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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외국인 사위를 마약 사용자로 오해한 한국인 아버지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4. 8.

외국인 사위를 마약 사용자로 오해한

한국인 아버지

 

 

 

 

 

 

 

마약 관련 글을 쓰면서 생각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전에도 한번 말씀드렸듯이 작년 저희 가족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막내 동생의 결혼식이 있어서 큰 맘 먹고

온 가족이 미국으로 건너갔었습니다.

(궁금하신분들은 요기에서 확인 하세요~2013/02/14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그리스인 남편의 팝송 제멋대로 한국어로 부르기.)

 

허리케인으로 뉴욕 공항이 닫혀서 며칠 동안 이 나라 저 나라를 전전하다가 겨우 동생 결혼식 전날 도착할 수

있었고, 4박5일을 3개국 3개의 호텔을 돌며 관광이 아닌 대기상태였던 저희는, 결혼식 당일 눈도 뜰 수 없을

만큼 정말 피곤이 말도 못했었답니다.  

그런데 이 놀라운 체력의 저희 엄마님께서는 가족 전체가 함께 5년 만에 상봉을 했는데, 이런 기념비 적인 모임에

여행이 빠질 수 없다면서 떡 하니 하루 만에 뉴욕 투어, 며칠 만에 캐나다까지 포함 미국 5개 주 돌기, 뭐 이런

관광을 가족 이름 전체로 예약을 해 놓으셨던 것입니다.

안습

물론 감사하지요. 저도 부모인데 그 마음을 제가 모를리 없습니다. 하나라도 더 함께 즐기고 느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왜 모르겠습니까. 평소 아껴쓰는 부모님이 큰 맘 먹고 이런 여행을 계획 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요.

그런데 제가 나름 미국 출장을 많이 다녔었었기에, 관광 코스도 다 몇 번씩 가 봤던 곳이고, 게다가 저는 여행사에

서 버스로 한 차 채워서 몰려다니는 일정 빡빡한 여행을 안 좋아하는데, 외국인 사위나 한국말 서툰 교표 둘째 사위

는 미처 생각 못 하시고, 미주 한국 관광회사에 예약을 해 버리신 거였습니다.

축하2아이구 오마니.. 피곤해요..우리...

 

눈도 못뜰만큼 피곤한 저희는 한국의 용감한 엄마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어쩔 수 없이 모두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매니저 씨를 제외하고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던 버스는 당연히 한국어로 내내 여행 안내를 했고,

그것은 교표 3세인 조카들과 교포2세인 제부와 매니저 씨를 하나로 단합하게 만드는 힘이 되었습니다.ㅎㅎㅎ

ㅋㅋㅋ

버스안에서 딸아이의 헬로키티 귀마개를 착용한 매니저 씨

 

아무튼 단체 관광 중 하루는 어떤 한식당 앞에 버스가 세워졌었고, 밥을 먹고 난 후 흡연자인 한국인 가이드,

한국인 유학생, 매니저 씨는 한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걸 본 저희 아버지께서는 조용히 저를 부르시더니 갑자기 이렇게 물어보시는 것이었습니다.

 

"저기...매니저가 담배를 피는데 그게 뭐 섞어서 피는 건 아니지?"

헉

 

참 조심스러운 질문이셨지만, 뭘 섞어서 피다니? 마약을 말씀하시는 건가? 무슨 말인가 싶었습니다.

제 놀란 표정에 아버지는 다시 말끝을 흐리며 말을 이어가셨습니다.

 

"아니 담배가 보통 담배랑 달라. 뭘 돌돌 말아 피길래..."

 

 

그제야 상화이 파악된 저는 빵 터져서 박장 대소를 했고, 아버지는 눈만 꿈뻑꿈뻑 하시며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오해하실만 한 담배는 유럽인들이 즐겨피우는 쌈담배(필터 담배, 가루 담배라고 보통 부르는)입니다.

이렇게 담배 종이에 필터를 끼우고 담배 가루를 넣어서 피우는 형태입니다.

 

담배를 종이에 쌀 때 끼우는 필터입니다

 

유럽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이 필터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웬만한 담배회사에서는 이 필터담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과 미국에서는 쉽게 구하기는 어려운

담배라 더 신기하게 보신 것 같습니다. 

이 담배는 담배 양이 완제품 담배 보다 많고,(더 싸다는 이야기지요.) 

좀 더 부드러운 맛이 난다는 게 흡연자들의 설명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서 오래 산 한국인 가이드나 유학생 남자분도 매니저 씨의 그 담배가 신기했던지

서로 한번씩 피워보고, 매니저 씨는 담배 마는 요령을 가르치고 담배로 한국인들과 하나되는 참 희안한 광경이

벌어졌답니다.

담배2가족

 

이런 경치를 구경하다가도

이렇게 담배를 피우고 있군요--; (등 보이시는 분은 담배 친구였던 한국인 유학생)

 

 

아무튼 이 날의 에피소드는 아버지께서 매니저 씨에게

"자네 담배 너무 많이 많이 피워. 줄여.줄여."라고 최대한 짧막한 한국말로 웃으며 말 하시는 걸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일년 만에 뵜었던 부모님입니다. 두 분이 건강하게 계시다는 것을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매니저 씨에게 이 얘길 했더니 얼마나 깔깔거리며 웃던지

그리스에 돌아와 이 필터담배를 피는 친구들과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웃기시네웃지만 말고 담배 좀 끊어야겠단 생각은 안 드시남?? 

 

아무튼 저 역시 매니저 씨가 금연하길 바라는 1인으로서

그런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네요.

 

즐거운 저녁 되세요~*^^*

야경

 

 

 

* 이렇게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갔는데도 이 여행에 감흥이 없었던 이유는 제가 네 번째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는 것이었거든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출장 장소가 그 바로 옆이었던 경우가 감사하게도 세 번이나 있었답니다...

 그리고 미주 한국 여행사의 일정이 아침 5시 기상해서 저녁 8시에 관광이 끝나더라구요.

 이미 미국가기 전에 체력이 바닥이었던 저는 거의 혼수상태로 돌아다녔었습니다.--;

 평소 일복 터진 터라, 그냥 엄마 된장찌개 먹고 일주일 내내 뒹굴거리는 게 제 소원이었는데 말이지요.

 여러분 중에 엄마 된장찌게 먹고 뒹굴거리실 수 있는 분들은 나이아가라 네 번째 갔던 저보다 어쩌면 더 행복하신 삶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답니다.

 정말 신선한 두부 한 모 넣은 된장찌개를 먹을 수만 있다면 아테네에 비행기 타고 가려고 했던 적도 몇번 있었는데

 아테네에 있는 유일한 한식당 한 군데에서는 두부 만드는 날이 정해져 있어서

 그 또한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고, 두무 한 모 먹겠다고 비행기 타고 날아가려니 가족들 눈치가 보여서 그 또한 못 하는 실정이지요.ㅎㅎㅎㅎ

 두부 파는 곳이 없으니 집에서 두부를 만들려다가 실패도 해 보았구요.

 어떻든 지금은 그 미국 여행에 대해 딸아이에게 보여준 것과, 가족이 함께 했다는데에 의의를 두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