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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그리스 여행

팬티 차림으로 나를 맞이한 외국인 남편 친구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4. 27.

팬티 차림으로 나를 맞이한

외국인 남편 친구들

 

 

 

 

 

 

 

어제 예고한 대로 로도스에 첫 여행을 왔던 때 깜짝 놀랐던 사건을 소개합니다.

사실 다른 그리스 지역을 여행할 때와는 달리 이 로도스 여행은 환상적으로 멋있기도 했었지만, 반면 조금 스트레

스이기도 했었는데요.

그냥 아는 사람이었던 매니저 씨 덕에 관광지가 아 그리스인들의 일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일단 그리스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했었기에 매니저 씨의 영어 통역이 아니면 제 욕을 한들 알아들을 수 없을 지경

이었습니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으로 나름 여러 나라 다녔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갑자기 낯선 언어에 동양

인 한 명 만나기 어려운 곳에 뚝 떨어진 적 처음이라, 음식 설고 말 설고 사람 설고, 몽환적인 지중해 날씨와 처음

보는 고대도시와 중세도시 흔적들과 그리스인들의 일반 생활 속에 머물게 된 저는, 마치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어디론가 타임슬립을 한 건가? 그런 이상한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여행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몸살이 날 만

큼 충격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첫 여행 때 찍었던 로도스의 Pefkos 해변


이민 오기 전, 어느 로도스 여행 때의 저와 매니저 씨 사진입니다. 이상하게 흔들려서 더 좋은 그런 사진이에요.

저에게 그 사이에 무슨일이 일어난 걸까요. 이런 풋풋한 느낌은 이제 제게 없네요^^ 누구세요? 거기?


첫 여행 때 찍은 로도스의 린도스(Lindos)



그 짧은 로도스 첫 여행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열 개 넘는 에피소드를 쓸 수 있을 만큼 특이한 일의 연속이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딱 붙는 팬티인지 수영복인지 차림의 매니저 씨 친구들 때문이었습니다.ㅠㅠ

 

어느 날 매니저 씨는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설명도 안하고, 엠보나 라는(언젠가 소개한) 와이너리와 올리브농장이

많은 산 위에 있는 마을로 가게 되었습니다. 한 여름 뙤약볕이 떨어지는 마을에 들어서면서야, 이곳에 친구네 외갓

집이 있는데, 친구는 저를 보려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친구가 다른 친구를 소개한다고 집으로 데려온다고 하면, 옷을 좀 제대로 입든지 집을 좀 치우든지

차를 준비하든지 뭔가 이런 행동을 하는게 보편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굉장히 오래된 집 앞에 섰을 때,

문을 열어주며 Welcome! 이라고 말할 매니저 씨의 친구를 나름 상상했는데요.



집 문을 열고 들어간 저는 정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헉바로 이러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여자친구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팬티인지 수영복인지를 입고 눈으로만 인사를 까딱 하며 그렇게 저를 반기는 것이

었습니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해변도 아닌데 그러고 있는 그 친구를 보면서 눈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몰라서 그냥 일어나

구경하는 체 하며 두리번거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사진을 찍어달래서 찍은 사진이 이렇게 증거로 남았네요.ㅠㅠ)

 

 

 

그 다음 날 어제의 충격을 잊지 못한 채 다른 친척 집에 갔는데, 친척 고모님쯤 되는 분이셨던 그녀와 저를 남겨두

갑자기 매니저 씨는 한 시간만 일을 하고 와야 한다고 가버렸습니다. 차라리 숙소에 내려주고 면 혼자 책을

보든 산책을 하든 했을 텐데, 영어도 못하시는 그 먼 친척 고모님과 둘이 아직 익숙하지도 않은 그리스 프라뻬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려니 아주 미춰버릴 지경이었는데요.

어색함을 탈피하고자 출가한 자녀들 앨범이 있으면 보자고 어떻게든 제 의사를 전달했고,(대개 어르신들은 그런

앨범을 보면서 자녀들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기적적으로

제 말뜻을 알아듣고 위층에 앨범을 가지러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위층에서 사람이 내려오는 발소리가 나서 올려다보니,

헉

그 먼 친척 고모님이 아니라… 왠 젊은 남자가! 빨간 딱 붙는 삼각 팬티만 입고

                      자다 일어난 듯 머리가 헝클어져서 터벅터벅 내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거의 목구멍으로 넘어올 뻔한 비명을 꿀꺽 삼키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제게, 그는 전혀 표정 변화 없는 얼굴

로 시큰둥한 듯한 영어를 사용하며


"니가 올리브나무니? 매니저한테 얘기는 들었어. 난 매니저의 사촌이야.(한국식으로는 실은 먼 친척)"

축하2


라고 말하며 그냥 바로 부엌으로 향해 제게 뒷모습을 보여주며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으악..미치겠네! 어쩌라는 거야?

안습


저는 앉아 있던 둥근 테이블 유리를 검지손가락으로 괜히 문지르면서 고개를 숙인채 유리 아래 테이블보의 꽃무늬

를 따라 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ㅠㅠ


잠시 후 앨범을 들고 내려온 친척 고모님과 얼른 열중해 앨범을 보며 알아듣지 못하지만 사진으로 짐작되는 그녀의

자녀들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고, 다행히 매니저 씨가 빨리 돌아와서 후다닥 그녀의 집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후유… 바이

 

그 후 중간 중간 그리스 여행을 왔을 때, 매니저 씨가 그 집에 가자 하면 저는 식겁을 하며 못 가겠다고 손사래를

치며 어떻게든 그 먼 친척 남자를 피하려 했는데요.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그리스로 이사 오게 되면서, 이 사건들에 대해 매니저 씨의 다른 사촌 남자에게 도대체

매니저 씨 친구들이 왜들 그랬던 거냐고 물었는데요.

 

그는 그들의 행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스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간혹 그렇게 처음 보는 여자에게 무심한 듯 터프한 듯 근육을 드러내고

노출을 하는 행동을 하는 남자들이 있는데 이유는 하나야. 올리브나무.

그들은 처음 보는 외국인 여자인 너에게 무의식적인 기 싸움을 하는 거야.

나는 이렇게 쿨 하고 근육도 많고 터프한 그런 강한 남자라고 드러내고 싶은 거지.

그들이 너를 두 세 번째 보았을 때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지?"


그러고 보니 몇 년 후 다른 여행에서 두 세 번째 그들을 만났을 때는 훨씬 정중하고 옷도 갖춰 입었었고 다정하게

대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응. 그렇네!"


"거봐. 그리스 남자들은 스파르타 후예라니까.

여자에게 강하게 보이고 싶어서,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행동들을 하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구..이렇게 몇 번만 강한 남자처럼 보이려는 남자들 만나다간 놀라서 스트레스성 심장마비 오겠구만!

시러


그나마 매니저 씨가 제게 그런 행동을 안 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만약 첫 여행에서 매니저 씨가 그랬다면 저는 친구가 되긴커녕, 다신 연락도 안 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때 엠보나에서 제게 무심한 듯 근육 자랑을 하고 여자친구와 화상통화에만 열중하는 했던 마초남

스떼르고스와 매니저 씨의 친구들이 6년 전 쯤에 만들었던 웃긴 동영상 하나를 소개하고 마칩니다.

동영상은 매니저 씨가 찍고 있고, 스떼르고스는 "힘있는 세차란 이런 것이다"라며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오버하며 세차하는 척하는 친구는 매니저 씨의 유일한 터키 친구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