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국어를 알아들어야 하는
딸아이의 재밌는 한국어 실수.
매니저씨와 올리브나무씨가 처음 친구로 알고 지낼 때,
그들이 사용한 언어는 무엇이었을까요?
(맞추시는 분께 복 많이)
두둥..
네. 정답입니다.
English! 영어였습니다.
한류 열풍이 불기 전, 그리스와 교류가 적은 나라의 말 한국어를 알리 만무한 매니저씨와
그리스어라고는 수학시간에 배운 씨그마, 알파,비따,감마α β γ가 전부였던 올리브나무씨는
(그나마 그 기호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잊어버린지 백만년은 되었고)
영어로 밖에는 달리 대화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올리브나무씨 영어 실력이 수준급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갈고 닦은 미국드라마 몰아보기(^^) 실력과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의 수다떨기로 단련된 내 멋대로 영어로
매니저씨와 일반 대화를 나누기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매니저씨가 한국어를 배웠고, (쬐금)
올리브나무씨는 그리스어를 배웠습니다.(도도하게 말하는 그들의 말투와 함께)
브라우니 물어!
<KBS개그콘서트 정여사 중>- 그리스 여자들의 도도한 말을 할 때, 어김없이 나의 뇌리를 스치는 정여사
한국에서 나고 유년기의 일부를 보낸 올리브나무씨의 딸아이는
직장맘이었던 엄마때문에 어린이집을 어린 나이게 가게되었고,
24개월 때부터 기적처럼 혼자 한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올리브나무씨는 모든 엄마가 자신의 자녀를 천재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시기를 이 때 겪어야 했습니다.^^)
부끄러워여 왜 그랬을까.. .
어떻든 아이가 한글 읽고 쓰기를 잘 할 때 쯤
그리스로 이사가 결정되었고,
그리스어는 빠라갈로παρακαλώ (실례합니다. 부탁해요) 밖에 모르던 아이를
영어라도 배우게 해서 그리스로 이사를 가야하는 게 아닌가 싶어
한국에 있던 영어유치원으로 6개월간 보내게 되었습니다.
(영어보다는 유치원의 존 오빠에게 더 큰 관심을 보여서 그리스로 이사올 때 존 오빠와 떼어놓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ㅠ)
이리하여..
딸아이의 좌충우돌 그리스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매니저씨와 올리브나무씨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 현황 <2013년 2월1일 현황> 일상 생활할 때 - 그리스어 사용. (뒷집 시부모님과 이웃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싸우거나 토론할 때 - 영어 사용. (그럴 때만 실력 돋는 영어)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며 수다떨 때 - 한국어 사용. (여자들 수다에 매니저씨는 "그랬어?" "진짜?" "어머어머." 추임새만. 한국어 스승이 아내라, 여자언어 한국어만 쓰는 불쌍한 매니저씨.)
동네 고양이들에게 지령을 내릴 때 - 한국어 사용. (방충망에 기어오르지 마! 유격훈련하는거야?!)
<동네 선배 고양이 아스프로에게 방충망 유격훈련을 받은 후부터, 올리브나무나무씨의 지령을 무시하는 고양이 말라꼬> *말라꼬: μαλακός 부드러운 이란 뜻의 그리스어. 하지만 '무엇을 하려고'의 경상도 방언. |
이렇게 3개국어를 알아들어야 하는 딸아이다보니
또 그리스에서 몇 년을 살다보니
한국어 단어를 조금씩 헛갈려서 딸아이가 엉뚱한 소릴 할 때가 있는데요.
요 며칠 한국어 실수 작렬인 딸아이 덕분에
얼마나 배를 잡고 웃었는지 그 얘기를 몇까지 해 드릴게요.
다음은 한국어로 대화한 내용입니다.
1. 한국 드라마를 보던 중에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을 한 후 방귀가 나와야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엄마? 방귀가 뭐야?
방귀? (어머, 얘가 왜 이런 단어를 몰라? 아..방귀대장뿡뿡이는 알면서)
무슨 팔마꼬(의료약품이란 뜻의 그리스어) 이름인가?
