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글이 메인에 노출되면 의례 욕설이나 악플이 붙는 것은 이제 이골이 나서 그냥 삭제하고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니 인생이 얼마나 고달프면 아무데나 욕을 내뱉냐, 니 인생도 참 불쌍하다.
싶은 마음에 넘어가 주는 겁니다.
(그러나 욕설로 도배한 당신은 알아 두십시오. 저는 신고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허허실실한 저 같은 인간이 화나면 제대로 끝을 본다는 걸 당하게 될 대상이 하필 당신이 되지 않길.)
근데 어제 글에 상스러운 욕설로 제 일상과 제 글을 비판하는 것도 모자라서, 제 글을 '개잡소리'라 표현한 사람의 댓글을 마주하면서, 저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고정 독자 분들께서야 일부러 찾아와 주시는 것이니 단순한 '호기심' 만으로 매일 글을 보러 들어오시진 않는다라는 것을 저도 충분히 알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이 메인에 노출되는 날은 아마 제목이나 사진만 보고 '호기심' 때문에 들어와 보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근데 글 제목이나 사진을 보고 기대했던 것보다 내용이 그에 못 미친다면, 분명히 실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 글은, 아예 주제가 해외생활의 모습이나 해외에서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에 대한 내용들이거나, 그리스에 대한 새로운 문화나 정보 혹은 외국에서 보는 한국에 대한 시각들을 쓸 때에도, 되도록 읽는 이들이 편안하게 글을 받아들였으면 해서 기본적인 글의 흐름을 일부러 기사형식이 아닌 일상생활의 직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갈 때가 많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제가 <뭐 대단히 충격적이고 기함할 뒤로 넘어갈 자극적인 사건>만을 골라, 더 뒤로 넘어가게 부풀려서 다루지는 않는다는 얘깁니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부정적이고 충격적이고 흉악한 사건들만 찾으면 왜 없겠습니까.
어쩌면 어제 무심코 제 글의 제목이나 사진을 보고 글을 클릭한 사람들 중에는, 우리나라 뉴스에서 끊임없이 다루고 있는 충격적이고 흉학한 일들이 그리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사람들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분들 앞에 제 일상사를 펼쳐 놓으니, 행간에 실린 제가 당시 느꼈을 감정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겠지요.
그들에겐 그냥 개잡소리인 것입니다.
심지어 한국에 이런 흉악하고 충격적인 일들이 매일 뉴스에서 보도되는데, 넌 이런 것을 충격이라고 늘어놨냐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그런 댓글을 보면 마치 내게 그런 흉악한 일이 벌어지길 바라고 있는 걸까 싶다가도, 한국을 살기 힘든 곳으로 여기니 다른 나라도 다 살기 힘든 곳이라고 확인해야 위안이 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께 제가 한 가지 안심되는 말을 드릴까요?
아무리 흉흉한 나라라도 그곳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내전지역이나 기근지역이 아닌 이상,
사람은 자기가 나고 자란 제 나라에 있을 때, 제일 신변이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것을요.
저도 이곳 생활이 35년을 넘어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더 길어진다면, 그땐 또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곳 어디를 가도 정신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곤두선 신경을 내려 놓지는 못할 만큼, 이곳이 편하진 않습니다. 한국인이란 신분으로 해외에 나와 산다는 것은 내 신변을 현재 국가가 보호해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주 사소한 시비에 휘말리게 되더라도 이곳은 기본적으로 그리스인들의 국가이니 그리스인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화씨911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마이클 무어의 영화 중에 '볼링 포 컬럼바인'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미국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을 다룬 영화인데요.
제가 감독이 만든 모든 영화들에 담긴 사회 비판적인 시각들에 대해 100% 다 찬성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무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진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총기난사 사건 하나의 주제가 아니었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이론은 영화를 봤던 당시 제게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 냈는데요.
그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미국언론이 그 나라의 공포를 지속적으로 조장했고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여 총기 소지율을 늘리게 했고, 그런 높은 총기 소지율은 결국 생각 없는 청소년들 손에 쉽게 총기가 들어가도록 만들게 되었다라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영화는 언론으로 공포를 조장해 당시 총기 판매를 통해 사업적인 이익을 보려던 미국 정부와, 전혀 상반된 훈훈한 미담 중심의 뉴스들을 통해 전혀 다른 분위기의 나라를 만들고 있는 캐나다의 사례를 들어 얘기하고 있는데요.
감독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제가 직접 다 확인할 순 없지만, 그가 주장하는 이론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 블로그가 한국의 주요 언론도 아니고, 그냥 저는 일개 블로거에 지나지 않지만
그리스 역시 한국처럼 살만한 곳이 못 된다라는 말을 듣고 싶거나, 뒤로 기절할 듯 놀랄만한 자극적인 사건을 보려고 제 블로그 글에 클릭하게 될 불특정 다수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일상생활을 기반으로 두어 제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펼쳐 나가는 방식의 글을 쓰는 것이 '개잡소리' 같이 여겨진다 하더라도, 계속 이런 패턴을 사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요.
왜냐하면 한국에도, 그리스에도, 세상 어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 어느 구석에는 아직은 좋은 사람들, 아직은 상식이 통하고, 아직은 마음이 따뜻한, 아직은 사회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아직은 약삭빠르게 남 뒤통수 치는 것을 기피한다는 사실에 당당한,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이 여전히 살만하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으니까요.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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