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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그리스어

얼굴 빨개지는 한국여자의 그리스어 욕 사용기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4. 18.

얼굴 빨개지는 한국여자의

그리스어 욕 사용기 

 

 

 

 

 

 

 

그리스 첫 방문 이후부터 저는 그리스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리스어 공부 초반 때, 정말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찾아가 숨고 싶을만큼 얼굴이 빨개지는 그리스어 실수들이

참 많았는데 그 중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해 봅니다.

 

두 세번 쯤 그리스를 여행하다보니 제 귀에 들리는 " Γεια σας (ㄱ)이야 사스: 안녕하세요? "

"Τι κάνετε 띠 까네떼: 잘 지내세요?"  등의 가벼운 인사말을 제외하고도 가장 많이 들리는 그리스어가 있었으니,

어느 언어나 현지에서 언어를 배우게 되면 피해갈 수 없는 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소 욕을 싫어하는 저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중 한 욕은 상당히 제 귀에는 정감있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말라까스 라는 욕이었는데요.

(일부러 이 욕의 그리스어 표기를 넣지 않았습니다. 호기심에 번역기를 돌려보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리스어는 번역기가

정확하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답니다.^^)

말끝마다 친구들끼리 이 말라까스라는 욕을 주고 받는 매니저 씨에게, 도대체 이 욕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습

니다.

매니저 씨는 이놈 저놈, 야이 바보야. Hey stupid! 정도의 가벼운 욕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남자들이 친구들끼리 이놈, 저놈이라고 친근감있게 부르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말인 셈입니다.

어떻든 말끝마다 정감있게 이 욕을 주고 받는 매니저 씨와 친구들을 보다보니,

원래 한국어로 욕을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어쩐지 바보야~정도의 욕이라면 저도 적절한 타이밍

에 이 정감있는 욕을 친근함의 표현으로 그리스인 친구들에게 한 번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다시 그리스로 여행을 오게 되었고, 드디어 매니저 씨와 또 다른 친구들 여럿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로도스 여행 중 παλαιά πόλη빨리아뽈리 성 안을 구경하는 올리브나무 씨

 

그때 묵었던 호텔 Belvedere벨베데레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10월 초 였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선탠을 하고 있네요. 

 

 

 식사가 무르익었을 때 쯤, 또 평소처럼 이 말라까스라는 욕이 친구들 사이에서 정감있게 오고가고...

저는 때는 이 때다 싶어서 옆의 매니저 씨의 이야기를 거들면서

 

"그래. 말라까스! 얘들아, 나도 같이 해."

뿌잉3 

라고 친구들에게 약간 과장된 억양으로 한마디 뱉었습니다.

그런데!!!!!

온 식당의 밥을 먹던 사람들이 일제히 숟가락 포크 질을 멈추고 저를 쳐다보았고, 심지어는 음악을 연주하던 밴드

마저 모든 악기 연주를 멈추고 저를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몇 초쯤 정적이 흘렀을까, 매니저 씨는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 "올리브나무!!!! 너 왜 그래!!!" 라고 저를 타박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천진난만하게 "왜...내가 뭘 잘못했길래. 나도 좀 친한 척 하고 싶었다고....." 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그제야 매니저 씨는 이 욕의 참 뜻을 저에게 설명했습니다.

 

"올리브나무야. 말라까스는 아주 친한 친구들끼리는 이놈 저놈의 의미로 쓰이지만

그리스 여자들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 욕이야.

왜냐하면 별로 안 친한 사이에서는 이 욕이 영어의 Fuck you!와 똑같은 의미란 말이야.

넌 지금 그리스 여자들이 절대 사용하지 않는 욕을, 그것도 한국 여자가

것도 공공장소에서, 게다가 큰 소리로

Fuck you 라고 외친 거나 다름 없다고! "

 

헉그..그..그런거야??????

 

그럼 왜 진작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은 거야??? 이 매니저 씨야!!!

내가 알았으면 썼겠냐! 그것도 오버하면서 큰 소리로!!

당신이 나한테 먼저 그냥 가벼운 친구끼리의 호칭 정도의 욕이래서

나도 한 번 친한 척 해 보려고 한 건데...

엉엉나..이제 창피해서 어떻게 네 친구들 얼굴을 본단 말이야...

 

그런데 창피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매니저 씨의 온 일가 친척들이 제가 이 욕을 내뱉은 것을 다 알고 있었고, 외국인임을 감안해 볼때 새로운

개그 소재라고 찾은 듯 제게 몰려와서 "어머어머 올리브나무, 너 그랬다며? 그렇게 심한 욕을 공공장소에서

했다며?" 라고 놀리고 난리가 난 것입니다.

저는 더 이상의 창피함을 견디지 못하고, 괜히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고 어설픈 그리스어를 따라 했다가 망신당한

이 상황을 친구들이 잊어주길 바라며, 그 여행 중에 매니저 씨 친구들을 다시 볼 수 없었답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데요.

혹시 그리스 관광 중에 운전을 하시게 된다면 운전자들끼리 욕을 시원하게 해 줄때도 자주 듣게 되는 용어이니

사용하시지 않더라도 알아는 두시면 좋을 듯 하네요!

 

참, 까스의 액센트(그리스어에서는 액센트를 또노 라고 하는데요)는 에 있답니다.

만약 말라의 액센트를 에 두고 발음하면 부드러운, 말랑한이라는 말라꼬와 같은 뜻이 되므로 잘 구분하셔야

한답니다. 저는 수박장수 아저씨가 말라까스라고 제게 하는 말을 듣고 저한테 욕하는 줄 알고 급 흥분해서 매니저

씨에게 른 적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수박이 말랑하고 잘 익었으니 사란 뜻이었답니다^^

(그 때도 역시 엄청 창피했어요.)

 

 

여러분 즐거운 목요일 되세요!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