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근처를 운전해 지나가며 몇 년 사이 많이 바뀐 동대문 근처의 건물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유명종합병원은 디자인 센터가 되어 있었고, 동대문 운동장은 멋진 조형물의 동대문역사공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 많은 쇼핑몰이 들어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공사를 하며 지어지고 있는 건물들도 많았습니다.
몇 년 사이에 동대문 근처에 이렇게나 많은 변화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서, 신호대기에 설 때 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요.
특별히 동대문 근처의 변화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제 아버지께서 동대문 종합상가에서 IMF 전까지 이십 여 년 넘게 사업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다니며 방학 때마다 일손을 도왔던 곳이고, 더 어릴 땐 아버지 손에 이끌려 근처 치과를 다녔던 곳이기도 하며, 더 어릴 땐 엄마 손에 이끌려 아버지 일하는 모습을 구경한 후 종합상가 작은 식당에서 국수를 얻어 먹고 좋아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종로 거리가 변하는 것을 오랫동안 보아온 저로서는 그런 동대문 근처의 변화가 더 자세히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동대문 근처의 외관적 변화를 확인하고 돌아온 날, 여전히 동대문을 일 관계로 자주 드나 드시는 아버지로부터 몇 년 사이 한국에 생긴 새로운 직업 세계에 대한 이야길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바로 지하철 택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제가 그리스로 이민 오기 전인 몇 년 전에도 인편으로 지하철을 타고 퀵 배달을 하는 택배 서비스는 존재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지하철 퀵 배달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이 최근 들어 대다수 60~70대로 바뀌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 저는 그저 단순히 정년이 빨라지다 못해 없어져버렸다는 시대가 되어서 나이 드신 분들이 직업을 찾다 보니 그런 종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길 자세히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60~70대 분들은 지하철을 경로우대로 무임승차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런 분들이 인편으로 퀵 서비스를 할 경우 상대적으로 비용을 싸게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것입니다.
특히 동대문 종합상가와 쇼핑몰들이 즐비한 종로 5가부터 동대문 근처는 수만 개가 넘는 가게를 급하게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간단한 배달 일이 빈번한 지역이라, 다른 곳에 비해 이런 류의 퀵 서비스가 더 많이 필요한 곳입니다.
그래서 상가를 조금만 돌아다녀 보면, 이렇게 60~70대 어르신들이 인편으로 지하철을 타고 퀵 배달을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고령화 시대가 되며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 나고 있어 현대 사회에서 60~70대는 아직 한참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젊은 층이나 다름이 없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할 만한 제도적 뒷받침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 청년 실업문제도 해결이 되지 못해 대학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은 대한민국 실정과 세계적 경제 불황으로 더더욱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이다보니, 예전과 달리 아직 창창한 60~70대들이 설 곳이 더 없는 속상한 사회가 되어 버리고 말았는데, 이런 새로운 직업 창출은 참 반가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매거진] 고령사회를 돕다, '달인지하철퀵' 김태웅 대표[MTN 경제매거진] 피플M MTN산업부 기자2013/06/25 10:33
----------------------------------------------------------------------------------------------------------------------- 세계일보 [라이프] 입력 2013.03.05 10:26:24, 수정 2013.03.06 08:58:19 퀵서비스도 지하철로, 떠오르는 지하철택배 달인지하철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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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2013년 현재가 단군 이래 대한민국 경제가 가장 좋은 때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제적이고 수치적인 시각에서 보는 경제 지수가 아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지수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결 되어야 할 청년 실업 문제도 제도적인 해답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 같은 사례처럼 고령화 시대에 맞는, 이제는 노년이 아닌 중년이라 불려도 무방한 60~70대의 일자리를 위한, '노인일자리센터' 이상의 제도적인 해답 또한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세계 경제 불황의 중심에 있고 높은 세금을 내야 하지만, 노인 복지와 확실한 연금제도를 갖고 있는 유럽의 노인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마주하다 보니, 더더욱 한국의 제도적 해답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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