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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복권 사랑 그리스에, 이런 복권이 다 있다니요!!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5. 20.




 


제가 그리스에 처음 여행 오기 한 참 전에 그리스가 궁금해 관련 책을 사다 보던 때에도, '그리스인들은 복권을 참 좋아한다.' 라는 정보가 있었을 정도이니, 그리스인들이 복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듯 한데요.

 

다만 그리스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복권을 구매하는 데에는 그저 "로또 맞고 싶다." 라는 심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리스에 이렇게 복권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었다 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스인들은 복권을 사는 것을 그저 인생의 하나의 소소한 재미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물론 당첨되면 더할 수 없이 기쁘겠지만, 당첨 여부와 상관 없이 그저 재미로 사고 또 그걸 이야기 소재 삼아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그리스에는 참 다양한 종류의 복권이 존재하는데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번호 추첨 형태인 로또부터 노점상에서 파는 복권, 방문판매로 파는 복권얼마나 다양한 종류가 있는지, 원래 복권을 잘 사지 않는 저 같은 사람을 "넌 왜 복권을 한번을 안사?"라고 도리어 이상하게 볼 정도입니다.


가장 오래된 형태의 복권인 노점상 복권인데요. 이렇게 가판대를 세워 놓고 팔기도 하고, 

이것을 들고다니며 팔기도 합니다. (google image)



이런 그리스의 양한 복권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오팝(오빱ΟΠΑΠ)이라고 부르는 복권방인데요.

이 복권방을 운영하는 회사는 1958년에 만들어진 복권회사인데, Ο Οργανισµός Προγνωστικών Αγώνων Ποδοσφαίρου (Organization of Football Prognostics) 라고 해서 축구경기의 승패에 대해 예상하는 복권으로 시작된 회사입니다.

현재는 이 복권회사에서는 축구 경기 결과를 예상하는 복권 외에도 여러 종류의 복권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오팝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복권들



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도 이런 비슷한 복권이 있지만 특히 그리스에서 이 오팝이 인기인 이유는 그리스가 워낙 축구 사랑이 대단한 나라여서이기도 하고, 보통 이 오팝 복권방은 그저 복권을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카페처럼 공간을 만들어 놓고 큰 TV를 설치해 두어서, 이 오팝 복권을 산 사람들이 그 자리에 함께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축구 경기를 관람하거나, 로또 추첨 결과 등을 시청하는 장소인 것입니다.


 


 


 

그리스의 다양한 오팝 복권방(복권 카페들)



워낙 그리스 남자들은 남자들끼리도 모이면 수다가 많은 사람들인데, 은퇴 후 시간이 남는 남성들이나 혹은 덜 바쁜 남성들이 복권을 사서 이 오팝 복권방에 모여 느긋하게 경기관람을 하거나 로도 추첨을 시청하는 경우도 많다보니, 시내는 물론이고 동네마다 이 오팝 복권방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희 집이 있는 동네에도 슈퍼마켓이 있는 상가에 오팝 복권방이 있고, 좀 더 가게나 사무실이 많은 저희 사무실 옆에는 이 오팝 복권방이 200m 간격으로 하나씩 있어서 이렇게 많아도 장사가 되는 건가 싶을 정도입니다.

얼마나 이 오팝 복권방이 많으면, 그리스에서 처음 읽기를 배운 마리아나가 길거리를 가다가 간판을 읽으며 

"엄마! 오팝은 뭘 파는 곳인데 이렇게 가게가 많아요?" 물었을 정도입니다.^^

물론 늘 몇 사람이라도 앉아 TV를 보고 있는 등 어떻게든 운영이 되는 것을 보면, 그리스인들이 좋아하는 축구와 복권, 카페를 적절이 매치한 사업이구나 싶습니다.


물론 복권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은 그리스에는 오팝 복권방(카페) 외에도 

이런 프랜차이즈가 아닌 복권 카페도 있습니다. 

(이 카페는 축구관람을 위한 스포츠 카페 개념으로도 운영되는 듯 합니다.)


 

지난 빠스하 명절 때였습니다.

보통은 이 명절 때 염소고기를 통구이로 굽고 돼지고기나 소고기는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상하게 동수 씨가 올해는 돼지고기를 통구이로 굽겠다고 시아버님과 큰 돼지를 구해왔길래 저는 파티의 다른 요리들에 신경을 써야 해서 정신이 없었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함께 파티를 하게 되었는데요.



빠스하 명절 당시에 올리지 않았던 사진들입니다.




전통춤을 환호하는 가족 친척들입니다.

(그리스인들이 이렇게 명절이나 파티 때 춤을 춘며 논다고 비하한 독자분이 있었는데,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엔 동수 씨가 명절도 아닌데 또 염소를 통으로 집에 들고 오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너무 이상해서 동수 씨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이 큰 염소가 어디서 난 거야?

요즘 명절도 아닌데 어디서 이렇게 염소를 통으로도 팔아??"


제 질문에 동수 씨의 대답은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응. 이거 복권에서 당첨된 거야! 아주 끝내주지?"

슈퍼맨


"어머! 뭐라고! 그런 복권이 다 있어??"

헉

"어? 내가 저번에 말 안 했던가? 그 때 명절 때 통돼지도 복권에 당첨되었던 거잖아!"

"전혀 몰랐어! 아니..그런 복권이 다 있다는 거야???"


"응. 방문판매로 복권판매원이 파는 복권 종류인데, 

그리스인들은 워낙 바베큐를 좋아하고 대가족 모임이나 파티도 많으니까 이런 통구이용 고기복권에 당첨되면 가게 살림에도 큰 도움이 되지. 

나도 지난 명절 전에 그냥 재미로 했었는데, 통돼지가 당첨되어서 깜짝 놀랐었다고. 

그래서 우리가 염소를 안 사고 통돼지 구이로 명절을 보낸 거였던 거야! 

이번에 통염소까지 당첨되니까 가게에 찾아왔던 복권판매원이 진짜 놀라더라고.^^"

ㅎㅎㅎ

 


결국 동수 씨가 당첨된 통염소는 시어머님이 손질하셔서 일부를 어제 동수 씨 친구들을 불러 놓고 바베큐해서 구워먹었답니다.


 




저는 염소 구이가 아직은 제 입에 크게 맞는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리스인들은 일단 염소구이 냄새를 맡으면 자연스럽게 명절이 연상되어서인지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듯 하네요.

 

두 번이나 당첨되고 나니 다음에 또 다시 이 통고기 복권에 도전하겠다고 전의에 불타 있는 동수 씨를 보면서, 이제는 사무실에 복권을 팔러 오는 복권판매원들에게도 좀 더 친절하게 대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동안엔 제 관심 분야가 아니라서 '왜 이렇게 사라고들 오나. 남편은 왜 이렇게나 저들에게 친절할까. 설령 안 사더라도 서로 복권에 대해 뭘 저렇게 웃으며 할 말들이 많을까.' 속으로 그랬었거든요. 

저도 그리스인들의 복권을 즐기는 문화를 이해해가나 봅니다.^^

   

여러분 행복이 가득한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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