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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인 며느리들도 혀를 내두르는 ‘그리스인 시어머니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3. 27.

그리스인 며느리들도 혀를 내두르는

'그리스인 시어머니들'

 

 

 

 

 

 

 

 

아는 엄마들끼리 모여 서로의 '그리스인 시어머니'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그날 대화는 예상 시간 초과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어느 나라나 약간씩의 고부 갈등은 있을 수 있는데, 뭘 유난스럽게 '그리스인 시어머니'를 운운하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와 대화를 나누는 그녀들이 모두 그리스인이라는 사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휴, 알지? 그리스인 시어머니들!"  "하여튼 그리스인 시어머니라니까."  "누가 그리스인 시어머니 아니랄까봐."

라며 '그리스인'인 그녀들이 '그리스인 시어머니'를 운운하면서 혀를 내두를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고부간의 갈등이 심한 나라 중 하나이지만, 유교적 사상에 부계 중심으로 집안 문화가 형성되어 왔던 한국의 경우, 개인차가 있지만 며느리들이 시어머니에 대해 불평불만을 갖거나 갈등이더라도, 한편으로는 '시어머니인데 그럴 수도 있다'라는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거나, '며느리이니 어느 부분에서는 집안 어른인 시어머니를 대접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개념을 갖고 있기도 니다.

 

그러나 그리스의 경우 모계 중심으로 집안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대접해야 할 대상이 장모님입니다. 그래서 사위와 장모님 사이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한국의 대부분의 사위와 장모님 관계처럼, 그리스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도 좋아야 할 텐데,

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이런 예상과 달리, '같은 남자를 공유한 여자들' 이라는 의미에서 '사위와 장모의 관계'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스 역시 자녀를 결혼 전까지 독립시키지 않고 끼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가족 중심의 문화에서 빚어질 수 밖에 없는 현상인 것이지요.

게다가 그리스 어머니들은 한국 어머니들만큼이나 헌신적입니다.

딸은 딸대로, 결혼 후에도 평생 끼고 살다시피 할 자식이고 늙어 나를 돌봐줄 자식이기 때문에 각별하고,

아들은 아들대로, 결혼 후 다른 여자 집안에 줘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자식이기 때문에 각별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 그리스 어머니들은 자식을 결혼 등으로 물리적인 독립을 시킨 후에도

내 소유, 내가 살뜰히 돌봐야 할 대상이라 여기고 마음으로부터 독립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가족끼리 그렇게 툭하면 모이는 문화이다 보니, 물리적인 독립 후에도 아주 멀리 떨어져 살지 않는 이상,

쉽게 늘 만날 수 있어서 더더욱 자식을 마음에서 놓기가 어려워 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아들들에게 그리스 어머니들은 집안일을 절대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차피 결혼 전에 독립해서 혼자 살 기회가 흔치 않은 아들들이기 때문에, 굳이 집안일을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그리고 며칠 전 글에서도 소개했듯이, 그리스인 남자들은 결혼 후에도 원래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안 합니다.

헌신적인 그리스 어머니들은 딸이든 아들이든, 소소한 치다꺼리를 해주며 공주님 왕자님처럼 떠 받드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스의 자녀들은 어른을 존중하고 예의를 다해야 한다고 배우기는 하나, 한국처럼 장유유서의 사상을 배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을 치다꺼리 해주는 어머니에게 자기가 하기 싫은 자잘한 일들을 시키는(부탁이 아니고) 경우가 많습니다.

헌신적인 그리스 어머니들은 그 자녀가 시키는 자잘한 일들을 기꺼이 해줍니다.

물론 어디나 그렇듯 예외는 있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인성교육을 잘 주고 받은 가족의 경우,

원하는 일들에 대해 정중하게 부탁을 하고, 가급적 독립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이 보편적 그리스 시어머니에 대해 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결혼한 아들은, 맞벌이 하며 집안일 하느라 바쁜 아내가 아쉽게 처리하는 집안일이 있을 떄, 편한 자신의 엄마에게 예고없이 집안일 좀 해달라고 시킵니다.

