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한 유로비전 중계와
시어머니의 엉뚱한 시청평
어제 소개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유럽의 각 나라 각 가정으로 생방송으로 내 보내는데요.
영어로 진행되는 축제이니만큼, 각국 언어로 아나운서나 MC 들이 이 축제에 대해 각 나라 방송국에서 중계 해설을
하게 됩니다.
그리스의 경우 그 중계와 해설이 해마다 마치 만담을 연상케 해서 그 해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오늘은 유로비전에서 특이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나라들 중심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그리스 중계 해설가들은 얼굴은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계속 출연했는데요.
원래 풍자를 좋아하는 그리스 방송인들답게, 저를 많이 웃게 만든 이 코믹한 해설 내용과
이에 대한 저희 시어머님의 엉뚱한 반응을 소개해 봅니다.
1. 몰도바(Moldova)의 곡 O Mie에 대하여
올해에는 26개 출전국 중에 세 번째로 노래를 불렀던 몰도바 가수는 뒷부분 퍼포먼스로 계속 키가 커지며 드레스가 늘어나는
모습을 선보였는데요.
화려한 유로비전 특성상 상당히 특이한 퍼포먼스네, 정도만 생각했다가 해설가의 얘기를 듣고 빵 터졌습니다.
"아~~~~네. 도대체 얼마나 키가 커지려는 걸까요? 완전 죽죽 커지고 있네요!"
2. 루마니아(Romania)의 곡 It's My Life에 대하여
루마니아는 올해 팝페라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창법과 퍼포먼스로 상당히 독특한 무대를 보여주었는데요.
해설자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그냥 '음~팝페라 스타일로 불렀네? 특이하네?" 정도로만 생각하다가, 그리스 해설가의 마지막
"정말 루마니아답지요?" 라는 한 마디에 빵 터졌답니다.
루마니아답다는 말은 그 퍼포먼스가 드라큘라를 연상시킨다는 말을 한 것인데요.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게 보여서 도무지 무대를 멋지게 감상하기가 어려웠답니다.^^
3. 말타(Malta)의 곡 Tomorrow에 대하여
어제 잠깐 언급했던 8위 우승곡인 말타의 곡은 밝고 경쾌한 멜로디와 긍정적인 노랫말로 대중을 사로잡았는데요.
그리스에서는 흔하게 사용되지 않는 멜로디 형태라 (그리스 현대 음악은 지나친 장조보다 단조 멜로디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이것은 그리스 전통음악이나 악기와도 상관 있다고 보는데요.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할게요.)
해설가는 그의 노래가 끝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 많이도 웃는 의사 선생이네요~~~!"
뭔가 그리스인에게 어색한 곡이라고 여긴데다, 가수의 원 직업이 의사라는 것을 인터뷰에서 봤기에 살짝 풍자조로 이야기
한 것이지요.^^
한국인인 저는 한국인 정서에 상당히 어울리는 노래인 듯한 이 곡에 대해 밝고 긍정적인, 노랫말이 좋은 곡이구나 라고 생각한
답니다.
4. 핀란드(Finland)의 곡 Marry Me에 대하여
사실 이 곡은 처음 도입부부터 좀 특이한 곡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제목에서 예성했던 것과 달리,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느낌보다는 가수의 복장도 화장도 저돌적인 느낌이 강했던 곡이었는데요.
역시 해설가 놓치지 않고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결혼을 몹시 하고 싶은 모양이지요? 상당히 저돌적입니다!"
그런데 위 동영상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더 대박 사건은 이 노래가 끝나고 나서 무대에 올라온 가수의 친구로 보이는 듯한 여성
과 가수가, 여성끼리 입에 진한 kiss를 나눈 것입니다.
피자 드시며 보시던 저희 시어머니 눈이 똥그래지시면서,
"아니 여자한테 결혼해 달라는 거였던 거야? 어쩐지 노래가 너무 이상하더라."
라고 돌직구를 날려 주셨습니다.
5. 네덜란드(The Netherlands)의 곡 Birds에 대하여
이 곡은 상당히 특이한 곡인데요.
계속 단조에서 장조로, 장조에서 단조로 전조가 일어나며 일반적으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음의 흐름이 전혀 아닌 곡인데요.
역시 해설가는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좀 교회 풍의 곡이군요~~~~!."
아하하하.. 저는 정말 빵 터졌는데요.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교회 풍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남성 솔로 혹은 듀엣 성가대가 가사를 알아
들을 수 없는 전통 방식으로 곡을 길게 뽑아 부르는 그리스 정교회 풍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해설자의 더 깊은 뜻은 "약간 장례식 곡 같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답니다. 대 놓고 그렇게 말할 수
는 없으니 빗대어 말을 한 것이지요.
역시 시어머님은 "유로비전 출전곡인데 왜 저러지?" 라는 말로 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는데요.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들어봐도, 가사 없는 BGM도 아니고 가사가 있는 노래인데 참 몽환적인 곡이다 싶습니다.
올해 유로비전에서, 퍼포먼스를 제외한 노래로는 가장 특이한 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6. 올해 유로비전의 2위 곡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의 Hold me에 대하여
이 곡에 대해서는 해설가의 말보다 저희 시어머님이 했던 말 때문에 정말 많이 웃었답니다.
퍼포먼스가 화려했던 만큼, 가수와 무대에 오른 사람들이 참 열심히 연습을 했겠구나 싶었습니다.
동영상을 보시면 가수와 유리관 안의 남자가 키도 비슷하고 하는 동작을 똑같이 해서 뭔가 화자의 번민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연출했는데요.
저희 시어머님께서 이걸 보시더니, "아주 멋져! 난 맘에 들어!"를 반복하시더니
다 보신 후에 뜬금없이 "둘이 쌍둥이지?" 그러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머니, 잘 안보이세요?" 라고 제가 묻자
"돋보기 썼는데? 둘이 쌍둥이잖아~." 라고 말하셨고,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우기셔서 아버님께서 "당신 정신을 차리시오!"라고 하며 시어머님의 양 볼을 쥐고 막 흔드니까,
그제야 "아~~~~아니구나. 아님 말고." 이러셔서 저희를 웃겨 주셨습니다.ㅋㅋㅋ
그러더니 뜬금없이 우크라이나 가수 드레스가 너무 예쁜데, 뭐가 묻은 것 같다고 트집을 잡으시고, 노르웨이 가수 드레스가
딱 본인 스타일이라며 감탄을 연발하셨는데요.
우크라이나 가수 드레스
노르웨이 가수 드레스
결국 이 어머님의 궁시렁은 시아버님의
"그래. 당신 내일 저 것과 같은 드레스 사서 입고 나를 맞이해줘. 아주 멋지다." 라는 말에
잠잠해 졌답니다.
ㅋㅋㅋ
그게 어머님께서 입으시기에는 좀 타이트한 스타일이라 더 이상 대답을 안 하신 것이지요.
어떻든 두 판의 특대형 피자와 많은 양의 클럽 샌드위치가 시청 후에는 몽땅 사라진
저희 가족의 유로비전 시청이었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화요일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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