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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이민을 고민 중이세요? 그리스에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4. 25.

 

 

 

이번 세월호 참사로 희생자 가족은 말 할 것도 없고 그 상황을 실시간으로 매체를 통해 지켜보는 국민들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 또한 틈 나는 대로 컴퓨터와 모바일로 사고 상황과 관련 기사들을 볼 때마다 여전히 눈물이 나고, 뭘 먹어도 맛있는지 어떤지 잘 못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새 제게, 부쩍 이민 관련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개별적으로 다 답해드릴 수가 없어, 제가 직간접적으로 이민절차와 생활을 경험한 것들을 이렇게 써봅니다.

 

 

※ 이민 고려할 때 이 부분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1.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해외생활인가? 이민인가?

 

보통 이민은 해외에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것을 뜻합니다. 궁극적으로 영주비자(영주권) 얻어야 가능합니다.

만약 내가 원하는 것이 단지 잠시라도 이 나라를 떠나 다른 곳에 거주해보고 싶은 해외생활이라면, 유학이나 주재원 근무, 해외 단기 취업 등을 통해 유학 비자나 취업 비자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몇 년간의 정해진 해외생활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과 이민생활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몇 년 있다 돌아갈 게 예정되어 있다면, 굳이 현지에 적응하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필요한 만큼만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는 동안 내가 내키는 대로 보기 싫은 사람은 피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민생활을 선택할 경우, 싫어도 영어를 비롯하여 현지언어에 완벽하게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고 영주비자나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권을 획득해야 하므로 궁극적으로는 몇 가지 조건 필수로 갖추어져야 합니다.

 

 

 2. 복지선진국으로의 이민, 과연 쉬운가?

 

아마 요즘 들어 이민을 고려하게 되신 분들은, 안전 불감증에 걸린 것 같은 대한민국에서 내 자녀를 도저히 안심하고 키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하신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니 그런 심정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은, 내 나라의 시스템(체제)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야 할 노력들과는 또 별개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단지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라기 보다, 혹시라도 그런 차후 국가적인 개선들이 이루어지기 전에 내가, 우리 가족이, 내 자녀가 안전하지 못 할까 싶은 마음과, 이왕이면 복지 혜택을 받고 사람답게 살고 싶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들일 수 있기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아무리 대의가 중요해도 내 가족의 눈 앞의 안녕보다 중요하긴 쉽지 않으니까요.

 

아마 이런 이유로 이민을 고려 하신 분들은, 대부분 이왕이면 '한국보다 복지가 나은 나라로의 이민' 원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보다 복지가 나은 나라, 소위 말해 OECD 국가 중에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연금, 사회보장 등의 시스템이 한국보다 더 잘 자리잡고 있는 나라들로의 이민절차와 이민 후의 생활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제가 이런 복지선진국의 모든 나라들의 이민생활을 경험해본 것은 아니니, 100% 그렇다 라고 장담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 동생이 둘 다 미국에서 살고 있고 큰 동생은 재미교포와 결혼해 13년 넘게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고, 저도 그리스에서 몇 년간 살면서 그리스 역시 EU의 기준에 맞는 복지 정책을 따르고 있는데다 이곳은 다수의 다른 유럽인들이 드나들며 장기 단기로 체류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유럽복지선진국가의 이민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고 경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이런 나라들로의 이민쉽지 않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1) 이민절차가 까다롭습니다.

이런 나라들일수록 장기 체류를 위한 이민절차와 서류는 복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다못해 얼핏 한국보다 뭐 그리 나을까 싶은 그리스의 경우에도, 어떻든 EU가입국이다 보니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 혜택은 한국보다는 훨씬 범위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일 예로 제 이웃에는 8년 동안 암투병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처음 갑상선 암으로 시작되어 몸 여기 저기로 전이되었습니다. 그녀가 그리 형편이 넉넉한 것이 아닌데도 몇 차례 거듭되었던 수술과 방사선 치료, 항암약물 치료 등을 8년 동안이나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스 국립병원이 암 수술 비용에서 60~100만원 사이만 국민이 지불하도록 했고 나머지 비용을 국가에서 보장했으며, 보름에 한 번 행해지는 이런 방사선, 항암치료 등에 대해 거의 무료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혜택은 국민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평소에 지불하는 국민의료보험료가 한국보다는 수입대비 더 높은 비율로 책정되지만, 평소 받는 의료 혜택에 비해서 이런 보험료는 양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 체류자에 대해서도 의료나 복지 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인 제 친구의 아이가 갑자기 이마를 다쳐서 국립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치료와 검사를 받은 총 비용은 8,000원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의 EU국가들은 비슷한 기준 안에서 의료와 복지 시스템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의 다른 복지선진국들이 이보다 더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으면 있었지 덜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떻든 이런 혜택들을 외국인 이민자들에게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니, 당연히 이민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만약 그게 쉽다면 누구나 들어와서 이런 혜택을 누리려고 할 테니까요.