엄마는 옳다구나, 안 그래도 처갓집 장모가 아들 집에 자주 들락거려서 아들을 잘 못 챙겨 주어 아쉬웠는데, 기회는 이때다 하며 아들의 요구대로 며느리의 생각을 물을 겨를도 없이 모두 출근한 빈집에 찾아와 집안일을 해 놓거나, 아들이 먹고 싶다는 음식을 만들어 이미 며느리가 해준 음식을 먹은 아들의 상황에 상관 없이 가열차게 아들 직장으로 배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그리스의 점심식사 문화를 소개하자면요.

 그리스는 여름엔 오후 2시-5시까지는 길을 걸어다닐 수 없을 만큼 덥기 때문에, 이때 점심을 먹으러 집에 왔다가 다시 오후에 출근을 해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가 이 시간에 문을 닫지 않는 경우, 점심을 집에서 가져다 먹는 경우도 흔합니다. 때때로 사 먹기도 하지만, 워낙 먹는 것에 민감한 그리스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화이다보니 점심을 요리할 시간이 없는 맞벌이 여성의 경우, 전날 저녁 미리 오븐으로 다음날 먹을 요리를 해두기도합니다. 저 역시 제 일이 따로 있고 가게 일도 돕고 있지만, 주 6일 중 3일 이상은, 딸아이를 데리러 가며 하교시간에 맞추어 미리 요리를 해 남편의 가게로 점심 배달을 합니다. 어제 배달한 메뉴는 전날 대단히 포식한 관계로 닭가슴살 시저 셀러드였습니다.^^

 

이를 나중에 안 며느리는 자신이 없을 때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집 살림에 손을 댄 시어머니가 불편해 질 수 밖에 없고,  다 큰 결혼한 아들의 얼굴을 만지며 "Το παιδί μου ! 또 베디 무" (나의 아이) 라고 부르며 아이 취급하는 시어머니가 견딜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결혼한 아들에 대해 제 삼자에게 말할 때, "우리 아이는" 이라고 지칭하는 문화가 있긴 하지만,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 한국인의 경우 남들 앞에서 결혼한 아들에게 대 놓고 얼굴을 만지며 

"우리 아이!! 우리 아가!!" 라고 하는 경우는 흔하진 않습니다.

며느리를 "새 아가"라고 부르는 문화가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우리 집안에 들어온 새 가족에 대해

새로운 집안 문화에 대해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부르는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어떻든 저도 그리스인 시어머니를 둔 입장에서, 그리스인 며느리들의 이런 불평은 십분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 헌신적인 그리스 어머니들을 아들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게 시켜먹고,

집안의 기둥으로 공주대접을 즐기는 그리스 딸들도 입장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것입니다.

 

자신들도 여전히 연금 수령 년도까지 일을 하고 있는 입장이면서, 한국의 친정 어머니들처럼 손주들을 봐주고 가까이 살며 딸 집안 살림을 돌보며, 만약 자신이 재력이 없는 경우, 사는 집까지 팔아서 딸한테 해주고 당신들은 작은 집으로 옮겨가는 그리스 친정 어머니들이나,

아들을 며느리 집안에 데릴사위 비슷하게 보내놓고, 전전 긍긍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가, 기회가 오면 앞뒤 상황 생각하지 않고 냉큼 해주려 하는 그리스 시어머니들이나,

제 눈에는 똑같이 눈물 나는 모정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기에 자녀들 또한 결혼 후에도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있는 부작용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저도 비슷한 문화에서 자란 한국인이고, 제 자녀가 내 생명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게 끔찍하게 귀한 건 사실이지만,

제 자녀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독립된 성숙한 개체로 키우고 싶고, 그래서 자녀가 사회에서나 본인의 가정에서 온전한

어른으로 자신의 몫을 다하며 살기를 바라는 입장이다보니, 이런 자녀를 독립시키지 못하는 그리스의 문화가 설 익은 밥알

처럼 까슬까슬 여겨질 때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스 며느리들과 시어머니들,

그리스 딸들과 친정어머니들,

그리스 아들들과 그들의 어머니들,

오늘은 헌신적 그리스 어머니들로부터 발생한 이런 특별한 관계들에 대해서 말씀 드려 봤는데요.

그렇다면 내일은 예외 없이 아들에게 헌신적인

저희 시어머님 얘기를 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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