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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그리스인들이 가장 질색하는 한국의 놀이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4. 15.

그리스인들이 가장 질색하는

한국의 놀이

 

 

 

 

 

 

 

지난 주 화요일 저녁, 저와 딸아이 그리고 한국어 제자들 디미트라와 갈리오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갔었습니다.

갈리오 생일이어서 만난 것지만, 이 그리스인 아가씨들은 술 담배를 하지 않는 드문 그리스인들인 데다가

(아무래도 술 담배를 많이 하는 그리스인 친구들과는 아이를 데리고 만나는 게 불편하답니다.^^) 

감사하게도 딸아이를 참 예해 주어서, 우리는 수업이 없는 날도 가끔 이렇게 넷이서 만나곤 합니다.

이날 우리는 로도스 시내 안에 있는 Mεθεξη(Metheksi 메섹시)라는 카페에 갔었는데요.

상당히 고전적인 느낌의 이 카페는 재즈 등의 음악 선곡과 독특한 정원 분위기로 제가 아주 좋아하는 곳이랍니다.

(아직 여름 정원 쪽 좌석은 개방하지 않아서 정원 사진은 다음에 소개할게요.)

   

 

 

    

 

 

이날도 딸아이는 언제나처럼 '한국에서 하던 놀이들'을 이 그리스인 아가씨들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는데요.

보통 주변 그리스인들에게 한국의 놀이들을 알려주면 제일 폭소를 부르는 놀이는 '공공칠빵'입니다.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하는 그리스인들의 정서에도 이 게임은 여럿이 할 수 있어서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말을 하지 않고 하는 '무언의 공공칠빵'을 할 때는 거의 숨이 넘어가게 웃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우하하 하하

물론 게임 룰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게임이 짧게 끝나 버릴 때도 많지만요.

 

그런데 사실 언제나 딸아이가 제일 먼저 알려주는 사랑하는 놀이는 따로 있습니다.

그건 바로 '3.6.9.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숫자를 좋아하는 딸아이가 한국에서도 큰 언니 오빠들과 재미있게 했던 놀이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인들은 개인차가 분명히 있긴 해도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수학과 산수에 월등한 편입니다.

딸아이의 경우에도 그리스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이야기가 수 개념이 남다르다는 것

이었는데요.

아마 이것은 대부분 한국에 살다가 외국으로 이민을 온 아이들이 듣게 되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든 딸아이는 그리스에 이사온 이후에도, 이 '3.6.9.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본인처럼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항상 만나는 어른들에게 이 게임을 하자고 졸라댔던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수학은 원리 위주로 배우고, 중학교 이후부터는 대학교에 진학할 아이들만 수학을 집중적으

로 공부하는 그리스에서는,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도 생활 속에서 필요한 간단한 나누기 등에 헷갈려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을 여섯 명이 백 유로 정도를 먹었는데 한 사람이 얼마나 음식값을 내야 하나 계산을 해야 할 때,

100 나누기 6을 하면 될 것을, 대학 졸업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구도 암산을 하지 못해 휴대폰을 꺼내 계산하는

경우도 무수히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딸아이가 사랑하는 '3.6.9. 게임'이 그리스인들에게는 환영 받을 수 없는 놀이인 것이지요.

게임을 할 수는 있겠지만 재미가 없으니 놀이로 즐기게 되지 않는 것이지요.

 

어떻든 이 날도 딸아이는 '3.6.9.게임'을 제안했고, 비교적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은 한국 놀이와 게임을 보아

왔던 디미트라와 갈리오는 의욕적으로 이 놀이를 배우려 했지만, 숫자가 20을 넘어가면서부터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그만!" 이라며 "선생님! 못 하겠어요!" "맞아요! 잘 몰라요!" 라는 한국말로 게임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미안2미안..여러분. 그렇게 질색하다니 다시는 이 게임은 하지 말기로 해요.

 

좀 전에 오늘은 무슨 내용을 쓰고 있냐는 매니저 씨의 질문에 그리스인들이 가장 질색하는 한국 놀이에 대해

쓰고 있다고 말하자, 매니저 씨는 "우리가 뭘 싫어하는데? 난 한국 놀이 다 좋아!" 라며 반문을 해 왔는데요.

"3.6.9.게임 싫어한다고 쓰고 있는데."라는 제 말에, 매니저 씨 표정이 돌처럼 굳어지면서

고개를 좌우로 휘적휘적 저으며 "어, 맞아. 그건 너무 싫어." 이러고 있습니다.

ㅋㅋㅋ

사업을 하니, 돈 계산을 잘 하는 편인 매니저 씨 조차도 이렇게 질색을 할 정도면 다른 그리스인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 짐작이 가시지요?

 

아무튼 대부분의 그리스인들처럼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놀이는 공공칠인가 싶어, 저는 디미트라와 갈리오에게

"제일 좋아하는 한국의 놀이는 어떤 것인가요?" 라고 물었는데요.

그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름표 떼기! yeah 예~~~~~~~!!!" 라며 한류 팬답게 런닝맨 게임을 말합니다.

아직 한번도 같이 해 본적이 없는 이 게임이 그들에게 가장 좋아하고 하고 싶은 한국의 놀이가 된 것을 보면,

역시 한류 문화 산업의 힘은 크구나,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십 대 중 후반의 그녀들과, 나이가 훨씬 많은 저, 한국 나이 아홉 살의 딸아이가 

함께 찍찍이 이름표를 떼기 위해 뛰어다니는 상상만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합체 합체 합체

그리고 도대체 어디서 이름표 떼기 놀이를 한단 말인가(공원에서? 마당에서? 중세 성곽에서? 바닷가에서?) 

답답~~~~~~~하지만, 

요청하는 그들의 얼굴이 마치 밥을 간절히 기다리는 고양이 얼굴들 같아서, 조만간 의류부자재 가게에 가서 

이름표 만들 폭이 넓은 하얀 찍찍이 천이라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

  

여러분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