뭐?
의사가 저 약이 나와야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지금 말하는 거 아니야?
대한민국의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평안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방귀를 방언으로 "방구"라고 말하기도 한다.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
엄마가 너에게 방구라고 가르쳤구나..미안.
매일저녁 아빠랑 너는 "να κλάνεις όλη νύχτα! 밤새 방귀끼며 잘 자요! To fart all night!"라는
그리스식 농담 인사를 하면서도
정작 그 한국어 표준어 단어를 몰랐구나.
2.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를 하던 딸아이가 뭔가 열심히 찾으며 물었습니다.
엄마? 그거 어딨지?
뭐?
기계연필.
기계연필? 그게 뭔데.
있잖아, 왜. 이렇게 속에 까만걸 넣어서 뒤를 눌러쓰는 연필.
샤프? 샤프펜슬 말하는거야?
그게 한국말 이름이 샤프야? 그리스어로는 미하니꼬 몰리비Μηχανικό μολύβι인데. 그거 한국말로 번역하면
기계연필아닌가??
음..한국말인데 영어에서 따온 외래어 같은 말로, 영어로도 기계연필이란 말이 맞지만
지금은 한국에서는 샤프라고 불러. 한국에 가서 기계연필 주세요. 그럼 문방구에서 못알아들어.얘.
샤프펜슬[ Mechanical pencil ]
샤프펜슬은 가는 심을 넣고 축의 끝 부분을 돌리거나 눌러 심을 조금씩 밀어 내어 쓰게 만든 필기도구이다. 원리는 노크(knock) 또는 회전작동에 의하여 장전된 심을 출몰시킨다. [출처] 샤프펜슬 | 두산백과 |
3. 한국어로 된 위인전을 읽던 딸아이는 갑자기 물었습니다.
엄마. 이 사람은 훌륭한 사람인데, 왜 부모를 공격했을까? 공격한다는 건 나쁜 거잖아. 어택.
응? 어디에 공격했다고 나오는데?
(책을 급히 들여다 보니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네요.)
"그는 부모를 공경했다."
얘...공경이야. 공격이 아니라.
공경???? 그게 무슨 뜻인데?
공경(恭敬) 공손히 받들어 모심. 관련 어휘 (네이버 국어사전) 비슷한말 - 봉양. 숭배. 경애. 존경 / 반대말 - 구박
* 영어 : 공경하다 respect, be respectful to (a person) * 그리스어 : Σέβομαι * 부모님을 공경하지 않으면 구박하는 게 되는 건가요^^ |
마지막으로
딸아이가 미국에서 한국어를 이해는 하지만 말은 영어로 밖에 못하는 사촌을 만났을 때의 일을 소개합니다.
엄마? 내가 저 오빠에게 물어볼 게 있는데 영어로 어떻게 물어야하는지 헛갈려.
뭘 묻고 싶은데? 한국말로 물어봐도 돼. 알아는 들어.
아니야. 영어로 물어볼래. '숫자'를 영어로 뭐라고 했었더라?
넘버?
아...그래. 넘버!
(딸아이는 사촌에게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수줍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웟츠 유어 넘버...? What's your number...?"
"????"
(다시 제게 온 딸아이 이렇게 투덜댑니다.)
아이 참, 오빠가 왜 대답이 없어,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데...
그건 하우올드아유 How old are you? 라고 묻는거야ㅠㅠ
그리스어 포소 흐로논 이세? Πόσο χρονών είσαι; 를 해석해도 웟츠유너넘버는 아닌데 네 해석의 근원은 어디니...
그 후로 웟츠유너넘버,는 온 가족이 심심할 때 한 번씩 딸아이를 쳐다보며 놀릴 때 사용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어제, 숙제하며 열공하는 딸아이>
비록 이렇게 실수를 하더라도
한국 할머니 할아버지께 때마다 장문의 한글 축하카드 만들어서 보내고
저와 개그콘서트 보며 같이 낄낄대주는 딸아이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딸아이의 한국어, 영어 실수담 재미있으셨어요?
여러분의 소중한 댓글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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