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사와 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정말 괴기스런 외국인 친구들
어제 소개한 할끼다에 여행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아테네 근교의 소도시인 할끼다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프랑스풍의 호텔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길 잘 했다 생각했는데요.
당시 저희가 묵었던 할끼다의 호텔정원과 베란다 사진입니다.
매니저 씨는 할끼다에서 아테네로 가는 길 중간 쯤의 경치 좋은 바닷가에, 친한 친구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며
오랜만에 그들을 만나고 싶으니 함께 들르자 했습니다.
기존의 제가 알던 매니저 씨 친구들이 다들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들이라, 새로 만날 이들에 대해서 별 거부감 없이
흔쾌히 함께 가게 되었는데요.
호젓한 바닷가에 있는 이 카페 간판을 찾았을 때부터, 저는 뭔가 좀 특이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대로 변에서 바닷가로 들어가는 작은 길 입구에 카페 간판이 달려 있었는데, 부는 바람에 끼익끼익 소리
가 날 만큼 "ㅇㅇcafe" 라는 쇠 간판이 삐딱하게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뭐지?????
카페 입구에 들어서니 직원인 젊은 아가씨가 우리를 안내했고, 카페 안쪽 Bar와 당구대, 간이 PC방 등이 비치되어
있는 곳에서 매니저 씨의 친구 둘이 함께 걸어나오며 매니저 씨를 부둥켜 안고 엄청난 환영의식을 했는데요.
처음 보는 그 두 친구는 그간 제가 보아왔던 매니저 씨의 친구들과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둘은 형제였는데, 일단 외모부터 범상치 않았습니다.
이 사진을 다시 보니 가운데 매니저 씨가 평범해 보이기까지 하는군요.^^
일단 그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 후 그리스 커피 프라뻬를 만들어 주길래, 그들의 범상치 않은 외모와 과한 환영
의식에서 만들어진 어색함을 극복하고자 저는 커피 얼음을 빨대로 괜히 딸그락딸그락 젓다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
습니다.
그런데 매니저 씨와 그 두 친구가 하는 대화를 한참 듣다보니, 뭔가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더 주의 깊에 그들의 대화를 귀기울여 듣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사진의 왼편에 있는 남자가 둘 중 형인데(이름은 밝히지 않는 걸로^^), 계속 오늘 아테네에서 어떤 사고가 있었는데
그 시신을 처리하는 데 상당히 힘들었다, 뭐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뭐, 뭐라고요? 왜...시신을 처리하시는데요... 왜 그런 사고가 난....왜....?
저는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간신히 누르고 그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는데요.
그는 자신의 긴 곱슬머리를 손가락으로 잡아 당기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카페를 하시면서 장의사도 하시는 거에요? 어디....에서? 여기 근처에서요?
그, 그, 그리고 무슨 기술이 필요한데 최고라고....?
저는 너무 당황해서 더 버벅이며 겨우 물어보았는데요.
옆에 있던 그의 남동생의 말 때문에 저는 더 말문이 막혀 버렸습니다.
"6 Feet Under라는 미국드라마 봤어요?
관꾸껑을 열고 하는 장례식은 메이크업부터 약품 처리가 상당히 중요하다구요.
우리 기술은 상당히 훌륭하지요~!"
그러더니 갑가기 자기 티셔츠를 확 열어젖혀 가슴팍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기절할 듯 놀랐는데요.
"왜, 왜 갑자기 가슴팍을 보여주고 그러냐고요~!!!!!!!!!!!!!!!!!!!!!!!!!!!!
말로 설명하면 되지, 나는 보길 원하지 않는다고욧!!!!"
라는 말을 놀라서 입밖으로 내지도 못 하고 어버버거리고 있는데,
제 옆의 매니저 씨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사진을 연신 찍으면서 친구에게 다시 되물었는데요.
"야! 그런 기술이 있으면 시신에게만 쓰지말고 네 몸이나 좀 관리하지?"
그러자 그는 다시 "우헤헤헤헤!" 웃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옆의 직원 아가씨는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 담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그 카페의 지하 어딘가에 장의사 일을 하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카페 손님들은 당연히 누구도 그걸 모르겠지요.
그들의 얘기는 짐짓 심각하게 계속 일 얘기로 이어졌고, (최근 처리한 시신에 대한 이야기로) 매니저 씨는 이런
이야기가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다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슴팍을 보여 주었던 친구는 그후에, 자신과의 소개팅에서 소개팅녀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간 이야기
를 시리즈로 엮어서 상황 재연까지 하며 실감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상황이 정말 자학개그에 가까와서 저는 웃어야할지,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야할지 상황판단이 안 되어서 더
안절부절 못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저는 커피를 귀로 마시는 지 코로 마시는 지, 멍하게 있다가 그 자리를 떴습니다.
당시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찍은 제 셀카를 한장 올리자면요.
얼굴 색이 핏기가 없는 게, 상당히 지쳐 보이지요?^^
장의사라는 직업이야 어디나 있을 수 있는 것이지만, 바닷에서 카페랑 같이 장의사를 손님 몰래 운영하며,
또한 그들이 정말 보다 보다 처음 보는 스타일의 사람들인 데다가, 처음 보는 이상한 행동들을 했으니 말이지요.^^
참 특이한 사람들이야...
현재 저 두 친구는 그리스 경기 불황으로 카페를 접고 장의사만 운영하고 있는데요.
정말 그러길 잘했다고, 몇 번을 얘기해 주었답니다.^^
그래도 어쩌다 매니저 씨와 저 둘이 인터넷 메신저로 통화할 때, 제가 안부인사라도 건네려 하면
저 놀리는 재미가 있어서인지, 또 특이한 시신 처리를 한 이야기를 막 심각하게 하면서 저를 골탕먹이곤 한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해 주고 싶어져요ㅠㅠ.
저 둘은 여전히 미혼인데요.
아마 저들의 특이한 스타일로 보아 앞으로도 결혼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화요일 되세요!
* 저는 저 할끼다 여행에서 어쩌다가 여권을 도난 당했는데요.
그로 인해 또 한바탕 아테네를 누비는 엉뚱한 상황을 겪에 된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소개해 드릴게요^^
* 실제 그리스에서는 관 뚜껑을 열고 장례식을 치르는데, 다른 서양국가와는 좀 다른 풍습이 추가 되어 있습니다.
제가 갔던 그리스에서의 네 번의 장례식 이야기 역시 다음에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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