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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드라마 7급공무원을 본 그리스인 아줌마의 반응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2. 19.

드라마 7급공무원을 본

그리스인 아줌마의 반응

 

 

 

 

 

 

 

제게 한국어를 배우는 디미트라의 이야기는 지난 번에 그녀의 한국어 발음 실수에서 한번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2013/01/22 - [재미있는 그리스어] - 그리스인들이 한국어 발음을 실수하는 이유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제가 그 가족에게 한류를 수출(?)했나 오해를 하실 수 있겠지만,

아테네에 살 때부터 한류 팬이었던 이 가족은 그리스에 와서도 한국드라마와 K-pop, 한국 예능프로그램에 열중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한국 물건, 한국어, 한국 문화 모든 것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보다 더 많은 한국 가수를 알고 있고, 휴대폰 배경화면에 샤이니 맴버 키의 얼굴이 있고 벨소리로 지드래곤의 노래를

깔아 둔 디미트라를 보면 한류가 이렇게 그리스사람들에게도 어필하는 구나 싶어 놀라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 그녀가 인터넷으로 독학하기가 어려워 한국어 선생님을 찾던 중, 그녀의 직장에서 저와 뙇!하고

우연히 마주친 것입니다.

간절히 찾는 자에게 길이 열리는 구나, 알려주는 상황이었달까요.그랬구나

 

그리스인인 그녀는 한국어 선생님을 간절히 찾고 있었고, 저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데다

다른 전공으로 대학졸업 후 직장생활 할 때, 소원이었던 국어국문학과에 편입해 2년간 공부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 유일 한국인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마주칠 확률은 얼마나 되는 걸까요?

 

어떻든 그녀는 저를 먼저 알아보았고 와서 떨리는 목소리로 "한국인이세요?" 라고 말을 걸었고,

우리의 수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저 역시 매주 수업 교재를 준비하면서 누군가와 한국말로 대화하고 한국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이 수업이 기다려지는지 모릅니다.

 

 

지난 주 그녀의 집에 수업을 하러갔다가 그녀의 어머님 이야기를 듣고 박장대소를 했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님 평소 이민호!!!!라고 소리를 지를 정도로 한류 팬이신데요.

항상 딸들과 한국드라마를 보는 것을 으로 삼고 사시는 분이십니다.

요즘 한국에서 송 중인 드라마 7급공무원 열광하는 딸들과 함께 보셨는데, 지난 주에도 주원과 최강희의 좌충우돌

활약하는 모습을 보셨다고 하네요.

그런데 지난 주 이야기 중에 극 중 김서원으로 분하고 있는 최강희의 시골 부모님이 최강희 집을 예고없이 찾아온

장면이 있었는데요.

최강희의 집에서 발견된 두 명의 건장한 사내인 주원과 찬성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장면으로 배꼽 빠지게

웃으셨다고 합니다.

 ㅎㅎㅎ

 드라마 속 상황은 이렇습니다. 서울에 혼자 사는 딸의 집을 우연히 찾은 시골 부모님은, 딸이 침대에 낯선 사내와 누워 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사실은 몸싸움을 하는 중이었지요.) 그래서 그 사내(주원)의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는데, 장롱에서 숨어있던 다른 남자(찬성,최강희의 국정원 동료로 업무 수행때문에 방문했다가 숨었지요.)를 발견하고 그 남자의 머리도 쥐어뜯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리스 아줌머님 덕에 그 장면을 일부러 찾아 봤습니다. )

실컷 딸들과 다 웃고 나신 아주머님은 뜬금없이 딸 디미트라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하네요.

 

"근데, 왜 저렇게 머리를 뜯고 화를 내는 건데?"

헉

"엄마는 그럼 이유도 모르고 웃은거야?"

 

"응. 그냥 머리 뜯고 싸우는 게 재밌잖아."

 

        "엄마. 한국은 원래 문화가 그래. 다 큰 딸 방에 남자가 같이 누워있거나 그러면 난리가 나는 문화라고."

 

        "왜??????"

  

       "그런 보수적인 문화인거야."

 

       "아니, 그러면 젊은 애들이 어떻게 연애를 하라는거야??"

 

 

지난 스킨십 관련 글에서도 소개했듯이

그리스 부모들은 그런 모습에 상당히 관대합니다. 자녀의 성관계나 연애 스킨십에 대해서 그다시 관여하지도 않고 철저한

피임만을 권할 뿐입니다.

헐

그런 그리스 엄마 입장에서 이 드라마의 그들과 다른 문화를 표현하는 장면은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인 셈이지요.

 

아무튼 비록 한국 문화는 이해를 못하시지만, 여전히 이민호를 외치시는 귀여운 디미트라 어머님!

 

디미트라에게 저는 수업이 끝나고 물었습니다.

"혹시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이민호처럼 생기셨었어요?"

"붹" 이라는 반응만 돌아오는군요.

 

팬은 그냥 팬심으로 봐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짱

 

오늘 한류 팬 디미트라 어머님 이야기, 즐거우셨어요?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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