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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독백

좋은 남편의 조건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0. 13.

 

 

 

어제 미국에 있는 동생과 통화를 하며, 미국 다른 지역에 있는 막내 동생의 남편, 전화를 준 동생의 남편 그리고 매니저 씨에 대해서 얘길 나누었습니다.

한마디로 자매들끼리 남편 흉들을 본 것입니다.

결국 통화는, 모든 남편들이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으니 장점을 보며 살아야지 어쩌겠냐 로 끝이 났습니다.

 

열흘 전쯤 그리스에 다시 다니러 온 오스트리아 사촌 마사는 요즘 많이 바쁩니다.

원래 올 봄쯤 그리스로 이사 오려 했던 계획이 늦어지며 내년 봄 이사 계획을 갖고, 이번엔 아예 6주 동안 머물면서 이런 저런 서류 준비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간 여행으로만 이곳에 왔던 터라, 관공서는 어딘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 밖에 없는 마사입니다.

저도 처음 이민 와서 혼자 이런 문제로 고생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남일 같지 않아 그녀를 돕다 보니, 요 며칠 은행으로 우체국으로 짬짬이 함께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며칠 전 마사와 함께 커피를 마셨던 카페입니다.

낮엔 더워 아직도 수영하는 관광객이 있는 로도스입니다.

 

 

어제는 일을 마치고 함께 커피를 마시는데 남자 친구 스테르고스에 대한 이야길 꺼냈습니다.

"있지, 올리브나무. 나는 지금 반지를 기다리고 있어."

"아! 그렇구나. 마사. 결혼을 언제쯤 생각하고 있는데?"

"나야 빨리 하면 좋지. 근데 빨리 할 수 있을지 몰라. 청혼을 먼저 해야 결혼을 하지. 아~~~얼른 청혼 해주었으면!!"

하트3

저는 마사가 이번에 그리스에 오기 직전, 저희 집에 놀러 왔던 스테르고스에게 언제쯤 결혼을 생각하고 있냐 물었을 때 몇 년 후를 생각한다는 대답을 이미 들었기 때문에 그녀가 청혼을 기다리고 있는 것에 대해 뭐라 딱히 해 줄 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웃으며 "스테르고스는 좀 신중한 스타일이잖아. 넌 지금 뜨겁게 사랑할 때 얼른 해 버렸으면 좋겠지?"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마사는 제 말에 깔깔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있지. 스테르고스가 맨날 그러는 거 알지?

내 성격이 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라서 사촌 매니저와 남녀 쌍둥이 같다고. 하하하.

스테르고스랑 나는 어쩜 이렇게 다른지 몰라~~"

ㅎㅎㅎ샤방

 

마사 말대로 스테르고스와 마사는 무척 다른 성격입니다.

그런데 마사와 쌍둥이 같은 성격의 매니저 씨와 저 역시 아주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데요.

굳이 말하자면 제 성격은 스테르고스 성격에 더 가깝습니다.

그럼 저는 마사가 그렇게 사랑에 푹 빠진 스테르고스에 대해 남자로서 매력이 있다고 느낄까요?

아…그렇지가 않다라는 것입니다. 그가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그를 보면 저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와 매니저 씨는 단짝이 될 수 있었고, 매니저 씨는 자신의 오랜 단짝 친구와 성격이 비슷한 저와 결혼하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그는 매니저 씨와 성격이 비슷한 마사와 결혼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요.

국적을 막론하고 말이지요.

 

결론적으로 좋은 남편이란, 성품이나 인격이나 경제력이나 능력이나…이런 부분도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아야겠지만, 서로 달라도 가정이란 울타리 안에서 나와 화음이 잘 맞는 상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매니저 씨와 저는 달라도 너무 달라, 서로 툭탁툭탁 싸울 일이 많지만, 분명 다르기 때문에 가정 안에서, 부모님에게, 자녀에게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살면서 깨닫게 됩니다.

 

남편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제 동생들도, 분명히 그렇게 화음을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 서로 달라도 매력을 느꼈을 것이고, 결혼을 했을 것이고, 계속 살아가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상습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남편이 아닌 다음에야(제가 가정상담 일을 했을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세 종류의 남편이었는데 상습적으로 때리는 남자, 외도하는 남자, 경제활동 의지가 전혀 없는 남자였습니다.) 살면서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서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며, 쉽지 않더라도 서로의 장점을 보려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어제 저녁 5주 연속 주말에 매니저 씨 친구들이 찾아와 기막혀 하며 2층으로 올라와버린 저는, 화가나 동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눈치는 있어서 퇴근하며 장 잔뜩 봐서 들어오고, 주급 받은 것도 일부러 친구들 왔을 때 나한테 주고, 엄청 친절한 척 하고 있는 거 있지? 웃겨 정말.그 친구가 집을 새로 구해 살림살이가 없어 우리 집에 자꾸 와서 주말에 죽치고 있는다는데, 정말 불쌍하니까 조금만 더 봐주고 이제 안 봐줄 거야!"

 

그런데 문자를 보내자마자 매니저 씨가 사색이 된 얼굴로 2층으로 뛰어 올라와서 저에게 휴대폰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나한테 뭐라고 이렇게 길게 보낸 거야 ? 왜 한국말을 이렇게 길게 썼어? 응? 내가 친구 데리고 왔다고 그렇게나 화 난 거야?? 응?? "

헉4

어머나…제가 동생한테 카톡을 보낸다는 게, 흥분해서 실수로 낮에 통화했던 매니저 씨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지요.

저로부터 한국어로 그렇게나 알아들을 수 없는 긴 문자를 처음으로 받은 매니저 씨는 정말 놀란 표정이었고, 저는 그 표정이 너무 웃겨서 그만 팍 웃고 말았습니다.

"걱정하지마. 동생한테 쓴 건데 실수로 그쪽으로 보낸 거야. 당신 욕 썼어."

     no

자기 욕을 썼다는데도, 그 알아볼 수 없는 긴 한글 문자가 자기한테 보낸 문자가 아니란 사실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밀며 팔로 하트를 마구 그리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참 단순한 매니저 씨입니다.

ㅋㅋㅋ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 속이 늘 복잡하고 생각이 많은 저에게, 딱 맞는 사람이구나. 라고요.

생각을 하다가 하다가 가만히 놔두면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갈 만큼 심각한 생각을 자주 하는 제가 지구 맨틀이라도 뚫고 들어갈까 신이 걱정해서, 단순, 쾌활, 감성충만, 다혈질의 남자와 살게 되었나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니저 씨는 분명 좋은 남편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건가? 너털웃음을 웃어봅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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