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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독백

여러분께 들려드리는 저의 솔직한 마음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4. 12.

 

 

 

블로그에 글쓰기를 사흘이나 파업을 하며 제가 했던 고민크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고민은 사실 늘 하는 고민이지만, 글 쓰기의 '소신'에 관한 부분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에도 정말 끝내준다든가, 대단히 재미있다든가, 천재적이라서 인기 1위의 정점을 찍는 그런 강사는 아니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강의를 했는데, 연령층이 다양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일은 결코 쉽진 않았어도 몇 년 하다 보니 나름의 요령도 생겼는데, 더불어 '강의 내용과 이끌어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많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강의를 듣는 사람 수가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0명 정도까지의 다양한 무대에 서 보았지만 제가 결론을 내린 '이런 강사가 되겠다' 는 이랬습니다.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제대로 된 강의를 하되 인기나 자극적 요소로 꾸미는 화려한 강의에 연연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강의를 하자고요.

강의를 듣는 이들이 한 두 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그런 가식 없는 말들만 하자고요.

 

결국 10년의 세월이 흐르며, 제 강의를 좋아하는 고정 청중이 생겼고 그 분들은 일부러 강사 대기실로 저를 찾아와 강의가 정말 좋았다고. 제 손을 잡아 주기도 했습니다.

작년 여름 한국에 들어갔을 때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다른 분이 하는 강의를 찾아서 '제가 그리스에 사는 동안의 제가 일하던 업무적인 부분에서의 변화에 대해' 몰래 듣고 있었는데, 예전 저를 알던 어떤 분께서 저를 발견하시고 일부러 찾아 오셨습니다.

나이가 적어도 저보다 열 살 이상은 훌쩍 많아 보이는 그 남성분은 제게 악수를 청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했는데, 오늘 퇴근하고 피곤해서 강의를 들으러 안 오려다가 겨우 왔는데

올리브나무님을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이건 참 큰 행운이네요!"

 

한국에 살 때 이런 말을 들었다면 그냥 제 강의를 좋아해주시는 분인가 보다 해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넘겼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에 살고 있는 저는, 제가 얼굴도 잘 알지 못 하는 분께서 '행운'이란 말까지 하시며 몇 년 만에 나타난 저를 반겨주시는 것에 대해, 정말 몸 둘 바를 모를 만큼 당황했었습니다.

 

'아… 내가 뭐라고. 나 같은 부족한 사람을 이렇게나 반겨주실까…'

 

그분은 주차장 입구까지 저를 일부러 따라 나오시며, 이런 말씀을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언제나 올리브나무님 강의가 저는 좋았어요.

그냥 이상하게 듣고 나면, 건강강의 내용과 상관 없이 막 가슴이 뭉클하고 그랬어요.

이상하게 삶에 대해 용기가 나고 그랬어요."

 

그분이 남기신 이 엄청난 말을 들을 만큼, 제가 강의를 잘 했다고 저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분의 말을, 다음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필요에 의해 글로 쓰고는 있지만 이렇게 전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결국 그분을 비롯해 제 강의를 좋아해주셨던 분들은 제 진정성을 좋아해주셨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인기를 얻으려고 어떻게든 재미를 추구하는 강의만을 하지는 못 했으니, 강의 내용이 끝내줘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은 분명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사흘 동안 고민을 하며, '블로그의 글도 그런 진정성으로 쓰는 것' 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고 더 마음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읽혀지는 글을 써야 하므로,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 추구해야 하고 또 그렇게 써 나가겠지만,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려다 보면 독자들의 이런 저런 요구에 부응하는 글만 쓰고 싶어지고 거기서 균형을 잃게 되는 듯 합니다.

제 소신과 독자의 필요 사이에서 균형 잡힌 글을 쓰는 것, 그게 앞으로 제가 지켜나가고 싶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했던 고민은 이랬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께서 시간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방법에 대해 이런 이론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구분해서 우선순위를 세우는 방법인데, 내가 일상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네 가지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급하면서 중요한 일 / 급하지 않은데 중요한 일 /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

 

이 이론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 하고 업무의 성과를 낼 수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시 때때로 이렇게 일상을 네 가지 일들로 분류하는 습관을, 어쩌다 보니 오랫동안 가져왔었는데요.

 

'블로그에 글을 쓰고 댓글에 답글을 쓰며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은 저에게 있어서 '급하면서도 중요한 일'에 해당되는 일입니다.

