였다고 합니다.

저는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했었는데, 제가 가장 놀랐던 점은 그 L 양이 A 씨의 조부모님 안부까지 A 씨의 아내 앞에서 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에서는 결혼 전에도 연애만 하더라도 상대방의 가족모임에 자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L 양은 A 씨 가족에 대해 줄줄이 다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A 씨의 아내가 살짝 "이 여자 뭐래?" 이런 표정을 짓긴 했어도, 이내 상황을 편안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2. 헤어진 연인에 대해서도 '나의 OO'라는 호칭을 여전히 사용하기도 해요.

동수 씨의 친구 스테르고스가 예전에 만났던 포디니 라는 여성이 있습니다.

아테네에서 살던 그녀와 헤어지게 된 이유는, 그녀의 아버지그녀를 결혼시킨 후에도 집을 지어주며 한 건물에서 끼고 살고 싶어했고 스테르고스 역시 수 백 명의 대가족이 로도스에 살고 있기에, 결국 서로의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을 듯 해 미래가 불투명하니 헤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와 헤어지고 이미 다른 여성과 만나고 있는 중인데도, 어떤 얘기 끝에 아테네 얘기가 나와서 그녀의 이름을 거론할 일이 생겼는데, 글쎄 이렇게 말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나의 포디니가 말이야. 어쩌고 저쩌고..."


헉

저는 굉장히 당황했었는데요.

하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헤어진 연인을 지칭하는 경우를 종종 보면서, 그제야 이렇게 부르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리스에는 똑같은 이름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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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야기를 하면서 만약 '포디니가 그랬는데...' 라고만 말을 한다면, 상대는 그녀가 친구와 헤어진 전 여자친구 라는 것을 눈치챌 수 없을 수도 있기에 편의상 '나의 포디니가 말이지...'라고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다른 여자친구나 아내가 있다면 그 앞에서는 이런 표현은 좀 조심을 하는 편입니다.)


게다가 그리스인들은 원래도 '나의'라는 표현을 참 자주 사용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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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우리가 생각할 때는 정말 이상한 표현이지만, 말 하는 사람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듣는 사람도 의미 없이 '나의 ~~'라고 전 애인을 지칭하는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저도 이제는 이 표현이 정말 익숙해져버렸는지, 강아지에게도 막스 무!(나의 막스야)라고 꼭 부르게 되네요. 사실 굳이 따지자면 막스는 어머님 소유인데 말입니다. 

 


3. 헤어진 후에 같은 집에서 둘이 계속 살 수도 있어요.

자...이 부분이 제가 가장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부분인데요.

그리스는 부모님과 결혼 후에도 가까이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젋을 때 미혼인 상태에서 독립을 하는 비율이 다른 서양국가에 비해서 높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리스 젊은이들은 인문계이든 실업계이든 다른 도시나 나라로 유학을 가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부모님과 떨어져 몇 년간 한시적으로 혼자 살아야 하는 상황들이 생기게 되곤 하는데요. 수 씨 역시 같은 이유로 아테네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 과정이나 직업 전문가 과정의 공부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그리스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초등학생에게 "넌 고3 수험생같이 공부한다" 라고 결코 말 하지 않고, "넌 대학생처럼 공부한다."라고 비유를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라, 이런 경우 친구 혹은 모르는 사람과 집을 쉐어(함께 집세를 내며 한 집에 살지만 방은 따로 쓰는 것)하기도 하는데요.

만약 연인이어서 동거를 하는 관계였다가 헤어지게 되더라도, 어떤 경우는 이런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 계속 한 집에 같이 살며 연인 관계는 종료를 하고 그냥 쉐어만 하는 관계로 바뀌는 것입니다.


"뭐...미드에 많이 나오는 장면이니 저도 한국에 살 때는 외국인들은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막상 그 외국인들이 제 지인과 가족, 친척이 되니 이야기가 달라지더라고요.

만약 여러분의 가까운 지인이, 동거하던 이성과 헤어진 이후에도

계속 이렇게 집을 전 애인과 쉐어를 하는 것을 직접 본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실 것 같나요?"



제가 놀란 것은 이런 현상이 이혼 후에도 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그리스가 경제적인 불황을 겪으면서, 결혼 후에 이혼을 할 경우 같이 갚아나가던 대출금을 '초기 자금으로 집을 마련한 여자쪽'에서 혼자 계속 부담하기도 어렵고, 남자도 살면서 대출금을 갚는 데에 일조를 했는데 집을 팔아서 재산 분할을 하기에는 최근 몇 년 사이 그리스 집값이 떨어진 상태라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서류상 헤어졌고 방을 따로 쓰지만 당분간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집만 공유를 하는 문화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헤어진 후에도 서로 한 집에 사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싶어 놀랍기만 합니다.

 


 

심지어 얼마전 미국에 사는 제 지인인 그리스인 이민자 부부가 이혼을 했는데, 이들은 미국에 살지만 그리스 문화대로 역시 집은 여자의 부모님이 지어주고 자금을 대서 집이 여성의 소유이지만 약간의 대출을 끼고 집을 지었기에 여전히 남은 대출금을 혼자 상환하려면 여자도 힘들다고 여겼고 남자 역시 당장 나가서 살 곳을 마련하려면 더 비싼 월세를 내야 하므로, 이 둘은 서류상 이혼을 해서 각자 따로 방을 쓰고 심지어 여성에겐 새 남자친구가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남자는 시세보다 적은 월세를 내는 형식으로 돈을 지불하고 여자는 그 돈으로 대출금을 갚는데 보태는 형태로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위의 나열한 그리스인들이 헤어진 연인에게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 납득이 가는 상황이긴 한데, 그래도 제가 아직은 한국적인 정서가 더 커서인지 여전히 이런 현상들을 마주할 때마다 깜짝 놀라게 되네요!



여러분 힘 내시는 주말 되세요!


 

* 혹시나 독자분들 중에 상왕십리 사고 때 지하철에 계셨던 분이 있을까봐 저는 가슴이 철렁했는데, 모두 무사하신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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