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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아무하고나 쉽게 싸우고, 쉽게 친구가 되는 희한한 그리스인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6. 1.

                 

          



  아무하고나 쉽게 싸우고

  쉽게 친구가 되는

  희한한 그리스인들 









유월입니다. 아카시아가 흐드러진 어릴 때 살던 동네가 떠오릅니다.

그리스는 요즘 자카란다(Jacaranda) 꽃이 피는 계절인데, 정말 예쁘네요.


저는 그리스에 와서 이 꽃을 처음 봤는데요. 정말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네요.

제가 보라색을 좋아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오월의 말일이었던 어제, 정말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다녔는데요.

관공서로 은행으로 사무실에서 말일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그 전날 딸아이와 쉰 관계로 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입니다.


신호 없는 삼거리에서 대기 중에 좌회전을 하는데(우리나라의 비보호 좌회원 같은 곳이었어요.) 앞차가 좌회전

하도록 양보해 주었던 왼쪽 길의 오토바이에 탄 젊은 여성이, 제가 앞차를 따라 좌회전 하려 하자 제게는 쌍욕을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안습

원래 그리스에서는 이런 경우 한 대씩 지나가는 게 일반적인 관례이긴 한데, 제가 급한 마음에 뒷 차를 따라나선 것

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금 웃으며 앞차를 양보했으면서 정색을 하며 제게 욕을 날린 그 여성에게, 저는 어떤 마음이 들었

을까요?


시러좀 싫긴 했지만, 전~~~혀 화가나지 않았습니다.굿모닝3


일단 제가 성급하게 따라 좌회전하려 했으니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 여성이 제게 말한 그 정도는

그리스 시내에서 욕도 아니고 싸울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일에 모르는 사람에게는 냉정하게 따지고 드는 국민성을 가졌기에, 그 상대가 아는 사람이었을 때와 모르

사람이었을 때의 그리스인들의 태도는 엄청나게 달라지는데요.

이런 이유로 불특정 다수 아무나와 마주칠 수 있는 도로에서, 더 잦은 싸움이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그리스 TV 에 올라왔던 광고 두 개를 함께 먼저 보시면요.

나름 광고의 최고라는 통신사 광고와 우리나라에서는 점잖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항공사 광고입니다.

둘다 길거리에서 싸우는 것을 모티브로 삼았는데요.

내용이 어떠하든 그런 것을 최고의 광고들이 모티브로 삼을 정도이면,

그리스인들이 얼마나 길에서 모르는 사람과 잘 싸우는 사람들인지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광고들을 보면, 그리스 여성이 순종적이다 이런 오해는 쏙 들어가실 것 같네요~^^




이 통신사 광고의 요지는 "가족이 너무 말을 많이 할 때, cosmote라는 통신사를 이용하면 싸다" 라는 것입니다.^^
싸움날 것 같으니, 창문을 멍하니 올리는 남편의 표정이 정말 웃기지요?





그리스 항공사인 aegean airline의 런던행 할인항공권에 관한 광고인데요.
 
런던에서 그리스어를 못 알아 들을 줄 알고 그리스인 남자가 내뱉은 심한 말들에,
더 심하게 대응하는 런던 관광 중인 그리스 여성을 주제로 삼은 것입니다^^
이렇게 그리스인을 우연히 마주칠만큼 런던 관광을 많이 하고 있으니, 얼른 비행기 티켓을 사란 이야기지요.^^




이렇게 모르는 사람하고는 죽자고 소리치며 싸우길 좋아하면서,

조금만 안면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모두 다 친구'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또 그리스인들입니다.

ㅋㅋㅋ참 특이하지요?


저는 처음 매니저 씨가 누군가를 소개할 때 내 오랜 친구야 이렇게 소개했을 때,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개념대로

서로 가끔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묻는 그런 기본적인 친구 관계를 말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리스에서는 전화번호를 모르고 안부를 자주 안 묻더라도 사소한 인연만 있으면 우리는 친구지?

이런답니다.

그래서 매니저 씨가 제게 친구라고 소개한 수 많은 사람 중에, 나중에 알고 보니 제 기준에서의 친구인 사람의 비율

20% 도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 굉장히 황당했습니다.

매니저 씨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그리스인들은 그런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제게 그리스인들의 이런 친구의 개념을 확인시켜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로도스 시 중앙우체국 직원인 한 남성분입니다.(사실 제게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사람인데요.)


저는 한국이나 미국으로 생일, 명절, 무슨 날이 될 때마다 소포를 자주 보내기 때문에, 이 남성분과는 몇 년간 상당

히 안면이 있게 지내긴 했습니다.

그러나 중앙우체국 근처 무료주차 시간이 짧아서, 직원분들과 업무 외에 특별히 긴 대화를 나눈 적은 없습니다.


로도스 시 중앙우체국


그런데 어느 날 그 중 머리가 희끗한 삼촌 뻘의 한 남성분이 저를 정말 반갑게 맞으시며, 우리는 친구지?

다른 직원들에게 저를 친구라고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게... 지금 무슨일.....??????


...이라고 여겼던 저는 자초지종을 묻는 눈빛으로 그 분을 쳐다보았는데요.

그분의 설명을 들으며, 그분과 제가 친구가 된 상황을 종합해 보니 이렇습니다.


어느 겨울 저희 가족은 오스트리아에 계신 매니저 씨의 고모님 댁에 가게 되었습니다.

겨울철이라 비엔나까지 직항이 없어서(여름엔 로도스-비엔나 직항이 있습니다. 비행시간 두 시간 반이랍니다.)

아테네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려는데 어디서 정말 많이 본 사람이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도저히 그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났던 저는 당시에 '저 사람이 누구였더라?' 라고 생각만 하고 지나갔었는데요.

그분 얘기로는 저희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오스트리아를 갔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같은 날 비엔나 그 복잡한 시내에서 저희랑 또 우연히 마주쳤었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그분 가족들을 뵙지

못 했는데, 그분은 저희 가족을 모두 보셨다고 니다.

응응 구나...


순간부터? 저희 가족은 그분에게 친구가 된 것입니다.(제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하하...)

그 후로 이분 틈 나면 매니저 씨와 딸아이 안부도 물어보시곤 해서, 정말 놀랄 때가 많습니다.

어제도 소포를 보내러 중앙우체국에 갔었는데 이분께서 저를 반갑게 맞으시면서 박스에 테이프 붙이는 것도 다 해

주시고 번호표가 길게 기다려야 하자 그냥 먼저 제 일을 봐주시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다른 이에게 신세를 잘 못지는 성격의 저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씀을 드려야 했습니다.^^;)

의사와 상관없이 친구가 된 이분 덕분에 매번 쉽게 우체국 일을 보게 되어서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많지만, 이렇게 쉽게 친구가 되는 그리스의 문화가 어색하면서도 참 신기하기도 하답니다.




아무하고나 쉽게 싸우고,

쉽게 친구가 되는 그리스인들.

죽자고 소리치고 싸우려 할 때는 얄밉다가도

어쩐지 감정에 솔직한 그들이 귀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네요.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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