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 시 끝 쪽에 있는 저희 집 근처에는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다섯 개의 대형 프랜차이즈 슈퍼마켓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이마트, 롯데마트, 코스트코 이런 마트들입니다.
깔끔한 상품과 유기농 제품으로 승부하는 AB 바실로풀로스, 독일 프랜차이즈 리들, 우리나라에서는 철수 했지만 유럽 상권의 상당 부분 장악하고 있는 까르푸 두 곳, 마지막으로 그리스 프랜차이즈로 현지 재배 야채를 주로 취급하는 베로풀로스 등입니다.
워낙 각각의 개성이 있고, 파는 제품 형태도 다르기 때문에, 평소에는 때에 따라 각 곳에 필요한 상품이 생기거나, 세일 전단지가 집으로 들어올 때 필요한 게 있는 곳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제 마음이 아주 답답할 때 꼭 찾아가는 특별한 슈퍼마켓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그곳을 함께 가 볼까요?
그곳의 입구는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그냥 슈퍼마켓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주변 마트 중에 가장 작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실망은 금물이에요.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마트 안으로 들어서니 물건이 진열된 쪽이 아닌 정면으로 작은 카페가 보이시지요?
그날 만든 파이와 신선한 샐러드, 커피와 음료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인데요.
카페 옆 창문으로 엄청난 양의 햇볕이 들어오는 게 보이시지요?
그쪽으로 한번 가 볼까요?
문을 열고 나가면, 이렇게 작은 발코니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는데요.
이 카페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을 함께 보실래요?
.
.
.
.
.
짜잔~!
바로 며칠 전 찍은 사진입니다.
호텔들과 바다가 보이고, 바다 건너 터키 땅도 보입니다.
저는 처음 이 슈퍼마켓에 갔을 때, 이 동네 사람들은 정말 당연하게 여기며 아름답다는 말도 하지 않는 이 마트 바깥 풍경에, 아! 라고 한 마디 내 뱉은 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난간에 기대어 하염없이 풍경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후 마음이 답답한 일이 생길 때, 한번씩 찾아가 커피 한잔을 놓고 이 풍경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자면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곤 합니다.
좋은 풍경이나, 어떤 특별한 장소가, 내가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좀 덜 답답하게 만들어 주고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어릴 때 부모님과 떨어져 있던 몇 개월 동안, 골목 제일 위에 자리하고 있던 외할머니 집 옥상에 올라서서, 지붕 기와에 기대 앉아 내려다보이는 골목의 집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게 그렇게 좋았던 것처럼 말이지요.
여러분에게도 그렇게 위로가 되거나 마음의 쉼이 되는 특별한 장소가 있는지요?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시골에 자리한 전원교회 앞마당인데, 제게 늘 위로가 되는 장소랍니다.
한국의 산천초목은 참 아름답습니다...
'신비한 로도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라클레스가 지나갔다는 장소에 가보니 (37) | 2014.01.06 |
---|---|
유머 넘쳐, 연말 그리스 옷 가게 디스플레이 (40) | 2013.12.30 |
내가 ‘권투 하는 곰’이라 불린 이유 (60) | 2013.12.12 |
이럴 땐 차라리 한국과 교류가 적은 나라에 사는 게, 부모님께 다행이다. (48) | 2013.11.25 |
올리브나무 씨, 그리스는 명절도 아닌데 일복 터져 뜬금 없이 사진과 포스팅 정보 대방출! (머리 꽃 달겠어요.) (62) | 2013.09.20 |
그리스 로도스에 한국의 국화 무궁화가 많은 신기한 이유 (31) | 2013.06.27 |
짧은 일탈, 특별한 밤 외출에 마음이 시원해졌어요.(그리고 미안해.) (50) | 2013.06.12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로도스 “빨리아 뽈리” (24) | 2013.05.01 |
비가 왜 계속올까 라는 푸념에 이쁘게 동문서답 해준 딸아이 (25) | 2013.03.28 |
굳이 그리스 바닷가에서 한판 승부 벌이는 이해불가 무림 고수들 (21) | 2013.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