특히 그리스의 경우, 이민절차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이어서 시민권자와 국제결혼을 한 저이지만 영주비자를 받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영주비자 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2) 이민 후의 생활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복지선진국일 수록, 겉으로 내색을 하든 안 하든 인종차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대개 백인들이 사회의 지도층을 담당하는 국가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기로 해외에 체류할 경우라면 그런 인종차별은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무시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장기로 이민생활을 할 경우엔 어지간히 무신경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인종차별 때문에 눈물을 흘릴 일들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내가 그 차별의 대상일 때는 그래도 넘어갈 수 있지만, 내 자녀가 그 차별의 대상일 때에는 정말 말 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됩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는 경우도 우리의 예상보다 많기 때문에, 더더욱 이민자로서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지금은 그리스어를 그나마 불편 없이 구사할 정도는 되었기에, 어딜 가도 저를 함부로 대하진 못 합니다. 만약 차별이라도 할라치면, 말발로 따지고 드니 누구도 제게 함부로 하진 못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민 초기만 해도, 눈에 띄는 동양인이다 보니 마트를 가도 저만 신분증 검사를 요구할 때도 있었고 물건을 사서 나오는데 입구에서 경비원에게 저만 영수증검사를 따로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한참 경제위기로 마트에 좀도둑이 기승을 부릴 때였기에 이민자 위주로 검사를 했던 것입니다.

 

며칠 전엔 딸아이와 마트에서 샐러드를 고르고 있었는데, 그 옆이 마트에 딸린 카페여서 커피를 마시는 그리스인 남성들이 몇 명 앉아 있었습니다.

원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대화가 들릴 수 밖에 없었고(그리스인들은 목소리가 큽니다.) 연속적으로 남한, 이란 단어가 들리니 분명 세월호 이야길 하나 싶어 더 귀 기울여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곳에도 뉴스에서 워낙 대대적으로 소식을 전하니, 사고 상황에 대해 다들 자세히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한참을 범죄, 라는 단어를 써가며 참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던 그 남성들은 이야기를 하다가 저희 모녀를 본 듯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리스어를 못 알아 듣는다고 생각했는지 이렇게 자기들끼리 말을 했습니다.

"저기 봐. 저기 있는 사람들이 중국인이야? 한국인이야? 차림이 관광객은 아닌 것 같은데, 분명 중국인 일거야."

"그래. 맞아. 난 일본인이나 한국인은 여기에 산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어. 그럼 중국인이겠지. 어이. 정말 싫어."

방금 까지 한국소식에 그렇게 안타까워해놓고, 한국인인 저희를 보며 한국인이 이 동네에 산다는 얘길 못 들어봤다고 중국인이라서 정말 싫다는 말을 들으면서, 저는 그냥 못 들은 척 얼른 자리를 떴습니다.

제 얼굴에 대놓고 말 한 것도 아니고, 이제 이런 정도의 수군거리는 말은 그냥 무시할 만큼 저도 이곳 생활에 적응을 한 듯 합니다.

만약 대놓고 말을 했다면, 애가 듣는데 그리 말했으니 분명 말발 좀 세워 따져 물었을 것입니다.

 

 

3) 이민생활에서의 한국 교포들과의 교류, 큰 위로가 되지만 늘 쉬운 것이 아닙니다.

다행히 한국인이 좀 많이 체류하는 곳에 살게 된다면 그래도 한국인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이런 인종차별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땐 한국인 교포들과의 교류가 그 나라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어렵게 할 때도 있습니다.

한국인 이민자가 많은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의 나라에서는 대놓고 인종차별을 당하는 경우는 유럽에 비해서는 확실히 드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백인 그룹에 속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들이 나를 끼워주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나 스스로가 한국인들 속에서 공유하고 누리는 안락함을 벗어나 은근히 나를 무시할 수도 있는 백인 그룹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양쪽과 다 교류하며 인간 관계를 가질 수도 있고 실제 그런 이민자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완벽한 현지언어 구사를 비롯하여 확실히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 동생의 경우 오랫동안 미국에서 사업을 해 오신 한국인 시부모님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 함께 일하는 직원들 중엔 다양한 인종의 미국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인간관계는 한국인들과 주로 맺어가고 있는데, 저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제가 만약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 살고 있다면 저라도 그렇게 인간관계를 맺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해외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니 말입니다.

