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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생쥐와 코미디를 찍었던 그리스에서의 첫 번째 여름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4. 9.

생쥐와 코미디를 찍었던

그리스에서의 첫 번째 여름

 

 

 

 

 

 

 

 

 

그리스로 이사온 해, 첫번 째 여름은 저에게 격동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번 왔던 여행과는 완전 달랐던 그리스에서의 살기 시작한 후 맞이한 첫 번째 여름은,

모르는 것 투성이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때이기도 했었답니다.

그런데 추울 때 이사왔을 땐 없었던 개미, 바퀴벌레, 온갖 해충들이,

여름이 되면서 하나 둘 집안에 기어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으악 으악 소리를 질렀고 집이 오래되서 그런가 생각하며 집 청소에 만전을 기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집 청소를 똑 떨어지게 광나게 하고 지쳐 물 한 잔을 마시며 소파에 앉았는데,

엄지 손가락 만한 바퀴벌레가 슬금슬금 기어다니는 게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으악! 소리를 질렀고 스프레이를 뿌리고 난리를 쳤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유를 몰라 매니저 씨에게 물었더니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그리스는 여름이 되면서 강한 햇볕에 땅이 말라가고 풀도 갈색으로 바뀌잖아?

그러니 개미나 벌레들은 물을 찾아 집으로 들어오는 거야. 그냥 계속 죽이거나

벌레들이 싫어하는 스프레이를 뿌려 놓거나 그런 방법 밖에는 없어."

 

헉

벌레라면 끔찍하게 싫어해서, 덩치에 안 맞게 어릴 때도 어쩌다 벌레가 나오면 동생한테 늘 대신 치워달라고

했던 저인데, 어쩌다 여름만 되면 벌레가 물을 찾아 집으로 들어오는 나라에 살게 됐을까?

저는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엉엉나는 벌레가 싫다고..어쩌라고..엉..엉..

 

그래서 저는 이 벌레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청소를 할 때 싱크대에 물을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박박 닦기 시작했습니

다. 화장실도 물론이구요. 

그리고 벌레들이 싫어하는 스프레이도 구해서 자주 뿌려두니, 확실히 벌레들이 줄어들었습니다.

 

스스로의 청소 효과에 만족하고 있던 어느날, 부엌 쓰레기를 버리려고 쓰레기통 뚜껑을 열었다가 저는 정말

 

얼음2"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은 생쥐가!!! 생쥐가 거기서 놀고 있었던 것입니다!!!!

도대체 이것이 어디서 들어왔을까, 미~~~~~~~춰 버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매니저 씨와 시어머님께 말하니, 그들의 태도는 더욱 저를 열받게 했는데요.

 

"생쥐? 집 안에 잘 안들어오는데, 여기 뒤가 들판이라 생쥐가 많긴해도 집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구.

아마 올리브나무 네가 고양이들한테 밥을 너무 많이 줘서 생쥐들이 많아진 것 같아."

헉

이게 뭐 개뼉다구 같은 소린가. 생쥐를 집안에 못들어 오게 해결해 준다든가 잡아 준다든가 해야지.

왜 고양이 밥 주는 것 갖고 트집인가 싶었습니다.

좋다. 생쥐가 다시 나타나면, 그 땐 매니저 씨를 불러서 보여주고 잡으라고 다시 강력 요청해야겠구나!

저는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한 동안 잠잠한게 생쥐가 집안으로 들어오진 않아서, 그냥 살짝 생쥐에 대해 잊어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한국에서 급하게 그리스어 번역 의뢰가 들어온 게 있어서 밤 늦도록 부엌 식탁에 앉아 서류를 잔뜩

펼쳐 놓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 식구가 자는 고요한 시간에 어디선가 사각, 사각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타이핑을 하던 손을 멈추고, 숨까지 흡 들이키며 집중해서 들어보니, 분명 부엌 아일랜드 테이블 위에서 나는 소리

였습니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저는 불을 켜지 않고 살금 살금 일어나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소리의 원인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싶은걸 오른 손으로 제 입을 틀어 막았을 정도로 놀라며 발견한 것은!!!??

