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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내 그리스인 친구가 백만장자를 한번도 만나지 못한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7. 6.

 

 

  

이번 주엔 그리스인 친구 디미트라 양과 평소와 달리 두 번 수업을 했습니다.

지난 주에 미국에서 동생네가 와서 수업을 못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화요일에 수업을 할 때 몇 주 동안 배운 미래형 동사 사용법에 대해 몹시 헷갈려 했었기에, 오늘은 앞부분

수업에서 미래시제로 한국어를 말하는 것을 예문을 통해 충분히 공부를 했습니다.

그녀가 더욱 미래시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평소 숙제를 할 때 새 단어 반복 써오기와 함께 지난 한 주간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작문을 해 오게 하는데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과거시제 동사를 중심으로 늘 사용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뒷부분을 공부하며, 제시한 단어 중 골라 문장을 만들 때, 그녀는 백만장자 만나다를 선택해서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녀가 당연히 그녀에게 쉬운 과거시제로 "나는 백만장자를 만났습니다." 라고 만들 줄 알았는데, 굳이 어려

서 고민까지 하면서도 "나는 백만장자를 만날 것입니다." 라는 미래시제 중 하나를 골라 문장을 만드는 게 아니

겠어요?!

저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오늘 한국어 수업 교재 일부분입니다. 이제는 좀 더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는 디미트라 양입니다.

 

 

"디미트라! 왜 어렵다면서 문장을 굳이 미래형으로 만들었어요?"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여태 백만장자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거든요!  어흑~~"

엉엉

그녀의 표정이 웃기기도 했고, 비록 공부지만 사실에 근거해 문장을 만드는 진정성(?)을 추구하는 그녀의 모습에 

저는 빵 터져서 깔깔거리고 웃었는데요. 그녀도 말해 놓고 웃긴지 함께 웃기 시작했습니다.

하하우하하

좀 웃고 나니 '왜 백만장자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누구든 일상 생활에서 백만장자를 우연히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백만장자들과 일반인들의 생활권이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리스 로도스에서 백만장자를 우연히 만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유는 여름이면 세계의 부호들의 요트가 로도스 항구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로도스에 요즘 정박해 있는 요트들입니다.

미국에서 놀러 왔던 조카는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한국인 핏줄이라서 인지 사진 찍을 때 브이를 해서 귀여웠어요^^

 며칠 전 찍은 사진인데 지중해 국가들을 도는 대형 크루즈가 정박해 있습니다.

 제 차 앞에 차 막힌 것 보이세요? 주차 중이 아니라 차가 막혀 있는 것이랍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운전자들이 해변의 사람들을 쳐다보느라 차가 막히는 것입니다!

마치 여름에 한강 둔치 수영장이 개장하면 올림픽대로의 그 구간이 유독 심하게 정체 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인 것이지요^^

(요즘도 여름엔 올림픽대로가 그런가요?)

 

가까이에 가보면 호텔 같은 크루즈 입니다. 아마 독자님들 중에 지중해 크루즈 유경험자가 계시리라 생각 되요^^

 

지난 주에 갈리쎄아에서 찍은 사진인데, 저 멀리 요트들이 들어오는 게 보이지요?

각각 터키 국기와 영국 국기를 달고 있었는데 해변에 정박한 후, 십여 명이 요트에서 다이빙하며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요트의 백만장자들은 선상파티를 하기도 해서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본다면 얼마든지 그들의 휴가를 엿볼 수 있습니

다.

(매니저 씨는 그런 부호들의 요트 안의 고장난 금고를 고쳐 준 적이 여러 번 있는데요. 돈은 달라는 대로 줄 테니

 열어만 달라고 부탁하는 그들의 견고한 금고를 열고 나면, 그 안엔 현금다발과 금궤가 꽉꽉 들어차 있곤 하답니다.

 각 국의 백만장자들은 그렇게 현금을 잔뜩 들고 휴가를 다니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디미트라는 이 로도스에서 백만장자를 여태 한번도 만나지 못했을까요?

그녀는 제게 한국어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쌤~ 나는 대형 서점에서 육 년 동안 쉬지 않고 일했어요. 특히 여름은 많이 바빠요.

남들처럼 바다 수영 갈 시간도 여름에 몇 번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피부가 하얘요.

나는 커피 색 되고 싶어요. 선탠 하고 싶어요.ㅠㅠ"

시러

 

그랬습니다.

그녀는 일 하느라 여름이면 백만장자들이 넘치게 오는 로도스 항구 쪽에 갈 일이 거의 없었던 것입니다.

업무 특성상 더더욱 관광객을 만날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지요.

EU(유럽연합)국가 중 노동시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그리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구나 싶었습니다.

(관련글- 2013/02/15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발렌타인데이 선물요? 아빠, 빨리만 들어와 주세요.)

 

그래도 그녀는 씩씩하게 웃으며 얘기합니다.

 

"와우! 백만장자라는 한국어 단어를 배워서 너무 좋아요.

왜냐하면 현빈 나오는 '백만장자의 첫사랑'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었거든요.

영어 자막으로 봤었는데 그때는 백만장자라는 한글을 읽을 줄 몰랐어요.

이제 나는 알아요! 정말 행복해요!"

HAAA

 

아이..예쁜 디미트라.

한국을 참 좋아하는 그리스인 친구 디미트라입니다.

 

 

여러분, 한 주간도 수고 많으셨지요?

즐거운 토요일 되세요!

신나2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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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한류팬 그리스인 갈리오삐는 원빈과 이나영의 열애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한 후 지금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 한국어 가르치는데 왜 그렇게 오타를 내냐고 너무 질책하지 말아 주세용. 예의 있는 분들은 제 바쁜 처지를 아시고 비밀댓글로 살짝 오타에요~ 라고 가르쳐 주신답니다.(정말 고맙습니다ㅠㅠ)  제가 그래도 한국어를 공부하고 외국인들에게 가르친 세월이 있는데 몰라서 틀린다기 보다 대개는 오타이니 그것도 모르냔 식의 댓글은 이제 좀 자제해 주세용. ㅠㅠ 실수를 한 건 분명 제 잘못이지만, 실수 덜 하려고 노력 중이랍니다...에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