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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그리스어

그리스 와인농장 사장님, 마이 당황하셨어요?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7. 1.

 

 

 

동생네 가족과 로도스의 와인농장에 갔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그리스의 와인농장(와이너리)

 그리스는 강한 햇볕과 건조한 기후로 포도가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어 당도가 높은 포도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전역에는 많은 와인농장(와이너리)가 있고 유럽의 일반 장인(Master) 문화대로 와인농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국내, 해외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며 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도스의 경우 4년 전 국제 와인 대회에서 우승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내륙지역으로 들어가면 많은 와인농장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와인농장에서 직접 와인을 살 경우, 시음해 보고 고를 수 있으며 한 병에 6~10 유로의 싼 가격의 질 좋은 와인을

 구매 할 수 있습니다.

                                                                                                                       꿋꿋한올리브나무

 

 

동생네가 미국의 가족에게 선물로 줄 와인을 좀 사고 싶다고 해서, 나비계곡을 다녀오던 중 전통있는 와인농장으로

알려진 아냐스타샤 와이너리에 드렀습니다.

 

 

로도스의 와이너리들

 

 

 

제부와 동생이 와인을 시음하고 선물을 고르는 동안 저는 와이너리를 둘러보고 있었는데요.

그곳에는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법 많이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여자 사장님은 대를 이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셨는데요.

저희가 모두 관광객인줄 알고 영어로 설명을 하셨습니다.

 

동생네가 와인과 올리브 오일 등 선물을 다 고르고 계산할 때가 되어 저는 그리스어로 사장님께 총 가격을 물어

보았는데요.

그때까지 저를 동생과 함께 관광 온 관광객인 줄 알고 있었던 사장님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어머! 그리스어를 말하네요! 깜짝 놀랐네요!"

"뭘 그렇게 놀라시기까지..."

ㅎㅎㅎ

저는 본의 아니게 놀라게 해서 좀 민망함에 어색한 웃음을 웃어 보였는데요.

사장님은 정말 놀란 듯, 제게 한 번 더 말을 했습니다.

"정말 놀랐다니까요."

 

 

 

그러며 사장님은 제게 어느 동네에 사냐? 딸아이는 어느 초등학교에 다니냐? 등의 질문을 했고 저는 대답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좀 나누었는데요.

 

이야기가 끝나자 사장님은 갑자기 와인 한 병 당 1유로(약 1,500원) 씩 가격을 깎아 주신다는 거였습니다!

바로 앞의 독일 관광객에게는 제 값을 다 받는 것을 분명히 목격했는데 말이지요.

동생이 여러 병을 선물로 샀기 때문에 올리브 오일까지 총 할인 받은 가격은 상당했고, 저는 고마움에 몸둘 바를

몰라하며, 왜 깎아 주시냐고 넌지시 물어보았습니다.

(아마 친구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라고 그리스인들의 쉽게 친구 되는 문화에 대해 잠깐 생각했었는데요.)

 

사장님은 제게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당신은 그리스 사람이잖아요. 같은 국민끼리는 할인을 해 주어야지요."

 

헉뭐야, 방금 나한테 그리스 사람이라고 한 거야?

           그리스에 살기 때문이 아니고???

 

저는 너무 당황해서 사장님을 멍하게 쳐다보았는데요.

글쎄, 사장님께서 저와 그리스어로 대화를 하시고는 저를 그리스에서 태어난 네이티브로 착각하셨던 것입니다.

엉엉

그렇게 매니저 씨의 온갖 구박을 견뎌가며 배운 제 그리스어에 대해 처음으로 네이티브같다고 평가해 준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국적을 오해 받은 기분 나쁜 것에 대해 잠깐 잊고 기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는데요.

사장님께서 민망해 하지 않게 네이티브는 아니라고 간단히 설명을 하고 와이너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ㅋㅋㅋ개콘 황해 너무 재밌어요...

 

누가 봐도 동양인 외모에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하는 제가, 비록 국적 오해를 받았지만 그 이유가 제 언어 때문이

었다는 사실에 국적 오해에 대해 기분 나쁘기보다 늘 더 잘하려고 애쓰는 그리스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한 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게다가 누가봐도 얼굴이 그리스인이 아닌걸요.

ㅎㅎㅎ

제가 자랑 좀 했다고 기분 나쁘신 것 아니지요?

오래 전, 여행와서 시어머님"식사 하셨어요?" 라고 묻는다는게, 동사를 잘못 써서 "나 밥 먹었어요?" 라고

물어"그걸 왜 나한테 묻니?" 라는 어이없는 대답을 들어야 했던 사례를 포함해, 백만 스물 한 번 그리스어에

대해 구박과 실수를 겪은 뒤에 받은 오랜만의 칭찬이니, 자랑질한다고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아 주세용*^^*

 

(언어)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옛말이 떠오르는 하루였답니다.

샤방

 

 

여러분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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