글을 쓰며 여러분과 소통하는 것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니 '중요한 일'인 것은 당연한데, 보통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주 6일 글을 발행하고 답글을 쓰는데에 매일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야 하는 이 일은, 중요하면서도 시간에 쫓기는 '급한 일'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 일상에는 이 일 외에도 '급하면서 중요한 일'들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아이를 돌보고 챙기는 일, 사무실 업무,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거나 집안일을 하는 것, 한국어 수업, 최근에 추가된 다른 업무까지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급하면서도 중요한 일들'을 빠르게 해결해 나가다 보니, '급하지 않은데 중요한 일들'이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다 조금이라도 짬이 나면, 일단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평소 좋아하지도 않고 즐겨보지도 않는 TV프로그램을 멍하게 앉아 보기'를 하기도 하며 제 피곤함을 그저 '생각 멈추기' 정도에서 충족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급하지 않은데 중요한 일들은 제 일상에서 점점 뒤로 밀려 버렸던 것입니다.

최근 그것을 깨닫고 그 일들을 주섬주섬 챙겨 점검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인 일들이라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 중 하나를 예를 들자면

그리스에 처음 이민을 올 때부터 제가 개인적으로 저 자신을 위해 하려고 했던 '어느 한국어 자료를 그리스어로 번역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원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제겐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다른 번역 일처럼 외부에서 업무로 맡긴 기한이 있는 일아니었기 때문에 이젠 뒤로 밀릴 때까지 밀려서, 이번에 페인트 칠 때문에 집을 싹 뒤집으며 새삼스럽게 그 번역하던 자료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중에 매 주 일요일 저녁마다 딸아이와 함께 지난 한 주간의 시간의 희로애락에 대해 깊은 대화를 하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그 시간들도 흐지부지 되어 요즘은 자주 갖지 못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대화를 통해 아이는 다음 한 주를 살아갈 지혜를 스스로 발견할 때가 많았고, 저 또한 아이를 위해 더 구체적으로 기도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중요한 시간이었음에도 그 일이 급한 일은 아니었기에 급하고 중요한 일들에 밀리게 되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결단을 해 급하고 중요한 일인 블로그를 잠시 쉬며, 또 집안 일이나 회사 업무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많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을 대폭 줄이기로 결단했고, '급한데 중요하지 않은 일들'도 미리미리 처리해서 시간을 벌기로 작정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저에게 이렇게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꼴리는 대로 살아. 그게 행복한 거지 뭘 그렇게 시간을 쪼개고 따지고 계획하며 살아. 피곤하게 말야."

 

그 말씀도 정말 맞다 고 생각합니다.

쉴 때는 느긋하게 쉬기도 하고, 일상이 좀 흐트러지면 그냥 그런대로 받아들이고 누리는 시간들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번 사는 인생인데, 쉬고 즐기는 시간 외에 일을 해야 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이왕이면 효율 있게 일 해 그 결과물에 대해 만족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남들이 다들 원하는 그런 번쩍번쩍한 결과물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소소한 결과라 하더라도 그것이 내가 의도하고 원했던 결과물이라면, 분명 큰 만족감을 줄 테니까요.

 

여러분께 이런 제 속내를 드러내 말씀 드리는 이유는

제가 그만큼 제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읽고 공감해 주시는 여러분에게 감사하고, 제대로 소통하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름 이렇게 고민하는 블로거이니, 앞으로 여러분의 입맛에 늘 꼭 맞는 글을 쓰지 못 하더라도

부디 쭉 저의 독자로 남아주시길 감히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페인트 칠과 집 공사가 끝이 나자마자 마리아나 생일 파티가 오늘 가족들과 있었고(원래 생일은 지났는데 금요일이 모이기 편하니 그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내일 학교 친구들과 또 파티가 있을 예정이라 실은 지금도 저는 고된 노동으로 허리의 통증을 느끼며 글을 쓰고 있는데요.

 

 

 

이런 좀 더 급한 일들을 이유로, 답글이 또 주룩 밀려서 사실 마음이 불편하기 짝이 없답니다.

소통의 욕구가 큰 만큼 빨리 빨리 답글을 쓰고 싶은데, 시간이 허락되지 못하는 상황들이 속상한 것이지요.

며칠만 좀 더 기다려 주시면 또 가열차게 답을 쓰도록 할게요~

 

그리고 다음 포스팅(월요일)에서는 '그리스 아이들 파티의 맛난 단골 메뉴'에 대한 글이 제가 만든 음식 사진과 함께 나갈 내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언제나 제 블로그를 찾아 주셔서

여러분께 많이 감사해요.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사랑을 보내며

그리스에서 꿋꿋한올리브나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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