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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씨15

외국인 남편이 요새 심취한 안녕하세요! 놀이 그리스에 살다 보니 한국어를 많이 잊은 매니저 씨가, 제가 그리스인 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교재를 만들고 있으면 불쑥 고개를 모니터 앞으로 들이밀며, "흥! 이것쯤은 나도 아는 내용이라고!"라고 당치도 않는 발언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려워 모를 텐데 싶어 "그래? 그럼 한 번 읽어 봐." 라고 말을 하면, 읽다 말고 발음이 막 꼬이니 그 두꺼비 같은 손으로 모니터를 막 쓱쓱 문지르며 "뭐야, 뭐 이렇게 어려워?" 라며 무안해 하곤 합니다. 그런 매니저 씨이지만 여전히 아주 잘 기억하고 있는 한국어들이 있는데, 한국에 살 때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회식하며 배운 한국어 욕들과 다양한 한국어 인사말들입니다. 한국어 욕이야 요즘 크게 사용할 일도 없고, 어쩌다 일이 안 풀릴 때 혼잣말로 사용해도 정말 폭소만.. 2013. 11. 20.
외국인 남편이 주장하는 금연과 한국 미더덕의 상관관계 매니저 씨는 오늘 퇴근을 하자마자 "배고파~! 피곤해~! 더워~!" 를 굳이 한국말로 외치며 날 좀 봐달라는 투로 투정을 부렸습니다. 에휴..덩치는 산만하면서 저런 애기 짓을... "오믈렛 샌드위치라도 해 줄까?" 점심을 이미 거하게 요리해 직원들 것까지 가게로 갖다 줬기 때문에, 저녁은 좀 간단하게 햄 치즈 넣고 오믈렛과 야채를 넣어 소스 발라 그릴에 구운 샌드위치를 해 줘야겠단 생각에 손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층으로 옷을 갈아 입으러 올라가며 매니저 씨는 제게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로 갑자기 말을 내 뱉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난 한국 미더덕을 원한다고! 너 미더덕 있어? 없지? 난 미더덕만 원해! 당장! 당장!" '이 인간이 미쳤나? 왜 또 한국 미더덕 타령이야. 그.. 2013. 7. 4.
외국인 남편에게 한국에서의 가장 기뻤던 선물 목요일은 매니저 씨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아버님께서 약물 알러지로 갑자기 입원하시는 바람에, 매니저 씨는 밤 늦도록 가게에서 잠시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했습니다. 저도 많이 피곤했지만 매니저 씨가 좋아하는 햄버거 스테이크와 버섯파프리카 볶음을 급히 만들고 직원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조각 케이크를 사서 갖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생일 선물로는 다리품을 많이 팔아 다행히 착한 가격의 새 컴퓨터 책상을 사 줄 수 있었습니다. 나...너무 좋은 아내 아닌감...?? 이라고 말했다가, 뭐야, 저 자아도취는?? 이라고 비웃음만 사는군요...ㅠㅠ 이 책상과 거의 비슷한데 키보드 놓는 부분이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제껏 제가 매니저 씨에게 해 주었던 선물 중에 가장 기뻤던 선물이 어떤 것이었.. 2013. 6. 22.
한국의 '말하는 압력밥솥'에 대한 유럽인들의 엉뚱 반응 한국의 '말하는 압력밥솥'에 대한 유럽인들의 엉뚱 반응 저희 집의 쿠쿠 압력밥솥입니다. 그리스에 이사 온 초창기에는 아시아인이 적은 이곳의 전기밥솥이 종류도 적고 맘에 들지도 않아, 그냥 그때 그때 냄비밥을 해서 먹었습니다. 어차피 저희 집에서 쌀밥을 먹는 사람은 저와 딸아이 둘 뿐이기에, 매니저 씨나 다른 손님들을 위해 그리스음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저는 매일 밥을 해 먹을 수는 없으므로 그럭저럭 냄비밥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리스에 부모님이 오시게 되면서 이 쿠쿠압력밥솥을 선물로 들고 오셨고, 저는 밥이 되는 것을 지키고 서 있지 않아도 되는 전기 압력밥솥이 새삼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십년 넘게 쿠쿠압력밥솥을 써 왔었는데, 단 한번도 고맙다라는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던.. 2013.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