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저는 피로가 누적되어 눈의 초점을 잃고 멍하게 앉아 있는 순간들이 자주 있었습니다.
주말에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잘 쉬지 못했고, 월요일 화요일은 사무실 일, 집안 일, 한국어 수업, 애 챙기기까지 정말 정신 없이 뛰어다녔습니다.
그런 중에 녹초가 되어 밤에 앉아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고 있는데, 얼마 전 미용실에서 머리 끝을 다듬어 주었더니 유난히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자꾸만 얼굴을 덮어 컴퓨터 자판을 치는데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평상시의 흔한 일상의 날들처럼 머리 끈을 찾아 머리카락을 묶어야겠다 했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나 머리 끈을 가지러 갈 때까지만 해도 제가 머리카락을 이렇게 묶으려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치렁치렁 하지 않게 뒤로 머리카락을 모아서 묶어야지~~ 했었지요.
그런데 머리 끈을 오른 손가락으로 팽팽하게 쥐고 왼손으로 쓸어 넘긴 머리카락을 거머쥐려는데, 그날 밤 따라 두터운 조끼를 입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으슬으슬 춥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가끔 피곤할 때 튀어나오는 이상한 자아를 만나는 순간이 왔지요.
약간 '정상이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을 듣는 자아를요.
결국 저는 태어나 처음 묶어 보는 스타일로 머리카락을 묶었습니다.
남들도 이렇게 묶고 다니는 것은 본 적이 없는 그런 머리스타일이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머리를 묶으니 얼굴이 정말 따뜻했고 게다가 동그란 제 얼굴이 V라인으로 보이기까지 한 게 아니겠어요??
옆에서 숙제를 하던 딸아이는 공책에서 고개를 들다가 제 머리스타일을 발견하고는 ,
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엄청난 폭소를 터뜨렸는데요.
그게 그렇게 웃긴가 싶어 셀카를 찍어 보니, 정말 이상하게 묶긴 했더라고요.
하지만 긴 머리를 가진 여성이라면, 늦은 저녁 난방비를 절약하느라 집이 좀 추울 때 이런 방법으로 머리를 묶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뭐래니...)
사진을 미국의 동생들에게 보내니, 이런 답들이 돌아왔습니다.
큰 동생 :
"왜 이래... 날도 덥지도 않은데.. 상태 안 좋네.. 울 애들한테도 나중에 보여줄게..ㅋㅋㅋ"
막내 동생 :
"어익후 언니야. 브이라인이네. ㅋㅋㅋㅋ 몬 알아 보겠다. 눈코입 이목구비가 사는 머리스탈.
케케케 "
그럼 독자님들께서 바다보다 넓은 이해심으로 저를 봐 주실 거라고 믿고
(올리브나무 씨가 피곤해서 드디어 미쳤구나, 가 아닌...)
여러분께도
이 얼굴이 시리지 않게, 그리고 얼굴이 V라인으로 보이게 머리 묶는 법을 공개할게요.
어떠세요?
이러고 밖에 돌아다니긴 좀 곤란하겠지요?
하지만 정말 따뜻하고 머리도 치렁치렁 않아서, 그날 밤 내내 이러고 글을 썼답니다.
아싸, 드디어 목요일이네요. 오늘만 잘 보내면 내일은 금요일! 또 주말이 다가오네요!!
좋아라~~~
여러분, 신나는 목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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