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리브나무입니다.
많은 분들이 안부와 인사를 남겨 주셨는데, 한참 만에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제겐 또 한 명의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휴대폰 요금제 변경 때문에 사무실 근처 대리점에 들렀다가 그곳 직원이 전산 상의 제 이름을 보더니 "한국인이세요?" 라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 저를 기함하게 했었는데,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며 아쉬워했던 그녀는 진심으로 한국어를 배우길 원했고, 그렇게 함께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시간 형편 상 다른 제자를 받는다는 것이 꼭 반길 일은 아니었지만 한국어로 한국에 대해 공부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시간이 제겐 도리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이 되어 왔기에 새로운 친구와의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와의 이야기는 앞으로 차차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참, 지난 10월 한국어능력시험 TOPIK 1을 보았던 디미트라와 갈리오삐는 둘 다 1급에 넉넉한 점수로 합격했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습니다. 부족한 선생님을 잘 믿고 따라와 준 두 친구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시아버님, 마리아나, 시어머님까지 차례로 아팠습니다.
그간 제 시아버님께서는 갑자스레 다리에 뭐가 생겨 작은 수술을 하셨는데, 회복이 더뎌 일을 하시기가 어려워져 한동안 제가 계속 시간 외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말시험에 딴엔 총력을 다 했던 마리아나가 열감기로 고생을 했고 곧 어머님까지 열감기로 고생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주어진 일을 촘촘하게 시간 간격에 맞추어 해나가는 로봇처럼 눈 앞의 급한 일들을 해치우다보니, 차 한 잔 느긋하게 마실 제 시간은 조금도 없이 그냥 연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얼핏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자신감과 겸손함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모처럼 휴일이지만 대가족 손님을 잔뜩 치르고, 한숨 돌리며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그리스에 온 이래로 가장 다사다난했던 해였지만, 그만큼 그리스인들의 사회로 가장 깊이 들어온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마치 어떤 집에 이사와 몇 년을 살면서도 미처 있는 줄 몰랐던 비밀 방을 발견한 기분이었달까요. 그 만큼 그리스인들과의 생활에 자신감도 늘었지만, 반대로 인생을 대할 때 겸손한 태도를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10대 혹은 20대, 아니 30대 초반까지도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삶을 현재에 살고 있게 된 것을 보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기도 하지만, 많은 순간 전혀 뜻밖의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가 많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 갈 수록 깨닫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근거 있는 자신감'과 '당당한 자세' 아래,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방을 내 집에서 오늘이라도 발견할 지도 모른다는 겸손함'을 늘 함께 갖고 갈 수 있는 2015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축복이 많았던 한 해, 많은 것을 배웠던 감사한 한 해였고, 제게 '작은 여유라도 생길 때마다 가장 하고 싶은 궁극적인 일인 글쓰기'에 기꺼이 독자로 동참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비루한 저에게 또 한번 우수 블로그라는 과분한 호칭이 올해도 주어졌는데, 내년엔 어쩌면 올해보다 더 적은 글로 여러분을 찾아뵐지도 모르겠지만, 단 한 분이라도 제 글을 읽어주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어떻게든 글쓰기를 멈추진 않을 듯 합니다.
여러분, 행복한 연말 되세요! 조만간 새로운 그리스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사랑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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