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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독백

드디어 끝났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5. 5. 14.

 

 

 

 

여러분!

저를 오래기다리셨지요? 몇 개월간 블로그에 접속조차 못 했더니, 티스토리 아이디가 휴면 상태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그리 바쁜 일이 있다고 댓글 승인도 안 하고 이리 오랜 시간 소식도 전하지 못 하고 있나, 궁금해하고 걱정하시는 분들의 많은 댓글이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실은 제게 아주 큰 일이 생겼답니다!

지난 글에서 몸이 몹시 아팠었다는 소식을 전했었는데,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알게되었지요.

저희 가정에 둘째 아이가 찾아온 것입니다!

소수의 블로그 지인분들은 알고 계셨듯... 실은 그간 몇 년 동안이나 둘째 아이를 기다려왔었는데 잘 생기지 않았었어요. 병원을 꾸준히 다녔었지만 나이가 있고 몇 년 전 수술도 했었기에 쉽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속상해하고 있었어요. 딸아이가 혼자 크는 게 늘 외롭겠다고 여겼었거든요.

 

그런데! 임신의 기쁨과 함께 찾아온 피할 수 없는 손님이 있었으니!!!

바로 공포의 입덧이었습니다!!!

아...

정말 첫 아이 때는 이 정도로 심하지 않았기에 그럭저럭 견딜 수 있겠거니 쉽게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던 것이지요.

고기 종류는 아예 입에 대지도 못 했고, 그리스의 신선한 치즈나 햄 역시 입에 댈 수가 없었습니다. 그 좋아하는 스파게티나 밀가루 음식도 먹을 수 없었고, 오직 야채, 과일, 요거트 정도만 아무 문제 없이 먹을 수 있었어요. 

흰 쌀밥도 밥 냄새가 역해서 많이 먹을 수 없어서 결국 밥에 토마토나 오이를 썰어 넣고 약간의 고추장에 비벼 먹는 것으로 끼니를 연명해야 했답니다. 참기름이나 올리브오일도 먹을 수 없었으니까요.

차라리 한국음식이라도 맘껏 먹을 수 있다면 김치찌개나 냉면같은 것을 먹었을 것 같은데, 여기선 구경하기 어려운 음식이니 꿈에 한국음식 먹는 꿈만 신나게 꿀 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정적이었지요.

 

당연히 출근은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 사무실은 나갈 수가 없었고, 새로운 제자를 포함해 세 명의 그리스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만 겨우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올해 역시 한국어능력시험을 볼 예정이라 입덧 중에도 책임감 때문에 수업을 중단할 수는 없었답니다.

 

블로그에도 몇 번이나 들어와 댓글을 확인하고 글을 쓰고 싶었지만 조금만 앉아 있으려면 토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다시 누워버리기 일쑤였지요...

 

 

그렇게 입덧과 씨름했던 몇 달의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그 지긋지긋하던 입덧이 끝이 났습니다!!!

엉엉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감동이란...!!!!!

 

다행히 이제 임신 5개월인 둘째아이는 엄마가 그렇게 못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수에 맞게 뱃속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태교에 가장 열심인 사람은 엄마도 아빠도 아닌, 바로 마리아나인데요.

아빠는 기껏해야 아기에게 한다는 말이,

"오늘 새로운 기계가 들어왔는데, 그건 이런이런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음하하! 멋지지?"

슈퍼맨

등의 참으로 엉뚱한 이야기들 뿐이라서요. --;;

 

하지만 마리아나는 틈만나면 아기의 태명을 부르며 - 태명은 '누림' 입니다. 하늘의 복을 누리는 아이가 되라고요.- 많은 말을 걸곤 한답니다.

"누림아! 잘 지내고 있지? 너 태어나면 재미있는 것 가르쳐줄게. 건강하게 잘 자라라~~사랑해!"

하트3

라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한참 새로운 팔찌 만들기에 여념이 없던 녀석은 아주 예쁜 모양의 팔찌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그 팔찌를 저에게 자랑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자랑하고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 보여주어 자기들도 만들어달라는 주문까지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웠는지 그 팔찌를 찬 손을 제 배에 갖다 대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엄마! 누림이가 이거 지금 볼 수 있을까??"

저는 팍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습니다.

  "하하! 아니. 아기는 엄마 배 바깥쪽까지 볼 수는 없어.  나중에 태어나면 보여줘."

 

눈을 내리깔며 실망한 마리아나는 다시 물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배꼽을 통해서 보이지 않을까?"

   "글쎄...안 보일 것 같은데...어쩌지???"

 

잠시 생각에 잠겼던 마리아나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인터넷 공유기쪽으로 가서 뭔가 확인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제게 와 배꼽에 팔찌를 바짝 갖다 대더니 천진난만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인터넷도 빵빵하게 있으니까 분명히 누림이가

배꼽으로 이 팔찌를 볼 수 있을거야!!!"

 

"잉? 뭐라고????"

"그렇잖아! 인터넷이 잘 터지면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랑도 화상통화 쉽게 하잖아~~ 그러니까 누림이도 분명히 배꼽으로 내 팔찌 볼 수 있을거야!

누림아! 팔찌 예쁘지?? 내가 니 것도 만들어 줄게~~~~~!!!"

하트3

"하하하하하.."

저는 정말 한참을 녀석 때문에 웃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나 싶어서 말이지요^^

 

 

참, 동생이 여자아이란 소식을 지난 주 듣게된 마리아나의 친구들

 "넌 정말 복받은 아이구나!! 여동생이 남동생보다 훨씬 재미있어!!! 좋겠다~~~!!"

축하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지난 4월 생일파티에서의 마리아나와 친구들

이제 마리아나는 키 150cm에 신발 240mm를 신고, 손 크기가 저와 비슷한... 큰 언니가 되었습니다.

얼굴은 여전히 아이같고 생각도 여전히 어린이인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요...

 

 

여러분!

이제 입덧도 끝이 났으니 좀 더 자주 찾아 뵐 수 있길 희망해 봅니다!

변함없이 저를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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