반대로 미국인과 국제결혼을 한 친구의 경우를 보면, 주로 백인들이 그 친구의 인간관계로 형성되어 있는데, 도리어 이 친구는 한국인들 그룹에 잘 섞이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한국인 교포 분들 입장에서는 제 친구가 미국인과 결혼했으니 뭔가 더 이민생활이 쉬울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친구를 색안경을 끼고 대하는 듯 했고, 도리어 친구는 미국인과 결혼했기에 미국인 위주로 교류를 할 수 밖에 없어서 느끼는 어려움과 외로움은 상당히 크다는 것을 한국인 교포 분들이 알아주지 않아 서운한 마음이 들어, 오해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인들과의 교류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좁은 교포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다 보니 서로간의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소문이 쉽게 나기도 해서 결국 한국인 교포사회를 떠난 경우도 종종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바람직하고 가족같은 교포사회에 속하게 되어 한국인들을 통해 이민생활의 힘을 얻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3. 복지선진국이, 과연 한국인에게 대한민국보다 더 안전할까요?

 

제가 해외에 나와 한국인 신분으로 살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제 나라에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다 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정말 심한 내전 중인 국가 출신이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외국인 신분으로 해외에 살게 되면, 어떤 사고가 나거나 어떤 시비에 휘말리게 되었을 때 거주 국가가 결코 이민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가는 자국인의 편에 서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물론 외국인 신변이나 인권을 보호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있긴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나라마다 한국대사관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대사관에서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고 해도 대한민국에 있을 때만큼 혜택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유학생들이 이유도 불문명하게 비명 횡사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것도 소위 말해 선진국에서 유학 중이던 학생들이 말입니다.

가족이 멀리 있으니 누가 가족만큼 살뜰히 챙겨주지도 못 할 텐데, 현지에서 사고가 날 경우 일단 외국인의 경우 해당국가의 대처가 늦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나라가 꼭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결국 이민생활을 하며 한국인 신분을 버리고 시민권을 획득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저도 아직까지는 한국인 신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원히 이렇게 한국인 신분을 유지하겠다 라고 장담하는 어리석은 발언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여태 살면서 제 예측대로만 인생이 진행되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리스에는 황금새벽당이라는 신나치즘을 주장하는 정당이 세력을 강화하면서 이민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상황들이 자주 있었습니다. 심지어 인종차별 반대 주장을 펼쳤던 가수를 몰래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을 정도입니다.

저는 그리스에 계속 살아야 하는 상황인데, 만약 제가 한국인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제 목숨을 담보로 할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때는 그리스의 보호를 받는 쪽으로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법적으로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것은 이민생활에서 어떤 땐 참 중요한 일로 작용합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을 선택하고 싶다면, 이런 조건 중 하나 이상은 갖추면 좋습니다.

 

1) 그 나라에 직계가족이 있는 경우(배우자,형제,자녀,부모 등)

직계가족이 아닌 친구나 지인이 있다는 정도로 이민을 고려한다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제 시고모님은 그리스인인데 오스트리아인과 결혼해 이민을 가셨습니다. 그리스와 오스트리아는 한국과 일본만큼이나 금새 오고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두 나라의 문화는 참 달라서, 고모님은 오스트리아에서 적응하는 초기 5년 동안 참 많은 눈물을 흘리셨다고 합니다.

운전면허는 10번을 떨어지셨는데(30년 전이니 더 심했겠지요), 이유는 같은 유럽인임에도 불구하고 운전면허를 시험하는 시험관이 시험을 볼 때마다 "그리스인이니 독일어를 잘 모르니 이 모양으로 운전을 하는군요."라고 비아냥댔다고 합니다. 실제 운전에 문제가 있진 않았다고 오스트리아인 고보무님께서 증언하곤 하십니다.

