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차림으로 나를 맞이한
외국인 남편 친구들
어제 예고한 대로 로도스에 첫 여행을 왔던 때 깜짝 놀랐던 사건을 소개합니다.
사실 다른 그리스 지역을 여행할 때와는 달리 이 로도스 여행은 환상적으로 멋있기도 했었지만, 반면 조금 스트레
스이기도 했었는데요.
그냥 아는 사람이었던 매니저 씨 덕에 관광지가 아닌 그리스인들의 일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일단 그리스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었기에 매니저 씨의 영어 통역이 아니면 제 욕을 한들 알아들을 수 없을 지경
이었습니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으로 나름 여러 나라를 다녔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갑자기 낯선 언어에 동양
인 한 명 만나기 어려운 곳에 뚝 떨어진 적은 처음이라, 음식 설고 말 설고 사람 설고, 몽환적인 지중해 날씨와 처음
보는 고대도시와 중세도시 흔적들과 그리스인들의 일반 생활 속에 머물게 된 저는, 마치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어디론가 타임슬립을 한 건가? 그런 이상한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여행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몸살이 날 만
큼 충격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첫 여행 때 찍었던 로도스의 Pefkos 해변
이민 오기 전, 어느 로도스 여행 때의 저와 매니저 씨 사진입니다. 이상하게 흔들려서 더 좋은 그런 사진이에요.
저에게 그 사이에 무슨일이 일어난 걸까요. 이런 풋풋한 느낌은 이제 제게 없네요^^ 누구세요? 거기?
첫 여행 때 찍은 로도스의 린도스(Lindos)
그 짧은 로도스 첫 여행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열 개 넘는 에피소드를 쓸 수 있을 만큼 특이한 일의 연속이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딱 붙는 팬티인지 수영복인지 차림의 매니저 씨 친구들 때문이었습니다.ㅠㅠ
어느 날 매니저 씨는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설명도 안하고, 엠보나 라는(언젠가 소개한) 와이너리와 올리브농장이
많은 산 위에 있는 마을로 가게 되었습니다. 한 여름 뙤약볕이 떨어지는 마을에 들어서면서야, 이곳에 친구네 외갓
집이 있는데, 친구는 저를 보려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친구가 다른 친구를 소개한다고 집으로 데려온다고 하면, 옷을 좀 제대로 입든지 집을 좀 치우든지
차를 준비하든지 뭔가 이런 행동을 하는게 보편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굉장히 오래된 집 앞에 섰을 때,
문을 열어주며 Welcome! 이라고 말할 매니저 씨의 친구를 나름 상상했는데요.
집 문을 열고 들어간 저는 정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이러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여자친구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팬티인지 수영복인지를 입고 눈으로만 인사를 까딱 하며 그렇게 저를 반기는 것이
었습니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해변도 아닌데 그러고 있는 그 친구를 보면서 눈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몰라서 그냥 일어나
구경하는 체 하며 두리번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사진을 찍어달래서 찍은 사진이 이렇게 증거로 남았네요.ㅠㅠ)
그 다음 날 어제의 충격을 잊지 못한 채 다른 친척 집에 갔는데, 친척 고모님쯤 되는 분이셨던 그녀와 저를 남겨두
고 갑자기 매니저 씨는 한 시간만 일을 하고 와야 한다고 가버렸습니다. 차라리 숙소에 내려주고 갔다면 혼자 책을
보든 산책을 하든 했을 텐데, 영어도 못하시는 그 먼 친척 고모님과 둘이 아직 익숙하지도 않은 그리스 프라뻬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려니 아주 미춰버릴 지경이었는데요.
어색함을 탈피하고자 출가한 자녀들 앨범이 있으면 보자고 어떻게든 제 의사를 전달했고,(대개 어르신들은 그런
앨범을 보면서 자녀들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기적적으로
제 말뜻을 알아듣고 위층에 앨범을 가지러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위층에서 사람이 내려오는 발소리가 나서 올려다보니,
그 먼 친척 고모님이 아니라… 왠 젊은 남자가! 빨간 딱 붙는 삼각 팬티만 입고
자다 일어난 듯 머리가 헝클어져서 터벅터벅 내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거의 목구멍으로 넘어올 뻔한 비명을 꿀꺽 삼키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제게, 그는 전혀 표정 변화 없는 얼굴
로 시큰둥한 듯한 영어를 사용하며
"니가 올리브나무니? 매니저한테 얘기는 들었어. 난 매니저의 사촌이야.(한국식으로는 실은 먼 친척)"
라고 말하며 그냥 바로 부엌으로 향해 제게 뒷모습을 보여주며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으악..미치겠네! 어쩌라는 거야?
저는 앉아 있던 둥근 테이블 유리를 검지손가락으로 괜히 문지르면서 고개를 숙인채 유리 아래 테이블보의 꽃무늬
를 따라 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잠시 후 앨범을 들고 내려온 친척 고모님과 얼른 열중해 앨범을 보며 알아듣지 못하지만 사진으로 짐작되는 그녀의
자녀들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고, 다행히 매니저 씨가 빨리 돌아와서 후다닥 그녀의 집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후유…
그 후 중간 중간 그리스 여행을 왔을 때, 매니저 씨가 그 집에 가자 하면 저는 식겁을 하며 못 가겠다고 손사래를
치며 어떻게든 그 먼 친척 남자를 피하려 했는데요.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그리스로 이사 오게 되면서, 이 사건들에 대해 매니저 씨의 다른 사촌 남자에게 도대체
매니저 씨 친구들이 왜들 그랬던 거냐고 물었는데요.
그는 그들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스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간혹 그렇게 처음 보는 여자에게 무심한 듯 터프한 듯 근육을 드러내고
노출을 하는 행동을 하는 남자들이 있는데 이유는 하나야. 올리브나무.
그들은 처음 보는 외국인 여자인 너에게 무의식적인 기 싸움을 하는 거야.
나는 이렇게 쿨 하고 근육도 많고 터프한 그런 강한 남자라고 드러내고 싶은 거지.
그들이 너를 두 세 번째 보았을 때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지?"
그러고 보니 몇 년 후 다른 여행에서 두 세 번째 그들을 만났을 때는 훨씬 정중하고 옷도 갖춰 입었었고 다정하게
대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응. 그렇네!"
"거봐. 그리스 남자들은 스파르타 후예라니까.
여자에게 강하게 보이고 싶어서,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행동들을 하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구..이렇게 몇 번만 강한 남자처럼 보이려는 남자들 만나다간 놀라서 스트레스성 심장마비 오겠구만!
그나마 매니저 씨가 제게 그런 행동을 안 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만약 첫 여행에서 매니저 씨가 그랬다면 저는 친구가 되긴커녕, 다신 연락도 안 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때 엠보나에서 제게 무심한 듯 근육 자랑을 하고 여자친구와 화상통화에만 열중하는 체 했던 마초남
스떼르고스와 매니저 씨의 친구들이 6년 전 쯤에 만들었던 웃긴 동영상 하나를 소개하고 마칩니다.
동영상은 매니저 씨가 찍고 있고, 스떼르고스는 "힘있는 세차란 이런 것이다"라며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오버하며 세차하는 척하는 친구는 매니저 씨의 유일한 터키 친구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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