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받은 세뱃돈
만원짜리에 깜짝 놀란 유럽인들
딸아이에겐 만원짜리가 한 장 있습니다.
그리스로 이사 올 때, 모든 돈을 다 환전해서 와서
원래 한국 돈이라고는 동전 몇 개가 전부인 딸아이었습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그리스로 여행을 왔던 친구부부에게 딸아이는
한복을 입은 걸 자랑하고 싶다며 옷장에 넣어두었던 한복을 꺼내 입고는 그만 자신의 어여쁜 모습에 흥에 겨워
설날도 아닌데 친구부부에게 세배를 해 버렸습니다.
너를 어쩌면 좋니....
친구부부는 다행히 그런 딸아이를 귀엽게 여겨주어 세뱃돈을 주겠다고 했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다 되어 유로로 환전한 돈이 얼마 없다며
지갑에 있던 한국 돈 만원짜리 한 장을 딸아이에게 기념으로 갖고 있으라며 주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만원짜리는 그 날부터 남편의 원맨쇼의 좋은 도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원래 남편은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 본인이 폭소를 터뜨리고 남도 함께 웃게 만드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런 상황 말이지요.
그래서 딸아이랑 수준이 똑같을 때도 많습니다......
아무튼 만원짜리에 대한 사연은 이렇습니다.
어느날, 가족모임에서 남편은 딸아이를 부르더니 "네 책상 서랍에 있는 만원짜리를 가져와 봐" 라고
일부러 한국말까지 써가며 심부름을 시키는 거였습니다.
딸아이는 영문도 모르고 만원짜리를 들고 왔고
남편은 그 만원짜리를 이렇게 사람들에게 펴보이며
"자, 우리 딸이 어떤 돈을 갖고 있나 봐봐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그리스 가족들은 깜짝 놀라며,
아니 어떻게 저런 돈을 갖게 된거냐며 딸아이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게 아니겠습니까?
딸아이는 멋쩍어 하며, 왜요?? 라고 물었고
남편은 놀란 사람들을 앞에 두고 아하하하하하 폭소를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에게 남편은 만원짜리를 다시 자세히 가까이 들이대며 보여주었습니다.
가까이서 만원짜리를 들여다본 사람들은 그제서야 다 같이 폭소를 터뜨리며
"뭐야. 100유로짜리가 아니잖아? 하하하하. "
"어쩐지, 아이가 너무 큰 돈을 갖고 있다했지."
라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자, 그럼 유럽의 유로존에서 통용되고 있는 100유로 짜리를 공개합니다.
멀리서 얼핏 보면 돈 색깔이 비슷해서 만원짜리를 100유로 짜리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100유로는 환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한화 15만원정도의 돈입니다.
어린 여자아이가 갖고 있기에는 큰 돈인 셈이지요.
이렇게 남편의 장난에 유쾌하게 한 바탕 웃고 나면, 그 다음으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이 한국돈 만원이 유로로 얼마의 가치가 있는 돈이냐는 것입니다.
한화 만원은 현재 환율로는 약 6.6유로 정도 입니다.
100유로에 비해 아주 작은 돈이 되는 셈입니다.
<만원과 같은 가치인 6유로 60센트>
만원짜리는 실제 가치는 5유로와 동전들을 섞어놓은 정도이지만, 5유로와 10유로는 한화보다 지폐 크기가 작아서
유럽인들이 지폐 크기가 큰 만원짜리를 봤을 때 100유로처럼 큰 돈으로 착각하기가 더 쉽습니다.
(유럽인들은 우리돈 1,500원에 해당되는 1유로와 3,000원에 해당되는 2유로가 지폐가 아닌 동전이라는 점 때문에
실제로 작은 가치의 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은 돈으로 착각하게 만든 효과에 의해, 유로존의 물가가 더 상승되었다고
말하곤 합니다.)
어떻든 남편의 이 만원짜리 이벤트는 오스트리아에 여행갔을 때 그 곳 오스트리아인들에게도
그리스에서와 똑같은 반응을 일으켰고, 그리스에 여행왔던 노르웨이 친구부부에게도 똑같은 반응을 유도했으며,
미국에 사는 그리스인 친구에게도 똑같은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대단한 매니저씨. 피곤하지도 않나. 어떻게 매번 그렇게 본인이 먼저 폭소를 터뜨리는지......)
그리하여, 이 만원짜리는 저희집에서 아직까지도 다른 유럽인들을 놀래키거나
모임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늘 딸아이의 세뱃돈이자 저희 집에 있는 유일한 한국 지폐돈인
만원짜리에 반응하는 유럽인들 이야기
재미있으셨나요?
즐거운 명절연휴 잘 마무리 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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