반대로 최근 고모님의 딸이 오스트리아에서 그리스로 이민 오고 싶어했을 때, 여기에 잠깐씩 머물며 역시 많은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넌 오스트리아인이라 너무 경직되어 있어! 넌 오스트리아인이니까 그렇지!"란 식으로 비아냥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제가 열심히 이민절차를 도왔지만, 저도 그녀가 한 다리 건너여서인지 제가 바쁠 땐 이곳 실정을 전혀 모르는 그녀를 도와 관공서를 다니며 일을 봐주거나, 그녀의 이민 짐들을 제가 맡아주거나 했던 일들이 마음에 부담이 될 때도 있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오스트리아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기적일 수 있지만 만약 제 동생이 그런 상황을 겪었다면 저는 같은 일을 해주면서도 좀 다르게 마음 먹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습니다.

이렇듯 누군가의 이민생활을 내 일처럼 돕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그저 지인 정도의 관계에서 이런 도움을 바란다는 것은 사실 무리가 있고, 결국 고생은 이민 간 본인이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2) 안정적이 직업이 보장된 경우

그리스의 경우, 영주비자를 발급받을 때는 대개의 경우 개설된 현지 통장이 있어야 하는데, 직업이 없으면 외국인에게 통장 개설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스의 어떤 은행은 역으로 영주비자 없이는 통장 개설을 안 해주기도 합니다. (비자 없이는 통장개설이 안되는데, 통장이 없으면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없다니요!)

물론 주재원이나 해외취업 등으로 단기 체류하다 자연스럽게 이민 절차를 밟게 되는 경우엔 훨씬 쉬울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로가 있다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봅니다. 보통 이런 경우 비자나 거주 문제가 다 해결되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적인 적응 부분만 해결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3) 집 하나 정도는 장만 할 수 있고 1~2년 정도 체류할 수 있는 금전적인 여유

대부분의 복지선진국의 집들은 가격이 결코 싸지 않습니다.

그리스는 결혼하며 집을 짓는 경우가 많기에 도리어 월세로 산다면 비싼 편은 아닌데, 집을 사는 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만약 다른 이민 조건도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는데 경제적인 여유까지도 없이 이민을 결정할 경우, 정말 큰 고생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현지에서 언어가 빨리 습득이 안 되거나 영어조차 잘 못할 경우 직장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낮으므로 몇 년 먹고 살 여윳돈이 있다면 이민을 고려해보아도 좋을 듯 합니다.

 

4) 현지어를 불편 없이 구사할 수 있는 능력(영어는 기본)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빨리 충족되어야 할 조건인데요.

저는 용기를 내어 부딪혀야 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민 전에 공부를 아무리 해도, 막상 현지에 가면 언어가 막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러 경로를 통해 1~2년 내로 언어부터 해결하면, 처음엔 무척 힘들겠지만 이 언어를 해결하는 부분 때문에 생활 전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과의 관계를 자신감 있게 만들어, 인간관계가 달라지고 어디에 가더라도 당당한 태도를 취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있다면 자녀에게도 자랑스러운 부모가 될 수 있고요.

왜냐하면 자녀들은 부모보다 몇 배는 빨리 현지언어를 습득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초기에 집중적으로 그리스어 선생님, 기관, 학교 등을 통해 그리스어를 공부했는데, 어떤 땐 돈이 좀 부담될 때도 있었고 뜻대로 공부가 되지 않아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인간관계는 아마 만들어지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누가 말도 안 통하는 사람과 오래 앉아 있는 것이 편할까요.

그리고 외국어이다 보니 공부가 참 끝이 없는 듯 해서, 현재에도 매일 새 단어나 새로운 구문 등을 수첩에 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처럼 이민생활 중에 외국어를 공부하시는 분이 있다면, 한국에서 외국어를 공부할 때보다는 느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장점이 있으니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 결론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복지선진국으로의 이민, 위의 네 가지 중 하나라도 조건이 되시는 분들은 한번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민 조건이 좋지 않다면, 이민 절차나 이민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쏟는 노력을 한국에서 쏟는다면 더 큰 것을 이루실 수도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한 것 같아 죄송하지만, 이런 상황일 수록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솔직한 이야기들을 써보았습니다.

 

 

* 내일 글을 예고합니다.

 

이런 불리한 이민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에는 해마다 평균 10만명의 불법체류자가 새롭게 들어오고 있는데요.

이들이 이렇게 들어오는 이유는 이곳이 관광국이라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다만 '이 언어들'을 알면 영주비자 없이 단 기간은 시간제 일을 하며 먹고 살 수가 있는데요.

내일은 '알아 두면 그리스에서 먹고 살수 있는 특별한 언어들'에 대한 이야길 할게요.

 

여러분, 힘 내시는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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