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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독백

배고픈 걸 못 참는 딸아이를 깜짝 놀라게 한 우편물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9. 17.

 

 

 

전에도 밝혔듯이 저희 딸아이는 배고픈 것을 참 못 참습니다.

게다가 편식은 하지 않지만 유난히 예민한 혀를 갖고 있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콧노래를 부를 때가 많고, 그모습을 쳐다보는 가족들이 서로 눈짓을 하며 웃게 만들곤 하지요.

며칠 전엔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들끼리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 나왔는데, 딸아이는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엄마, 저 사람들은 연기자인데 연기를 하면서 음식을 먹는 척 하는 거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먹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자연스럽잖아."

"우와~! 좋겠다! 연기자가 되면 맛있는 것도 많이 먹겠구나..."

"ㅋㅋㅋ 못 말려.…"

 ㅎㅎㅎ

 

작년 이맘 때, 할아버지 생신이라 외식 중에 치즈볼에 꽂힌 딸아이입니다.

이 밖에도 딸아이와 먹을 것에 관한 에피소드는 참 많은데요.

일요일 저녁이면, 이번 한 주간 동안 무엇을 만들어 줄 것인지 자세히 묻고 먹고 싶은 것을 쭈욱 늘어 놓으며 부탁을 하기도 해서, 이미 이번 주에 그리스에서의 하루 중 메인 요리인 점심 메뉴로 (그리스 아이들은 아침을 학교에서 도시락으로 먹고 오후 2시에 학교가 끝나 집에 와 시쯤에 점심을 먹습니다.) 제가 무엇을 요리할 지 다 정해진 상태입니다. ^^

도리어 그렇게 먹는 것에 비해서는 살이 덜 찌는 편이라고 다행이라 여길 정도입니다.

 

지난 토요일, 저희 집 대문에는 근처 대형마트 세일 전단과 함께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세일 쿠폰이 잔뜩 들어있는 봉투가 꽂혀 있었는데요.

이를 본 매니저 씨는 무슨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피자 가게 세일 쿠폰이 담긴 봉투의 받는이를 쓰는 곳에 딸아이 이름을 써 넣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왜 딸아이 이름을 써 넣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응. 이렇게 많은 피자 세일 쿠폰이 특별히 본인 앞으로 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좋겠어?

마리아나 기뻐하라고 특별히 써 넣는 거야. 일종의 이벤트지!"

슈퍼맨

"그런다고 속을까? 봉투에 인쇄된 글씨도 아닌데?"

"아휴. 나중에 알더라도 분명히 좋아할 거야. 아빠, 주말에 피자 시켜 먹자! 이럴 걸?"

TV

 

그렇게 본인 이름으로 도착한 듯 보이는 봉투를, 딸아이는 월요일이었던 어제 오후에야 들여다 보게 되었는데요.

"엄마! 이거 나한테 온 거야???"

??

저는 모른 체 하며 "글쎄. 열어 봐."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봉투를 열어 본 딸아이는 좋아하기는커녕, 울상을 지었는데요.

 

"엄마! 피자 쿠폰을 나한테 왜 이렇게 많이 보낸 거야?"

"왜? 좋지 않아? 50% 세일 쿠폰인데?"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피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이렇게나 많이 보내 준 거야? 

이 가게에서 나를 먹보 대장으로 아는 거야? 그런 거야?"

슬퍼2

뜬금 없이 울상을 지으며 걱정하는 딸아이의 반응에 저는 빵 터져서 웃었습니다.

"하하하..좋잖아. 잘 먹는 우리 딸 생각해서 특별히 보내 준 것 같은데~"

"아니야! 난…난… 이렇게 많은 쿠폰으로 피자를 먹으면 배가 불룩해져서 큰 일 날 거야! "

그러더니 체중계 위에 올라가서 체중을 막 재는 게 아니겠어요?

우하하

 

사실 딸아이는 얼마 전 측정해보니 1년 사이에 키가 10cm 나 크면서, 당연히 체중도 2~3kg 증가했는데요.

아무리 당연한 것이라고 해도, 이제는 그런 몸매나 수치에 민감한, 딸아이는 마냥 어린이는 아닌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그날 저녁, 새 학기가 되어 다시 시작한 리듬체조학원에 다녀와서 또 몸무게를 쟀던 딸아이는 마치 런닝맨의 이광수처럼 소릴 질렀는데요.

 

 

운동하고 왔는데 0.2kg가 오후보다 도리어 올라갔다는 것이었습니다.

ㅋㅋㅋ

 

저는 더 이상 아빠의 기대처럼 피자 세일 쿠폰을 받아도 마냥 기쁘지 않은, 이제는 좀 커버린 딸아이를 달래야 했습니다.

"얘. 원래 운동한 직후에는 근육 량이 늘어나서 무게가 조금 더 나갈 때도 있어. 그런데 실제 지방은 감소한 거야. 제발 몸무게는 아침에 한 번만 재자. 응?"

 

그래 놓고 오늘 아침, 어제의 일은 까맣게 또 잊은 딸아이는 샌드위치와 과일을 건네 주는 제게 말했습니다.

"아~ 맛있겠다. 학교 가서 얼른 친구들이랑 먹어야지~~"

"으이그. 많이 드셔."

 

참, 못 말리는 딸아이입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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