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비로소 알게 된
천연해면스펀지의 신기한 비밀
(스펀지밥의 출생의 비밀)
그리스에 살며 관광객이 주로 드나드는 항구나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장소를 지나칠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있었는데요.
도대체 왜 누가 산다고 저렇게 스펀지들을 팔고 있을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로도스 항 근처에서 스펀지를 파는 모습입니다.
한국에는 요즘 항균 목욕용 스펀지들도 많이 팔고, 그건 세계적으로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들에서는 한국과
별로 다르지 않을 텐데, 일반 목욕용 좋은 스펀지에 비해 싸지도 않은 이곳에 진열된 스펀지들을 열심히 구경하고
사가는 타 유럽 관광객들도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그저 조금 이상한 취향의 사람들인가보다 뭐 이렇게 여기며, 몇 년을 이 진열되어 있는 스펀지들에 대해 특별히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는 '한 노래에 꽂히면 몇날 며칠을 튀는 CD처럼 무한 반복하는 매니저 씨' 때문에, 원하지 않아도
계속 '봅 스풍가라끼 Μπομπ Σφουγκαράκης' 라는 노래를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듣고 있는데요.
제발 그만해 주면 안 될까?
나도 모르게 일할 때도 계속 생각하고 따라 부르게 된다고...으아~~~~~
그 노래는 다름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스펀지 밥'의 그리스어 버전 만화 주제가 입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 발음도 어렵고 가사도 정말 웃긴 그리스 버전 '봅 스풍가라끼'를 무한 반복 불러
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매니저 씨 때문에 저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 스펀지 밥의 정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섬광처럼 바닷가에 팔던 관광 기념품인 천연해면스펀지 생각이 떠오르면서 저는 매니저 씨에게 이 것에
대해 물어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스펀지 밥이 혹시 천연해면스펀지인거야?"
"당연하지. 넌 뭐라고 생각하는데?"
"아...나는 그 만화를 유심히 본 적이 없어서, 누가 합성 스펀지를 바닷가에 버려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애라고 생각해 왔었어..."
"하하하하하...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어? 천연해면스펀지잖아. 스펀지 밥은 바다에서 태어나
거기서 사는 애라고. 만화를 잘 보면 스펀지밥 사촌도 등장하는데?"
" 사촌도 있어? 아니...뭐, 천연해면스펀지가 있다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에서 별로
직접 본 적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구..."
"아~~~역시 너는 뭐든 잘 만드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구나. 보라구. 항구 근처 배에 보면 저렇게
스펀지가 널려있잖아. 지중해는 원래 천연해면스펀지인 해면동물이 나고 자라기 좋은 바다라, 그것만
집중적으로 채집하는 배들이 따로있다고. 그럼 너는 천연해면스펀지의 효능도 잘 모르는거야?"
"아...뭐...우리나라에 수입품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아무래도 합성으로 만든 일반 스펀지보다 목욕용으로는 천연해면스펀지가 좋지. 천연물질이니 아기에
게도 좋을것이고. 그러니까 관광객들이 선물로 사가는거야. 다만 주의할 사항은 너무 싼 건 중국산인
지 의심해 봐야 해. 알지? 중국인들은 뭐든 천연으로 보이게 둔갑시켜 만드는 것. 그래서 여기도 그런
물건들이 흘러 들어와서 천연해면스펀지와 섞여 팔리고 있더라구.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가격에 그리
스산인지 원산지를 잘 확인하고 사면 좋은 것이지."
"아...그렇구나...그래서 항구에서 그렇게 파는구나. 몰랐어..."
천연해면스펀지로 사용되는 해면동물을 채집하는 그리스의 배
해면동물에 대한 설명 - 출처 :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백과사전
역시 세상엔 제가 모르는 많은 사실들이 숨겨져 있구나,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이 관광 상품을 파는 곳에서 그리스산인지 물어보고 하나를 사서 써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다만 천연해면스펀지는 목욕용으로 사용되는 고급 제품이므로 설거지 할 때는 합성제품 스펀지를 쓰는 게 훨씬
낫다고 합니다.
그리스 명절 풍경에서 혹시 이 사진 기억 나세요?
저희 시어머님 댁 부엌에서 일하는 친척분들이신데요.
매달려 있는 손뜨개로 짠 설거지용 수세미가 보이시지요?
손뜨개질을 좋아하는 그리스 나이든 여성들 사에서도, 한국처럼 저렇게 손뜨개질을 한 수세미를 선물로 주고 받길
래, 신기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 버전의 스펀지 밥 만화 주제가인 '봅 스풍가라끼' 송을 올려보며 이 글을 마무리 합니다.
(끝의 가사인 '네모난 바지~~~'라는 부분의 그리스어가 가사가 유난히 길어서 '데뜨라고노 빤델로니~'라며 끝나 많이 웃기네요. ㅎㅎㅎ)
즐거운 화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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