그 때 그 생쥐가, 바로 제가 며칠 전 봤던 그 생쥐가!

오스트리아 고모님이 보내 주신 모짜르트 얼굴이 그려진 동그란 초콜릿 껍질을 두손으로 야무지게 벗겨가면서

까 먹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생쥐가 치즈를 먹는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지 몸뚱이 반 만한 초콜릿을 그렇게 신나게 까먹다니!

그건 마치 신나게 치즈볼을 만들던 라따뚜이라도 보는 듯한 그런 신기한 광경이었습니다.

 

 

"너도 정녕 이게 맛있다는 걸 아는거야?"

??

 

저는 하도 기가 막혀서 그만 이렇게 말을 뱉었습니다.

제 말에 저와 눈이 딱 마주친 그 생쥐는 그 신기에 가깝던 손 기술을 멈추고 1~2초 생각에 잠긴 듯 망설이더니

아예 그 초컬릿을 굴려가며 끌어안고 도망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우하하저는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생쥐가 싫다는 생각도 잠시 있고 깔깔 대고 웃기시작했고,

2층에서 잘 자던 매니저 씨는 한 밤 중에 깔깔 거리는 제 소리를 듣고 놀라 일어나 뛰어내려왔습니다.

"뭐야? 무슨일이야?" 

라고 말함과 동시에 도망치지도 않고 초컬릿을 낑낑거리고 옮기는 생쥐를 발견하더니,

어이가 없어서 "허, 이놈 겁도 없이" 라며 빛의 속도로 옆에 있던 빈 박스를 이용해 초컬릿을 끌어 안은 생쥐를

낙아챘습니다.

상자에 갖힌 생쥐는 낑낑 거렸지만, 아이가 있는 저희 집에서 그 녀석과 공생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박스는 즉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공동 쓰레기장에 버려졌고, 다시 그 녀석이 초컬릿과 탈출을 했는 지는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 후로도 가끔 여름이 되면, 잠시 열린 문틈으로 생쥐가 몰래 들어와 숨어 있다가 나타나곤 하는데,

그날 일을 계기로 부엌 어디에도 초컬릿이나, 어떤 먹을 거라도 꽉 막힌 통 없이 그냥 놔 둔적이 없어서인지

"쥐가 들어온 것 같아."라는 제 말 한마디에 매니저 씨가 급히 쥐잡는 본드와 치즈로 만들어 둔 덫에,

생쥐들은 어김없이 걸려들어 쓰레기장으로 보내지곤 했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평소 잠 들면, 잠 꼬대는 할 지언정 아래 층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게의치

않는 매니저 씨가 그날은 제가 오스트리아 초컬릿 까먹는 생쥐를 보고 깔깔 거리고 웃는 소리에 일어나서

내려와 봤는지 궁금했던 것입니다.

훗날 매니저 씨에게 이에 대해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이러했답니다.

 

"난 올리브나무 니가 낯선 그리스 생활에 적응하려다가 드디어 미친게 아닌가 했거든. 

그렇잖아. 새벽 한 시에 부엌에서 깔깔거리다니... 

난 니가 정상인가 확인해야했어. "

흥5

"뭐라고???!!!

힘든 건 사실이지만 안 미쳤다고!!!"

 

이런 초등학생 수준의 대화를 나누며 투닥거리며 생쥐 사건을 일 단락이 되었습니다.

어떻든 그 후로는 생쥐 말만 나와도, 고양이 어쩌고 라며 얘기 안하고, 바로바로 잘 처리해주는 착한 남편 역할에

몰입하려 하는 매니저 씨가 되었답니다.

어쩌면 제가 진짜 미친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서일 지도 몰라요^^

ㅎㅎㅎ

 

한국도 이제 점점 더워지겠지요?

더운 날 저처럼 들판이 가까운 주택에 사시는 분들, 맛있는 초콜릿 주의하세요.

생쥐도 입맛이 있더라구요~ㅎㅎ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