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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어머! 그리스에서는 이것이 ‘사자연고’ 라고요?!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4. 10.

 

 

 

며칠 전 동수 씨는, 자려고 불 끄고 누워서도 여느 때처럼 몇 마디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리에 상처가 생겼어. 종기인지 뭔지 모르겠네.

아무래도 '사자연고'(λιοντάρι αλοιφή 리온다리 알리피)를 발라야겠어!"

멍2

 

저는 이 뜬금없는 '사자연고'라는 말에 눈이 거의 감기던 중 잠이 확 깨며 하하! 웃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우하하


 

 

절로 머릿속에서 배경음악도 울려 주었습니다.

 

 

 

저는 살면서 호랑이연고, 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사자연고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입니다.

 

"지금 혹시…'호랑이연고'를 얘기하는 거야??? 한국에서 봤던???"

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랑이연고(타이거밤)

 

 

동수 씨는 제가 말을 못 알아 듣는 게 좀 답답했던지 냉큼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 한국에도 흔한 연고잖아.

한국에선 그 연고를 호랑이연고라고 부르나 보네?

그리스에서는 사자연고라고 부르는데."

 

"아..그래. 뭐. 호랑이연고가 유명하긴 하지만, 그게 한국 건 아닌데…

현재는 싱가폴 회사에서 만드는 걸로 알고 있고, 

중국에서 이 호랑이기름이 사용되었던 역사가 있어서인지, 

이 연고는 중국에서도 많이 팔던 걸???"

 

 

제 대답에 동수 씨는 이상하다는 듯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래? 이상하다. 한국 친구들 집에도 다 있던데...

한국에서 유통되는 그 연고를 싱가폴 회사가 만들었단 이야긴 처음 들어봐."

 

"그래? 아마 그 한국 친구들은 중국에 여행 다녀온 친구들인가 봐."

 

저는 그 때까지만 해도 동수 씨가 말한 연고호랑이연고일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심지어 다른 이웃 블로그에서 댓글을 쓰면서 "동수 씨는 호랑이연고가 한국산이라고 생각하며 갑자기 그걸 찾으며 다 바르겠다고 하네요. ㅎㅎ" 라는 댓글까지 남겼던 것입니다.

 

그런데 며칠 뒤 동수 씨는 그 상처인지 종기인지가 해결이 안 되었던지, 저희 집에 뭘 갖다 주러 오신 어머님께

"엄마! 사자연고 어디 있지? 나 필요한데??" 라고 또 묻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순간 굉장히 이상한 질문이 다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님이 설마 호랑이연고를 갖고 계시다는 거야?' 싶었던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님께서"응. 우리 집에 사자연고 있으니까 가져다 줄게." 라고

대답하셨던 것입니다!

 

그날 저는 급히 또 나가 봐야 해서, 어머님께서 갖고 계신다는 사자연고의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었는데요.

오늘에서야 갑자기 생각이 나서 동수 씨에게 그날 사자연고를 발랐냐고 물어보게 된 것입니다.

동수 씨는 발랐다고 대답했고, 저는 "그럼, 사자연고 라는 게 그리스에 있다는 거야? 호랑이연고가 아니고?"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수 씨는 답답한지 버럭 큰 소리로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 사자라는 게 그리스에 있다니까!"

슈퍼맨

 

저는 그 사자연고라는 게 도대체 어떻게 생긴 연고인가 정말 궁금했고, 포장이나 모양이 호랑이연고와 비슷해서 동수 씨가 한국에도 있다고 헷갈린 것인가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어사자연고(λιοντάρι αλοιφή)라고 검색하면 사자 사진만 잔뜩 나오고, 혹은 약국에서 사자연고를 샀다는 말만 나올 뿐, 그런 '사자연고'라는 상품 명이 나오질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엔 영어사자연고(Lion ointment)라고 검색하게 되었는데요.

그러자 영국산으로 추정되는 '사자연고'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마 이 영국의 사자연고가 그리스에 유통되나 보다.' 라고요.

그래서 찾은 사진을 동수 씨에게 보여주며, "사자연고가 이걸 말 하는 거지?"라며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들여다본 동수 씨푸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웃겨

그리고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올리브나무! 그게 아니라, 그리스에서 사자연고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후시딘'을 말하는 거야."

 

 

헉

"그걸 왜 사자연고라고 불러?? 멀쩡한 이름을 놔 두고.

당신만 그런거야? 아니면 다른 그리스인들도 그런 거야?

그리고 후시딘이라면 우리집에도 있잖아. 저기 약통에!"

 

"아? 그랬어? 집에 있는지 몰랐네!

아, 그리고 후시딘 연고에 사자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야.

나이 드신 분들은 이름을 잘 기억 못 하시기도 하니까,

처음 그리스에 이 연고가 들어왔을 때 그냥 사자연고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누구나 사자연고가 후시딘이란 것을 알아.

약국에 가서도 '사자연고' 주세요. 이러면 알아서 후시딘을 찾아 주니까 말이지."

 

 

그랬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리스어로 사자연고를 검색했을 때 상품이 나오진 않았지만, 약국에서 사자연고를 샀다는 글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동수 씨는 한국 친구들 집에서 호랑이연고를 봤던 것이 아니라, 바로 이 후시딘연고를 봤던 것이지요.

ㅎㅎㅎ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 이 연고를 들여다 보는데 얼마나 웃기던지요.

사실 저는 약을 많이 먹거나 사용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런 연고 조차도 산 직후 설명서나 자세히 읽어보지 거기에 그려진 모양이 사자인지 새인지 자세히 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요.

오늘에서야 자세히 연고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부디 올 여름엔 돌이 많은 바다에서 놀더라도 사자연고는 사용할 일이 없는 그런 건강한 여름을 보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 즐거운 목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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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사흘 동안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사흘 동안의 자세한 이야기는 천천히 풀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