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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그리스인들이 한국어 발음을 실수하는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 22.

그리스인들이 한국어 발음을 실수하는 이유

 

 

 

 

예 1.

메니저씨는 한국에 살 때, 연세어학당을 다녔었습니다.

그리스인인 메니저 씨는 한국어 공부를 무척 어려워 했고,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었던 올리브나무 씨,

바쁜 중에도 메니저 씨의 숙제를 도왔습니다.

 

한국인인 올리브나무 씨가 처음 그리스어를 배울 때

영어에 비해 딱딱 끊어지는 발음을 갖고 있는 그리스어는 몇개의 발음을 제외하고는 (Γ감마,Ψ프스,Ξ크스,P로)

역시 딱딱 끊어지는 발음의 음절을 갖고 있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한국인으로서

발음하기 좋은 언어였습니다.

 

<미국 동생 결혼식에 갔을 때, 때빼고 광내고 다이어트 한 메니저 씨>

 

마찬가지로 그리스인인 메니저 씨에게 있어서 한국어는 발음하기 어려운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일단 한글을 읽기 시작하자 꽤 정확한 발음을 구사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짧은 문장은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거기, 언제 갈거야?" 라는 질문에 돌아온 메니저 씨의 한국어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난중에."

"뭐?"

"난중에 갈거야." 

 

나중에가 아니라 난중에,라니요. 이게 웬 사투리랍니까. 분명 한국 표준어를 배웠는데요.

억양만 서울이지 경상도 어휘를 서울 생활 40년 넘게 못 고치시는 올리브나무 씨의 부친과 메니저 씨는

부친이 영어를 못하신다는 이유로 자주 대화할 수 없는 사이인데 말이지요.

 

그런데, 그 외에도 몇몇 발음을 배운 것과 달리 그렇게 자꾸만 ㄴ을 집어넣어 이상하게 발음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쳐주어도 또 실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2.

올리브나무 씨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아테네 출신 아가씨 디미트라 씨

아테네 친구들과 교류하던 중, 한류에 심취하게 되고

한국어를 공부하면서도 한국드라마와 K-pop을 지속적으로 보고 듣는 관계로

한국어 발음이 정확한 편입니다.

 

<"선생님 어서오세요." 늘 반기는 예쁜 디미트라씨>

 

현재시제 동사, 주어 수식어 목적어의 조사, 장소부사까지를 공부한 디미트라씨는

이제 4형식 문장정도는 거뜬히 만들어 내는 놀라운 한국어 실력 향상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그녀는 밥을 먹습니다" 라는 문장을 읽는데

반복적으로 그녀는그년을이라고 읽는 것이었습니다.

헉

그리고 자꾸만 자리에 을 집어넣어 쓰거나 읽는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원인을 분석하기 좋아하는 올리브나무 씨는 이 경이로는 현상에 대해 분석과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두가지 이유를 밝혀냈습니다.

 

하나. 로도스 방언(사투리)때문입니다.

로도스 섬의 로도스 시의 사람들은 지역 방언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지난 번에 소개한대로 전 세계의 관광객이 드나드는 만큼, 그리스 타 지역의 국민들도 바캉스를 즐기러 오는 장소이기 때문에 만약 지역 방언을 사용하게 된다면 업무에 지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주도의 영화관, 공항, 박물관 호텔 등에서 표준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난다고 해서

제주도 방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로도스의 방언 또한 도시를 벗어나거나 관광 중심 지역이 아닌 시골 마을로 들어가게 되면

여전히 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로도스 방언의 발음에 ㄴ 발음이 그리스 표준어에 비해 많이 섞여있습니다.

예로 그리스어에는 영어의 D발음에 해당되는 발음을 NT(니와 따프)를 함께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 5인 πέντε표준어에서는 [뻬ㄴ데] 라고 ㄴ을 넣는 듯 마는 듯 [뻬데]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그런데, 로도스 방언에서는 정확하게 [뼨데] 라고 발음을 하는 것입니다.

메니저 씨 역시 그리스 표준어를 사용하지만

3대째 로도스에서 살고 있는 메니저 씨의 언어 습관 속에는 ㄴ이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 고대 그리스어 때문입니다.

고대 그리스어(헬라어)는 현대 그리스어와 많이 달랐습니다.

특히 기본 단어의 형태는 현대 그리스어와 비슷하나

단어의 끝부분이 N(니)로 끝나도록 사용된 단어가 많았었습니다.

이런 고대 그리스어 발음이나 억양은

현직 그리스 대학의 교수라면 현재까지도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한번은 에게해 대학 교수의 지도에 관한 인터뷰를 KBS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로 번역한 적이 있었는데

고대 그리스어식 발음을 살짝 살짝 섞어서 말한 이 한 시간짜리 인터뷰를

애먹으면서 번역할 수 밖에 없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메니저 씨 표현대로라면 "클래식 아테네 사람"에 해당되는 디미트라 씨

대형서점에 근무하며 흔하게 고대 그리스어를 접하다보니

이런 고대 그리스어의 발음 영향을 한국어를 사용할 때에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여전히 난중에그년을을 듣고 있는 올리브나무 씨는

부디 올해는 그들의 한국어 발음을 교정해 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토닥토닥

 

오늘 한국어 발음을 실수하는 그리스인들의 이야기 재미있으셨나요?

여러분의 소중한 댓글을 기다립니다.좋은하루

 

*메니저 씨는 올리브나무 씨의 남편입니다. 뭐든지 잘 고친다고 하여 그의 친구들이 부르는 별명 중 하나입니다.

*올리브나무 씨의 블로그에서 오탈자를 발견할 경우 한국어 선생이! 라고 욕하지 마시고, 조용히 알려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그녀는 알고도 많이 실수하는 인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