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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한류팬 그리스인 아줌마에게 최고의 한국 선물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8. 4.

 

 

한국을 방문 하는 동안, 저는 그리스인 가족들과 친척, 친구들의 선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 가기 전에 시어머님은 제 부모님께 드리라며 많은 선물을 챙겨 주셨고, 친구와 친척들은 떠나기 전에 만나자고 해서 특별히 잘 다녀오라며 환송을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간 그리스에서 보낸 시간이 헛된 게 아니었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 천지였던 타국에서 산 몇 년 사이에, 제가 고국을 방문한다고 저를 챙겨 주는 사람들이 생긴 것입니다.

사실 저는 사뭇 감동하기 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저를 가장 감동 시킨 사람이 있었는데요.

바로 제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디미트라의 어머니인 '이로Ηρώ' 아주머니였습니다.

현대 그리스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고대 그리스에서 온 이름을 갖고 있는 이로 아주머니는 한국으로 가기 하루 전날, 저를 집으로 부르시더니 아주머니의 시골 마을에서 직접 재배해서 만든 올리브 오일 두 병과 화이트 와인 두 병, 올리브 비누 등을 운반 중 깨지지 않도록 특별히 포장까지 꼼꼼하게 하셔서 저희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이라며 주셨습니다.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제 부모님까지 챙겨 주신 이로 아주머니의 정성 어린 선물에 저는 당황할 만큼 감동했고, 한국에서 어디를 가더라도 도대체 이 이로 아주머니께 어떤 선물을 사다 드리면 기뻐하실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와 단 둘이 인사동에 들른 날이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르는 곳이니 만큼, 몇 년 전에 비해 더 많은 전통 상품과 한류 상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있었는데요.

저는 이로 아주머니와 시어머님, 시누, 제자들인 디미트라와 갈리오삐를 생각하며 전통적이면서도 그리스인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인사동에서 구입했던 스카프와 테이블보입니다.

여러 개를 구입해서 가족들에게 주었는데, 그 중 이로 아주머니 것도 있었습니다.

시어머님께서 한국에 가기 전에 간곡히 부탁하셨던 젓가락 모양의 비녀입니다.

 

제가 오래 전 인사동에서 구매해 그리스로 가져와 자주 하는 비녀인데, 그리스에서는 젓가락 모양 비녀는 수공예 가게 등에서 구할 수 있지만 딸랑거리며 아래로 늘어지는 장식이 달린 것은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시어머님은 제가 저 비녀를 여름에 하고 있을 땐 늘 부러워하셨었습니다.

사실 시어머님 외에도 저 비녀를 탐 내는 그리스 여자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저는 인사동에 간 김에 여러 개 구매를 해서 디미트라와 갈리오삐에게도 주었습니다. 물론 당신의 눈 색깔과 비슷한 푸른 색 나비 장식이 달려 있는 젓가락 비녀를 받으신 시어머님은 정말 엄청나게 좋아하셨답니다.

 

 

비녀를 받자 마자 바로 해 보며 좋아하는 디미트라

 

그런데 이로 아주머니와 디미트라를 이런 한국의 전통 느낌이 물씬 풍기는 선물보다 더 크게 기쁘게 했던 선물은 따로 있었습니다.

물론 디미트라가 다섯 가지 종류의 한국 화장품 브랜드에서 사다 달라고 부탁했던 메이크업 제품들을 기쁘게 반겼던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요.(사실 저는 이것들을 사느라 무척 고생을 했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더 자세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화장품만큼이나 화장품 가게에서 선물로 받은 샤이니 파일을 좋아하고 있는 디미트라

 

 

그럼 이로 아주머니를 가장 활짝 웃게 했던 선물을 공개하자면요.

 

 

바로 2014년 이민호 탁상 달력이었습니다!!!

ㅎㅎㅎ

매 월, 이민호 얼굴로 도배가 된 이 달력은 평소 이민호 사진을 냉장고 안 쪽에 붙여 두고 보실 만큼 이민호의 열성팬인 아주머니에게 무엇보다 큰 기쁨을 준 것이었습니다.

(관련글 2013/05/15 - [세계속의 한국] - 외국인 친구가 특히 유아인이 좋다는 엉뚱한 이유)

사실 인사동에서 이것을 구매하면서도 이렇게 까지 좋아하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요. 더운 날, 저와 딸아이를 위해 피자를 손수 만드시느라 땀을 많이 흘리신 상태로 이민호 달력을 들고 흔쾌히 사진 포즈까지 취해 주신 아주머니의 모습은 참 순수하고 아름답게 보이기 까지 했습니다.

 

이민호 씨는 본인이 이렇게나 멀리 있는 한 외국인 아주머니에게 큰 기쁨을 주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만, 한국 드라마와 한류의 바람으로 인생에 새로운 활력을 찾게 된 사람들이 세계 각국에 이렇게나 많은 것을 보면, 한국인으로서 뿌듯하기도 하고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지붕 위에 모두 모여 저를 반기는 그리스 고양이들입니다.

모두 무사히 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미옹거리는 녀석들에게 먹을 것을 많이 나누어 주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