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온 후, 매니저 씨에게 영화관에 좀 가자고 아무리 얘길 해도 늘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매니저 씨는 저와 영화 보는 취향은 달라도, 영화와 미드, 영드 수시로 다운로드 해서 TV로 연결시켜 보곤 하기때
문에, '왜 영화관에 안 가려고 할까 바빠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 살 때 저와 코엑스로 테크노마트로 자주 영화를 보러 다녔었기에, 그리스에 와서 영화관에 안 가려
하니 '뭐지? 나하고 이제 영화 보러 다니는 것도 싫은거야?' 오해할 정도였습니다.
혹시 영화관이 너무 시설이 나쁘거나 안 좋아서 그런가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로도스 시에는 두 개의
대형 영화관이 있는데 각각 개봉관 7개로 최신 헐리웃 영화나 그리스 영화를 상영하는 시설 좋은 곳이었습니다.
2013년 6월 현재 로도스 시의 영화관들이 상영하고 있는 영화들
(상영 시간대가 적은 것은 그리스 인구밀도가 한국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로도스는 2010년 한 국제영화제를 개최한 이력도 갖고 있었습니다.
(환경, 단편, 중편, 장편 등의 분야로 나누어 시상을 했습니다.)
2010년 당시 영화제의 모습들 (Rodos International Film and visual arts festival)
'그런데 왜? 왜 이 사람은 몇 년이 넘도록 영화관에 안 가려는 거야???'
대학 때, 수업 땡땡이 치고 혼자 독립영화를 찾아 보러 다닐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는 저이기에, 지난 겨울 매니저
씨를 살살 달래서 드디어! 로도스 시의 빨라스, 라는 영화관에 둘이 영화를 보러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단 한번의 그리스 영화관 체험 이후, 저는 다시는 그리스 영화관을 가지 않게 되었는데요.
그리스 영화관이 제게는 정말 깜짝 놀라게 낯선 이상한 문화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그리스 영화관 문화에 대해서 그리스 전국 대도시(아테네, 데살로니끼 등) 출신의 그리스인들을 여러 명 인터뷰해서, 그리스 전국의 공통된 문화임을 확인한 후 소개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로도스는 현재 아테네보다 경기가 좀 더 나은 편이고 교육 환경이 좋아, 전국의 타 지역에서 일과 교육 문제로 이사온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
내가 깜놀한 이상한 문화 1. 영화 보는 도중에 영화에 대해 얘기하며 큰 소리로 수다를 떨어요! |
당시 저희는 3D영화를 보기로 해서 팝콘과 나초, 음료수를 사고 안경을 받아들고 좌석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제 뒤에 앉은 너댓 명의 학생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뭐 이런 매너들이 다 있나 해서 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좀 조용한가 싶다가도 잠시 후 다시
"어머? 저 남자 왜 그래?" "그런거야?" "세상에!" 등 본인들 할 말을 계속 나누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국에서도 간혹 이런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정말 극 소수이고, 영화관에서 만약 이런 행동을 할 경우 쫓겨날 가능
성이 많은데 그리스 영화관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아주 널려 있었습니다. 정말 그냥 집에서 보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여기서도 웅성웅성, 저기서도 웅성웅성 거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당시 저희가 본 영화는 '호빗'이었는데 전반부를 지나 중간에 골룸이 등장하자, 갑자기 단체로
"오우! 이제야 등장했구나! 골룸! 완전 반가와!" 라며 떠드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냥 단체로 웃거나 울거나 환호하거나 박수치거나 그런 수준이 아닌, 계속 영화에 대해 삼삼오오 품평회를 해대는
데, 정말 영화에 집중할 수 없어서 미~~~춰 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스에는 내부가 이렇게 평범한 영화관들도 있고
이렇게 독특한 영화관도 있습니다.
(아테네 소재 - 1870년 세워진 건물로 초기엔 극장이었다가 1912년 영화관이 되었습니다.)
내가 깜놀한 이상한 문화 2. 영화가 중간에 예고 없이 끊어지며, 쉬는 쉬간이 있어요!
호빗은 긴 영화입니다. 그래서 뭐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을 수도 있지요.
중요한 것은 쉬는 쉬간 후 2부가 시작됩니다, 라는 등의 한 단 마디의 자막이나 멘트가 없이 그냥 갑자기 뚝, 하고
영화가 끊어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나중에 알아보니 영화가 긴 영화여서 쉬는 시간이 있는 게 아니라 그리스의 모든 영화관에서 영화를 상영할
때는 1시간 반 짜리 짧은 영화라 하더라고 중간에 꼭 쉬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왜?
심지어 반지의 제왕을 상영했을 때는 두 번 쉬는 시간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왜 짧은 영화까지 굳이 쉬는 시간을 두는지, 그들이 쉬는 시간에 하는 행동을 보면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랄게요.
화장실을 가는 사람을 제외하고 대개의 그리스인들은 흡연이 허락된 장소에 모여, 한 손에 그리스 커피인 프레뻬를
들고 다른 한 손엔 담배를 피우며 시니컬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영화에 대해서, 혹은 자신들의 신변 이야기를 하며
쉬는 시간을 보냅니다.
다시 말해서 커피와 담배, 그리고 좀 잘난척하는 수다 없이 한 시간 반 이상을 참고 앉아 영화를 보는 것은 그리스
인들에게 너무 어려운 일인 것입니다.
물론 그리스인들 중에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율이 낮기 때문에 이들이 비흡연자라
해서 흡연자 사이에서 수다를 떨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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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깜놀한 이상한 문화 3. 영화가 끝난 후, 누구도 쓰레기를 들고 나가질 않아요! |
한국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는 먹던 음료 컵, 팝콘 박스 정도는 입구의 준비된 쓰레기 봉지에
알아서 넣고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전에 소개한 대로 집에서 대접받는 마마보이 마마걸이 많은 관계로 이를 전혀 치우지 않습니
다.
그냥 널부러진 쓰레기들을 모두 영화관 직원이 치우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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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완전 다른 문화를 가진 한국의 영화관들을 경험한 매니저 씨이기에, 왜 저를 그리스 영화관에 데리고
가지 않았는지 십분 이해가 되었고 그 후로는 그냥 좋은 영화는 집에서 불끄고 조용히 TV로 연결해 가족과 함께
본답니다. (매니저 씨가 홈씨어터 시스템을 잘 갖추어 둔 이유를 알게 된 것이지요--;)
물론 제가 이런 내용을 인터뷰 할 때, 그리스인들 중에도 이런 영화관 문화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그래도 소수의 취향에 의해 그리스 전반의 영화관 문화가 바뀌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전은 그리스인들이 영화관이 아닌, 연극이나 고전극 뮤지컬 등을 보는 '극장(Theater)'에 갔을 때는 완전
다른 태도를 취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인들의 이런 반전의 극장 문화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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