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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겨울6

깨닫지 못 하고 여기까지 와서, 돌아보니 그리스어에는 할라라(Χαλαρά), 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쩜 어감이 그리 뜻과 어울리는지 '느슨한, 헐렁한' 이란 뜻의 이 단어를 생각하며, 저는 오늘 애써 할라라 한 마음을 갖고 글을 쓰려고 차분히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길지도 않은 안부를 전하는데 다섯 번을 끊어서 다시 써야 했을 만큼, 제게 긴 시간이 없었던 탓입니다... 도대체 올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4개월 정도가 통으로 날아가버린 기분이 듭니다. 살며 이런 적이 몇 번인가 있었는데 열중했던 시간에 대한 결과물이 있다면, 분명 잃은 것들도 있었기에... 저는 일들이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심호흡을 크게 하며 혹시 중요한 것을 놓쳤을까 잠시 뒤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마무리 되는 그리스의 여름 시즌, 변덕스런 날씨 그.. 2014. 10. 7.
거리의 오렌지만 먹고 살겠다고?농담하는 그리스인들 현재 그리스를 여행하시는 분께서 질문을 댓글로 남겨 주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가로수에 있는 오렌지나, 귤 등을 한 두 개 따 먹는 것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진 않습니다. 다만 너무 대 놓고 봉지에 다량으로 따는 모습을 경찰이 목격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떻든 가로수는 시나 관할 지역의 소유물이고 자국민도 아닌 외국인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자칫 사나워진 그리스인들의 겨울 민심에 불을 지필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신호등이 짧은 이유는 그리스는 유적을 보호하려다 보니 모든 도로가 상당히 좁은 편이고 일방로가 많은데, 이런 도로 구조는 쉽게 교통정체를 유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보행자 신호가 짧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단횡단에 대해서는 무단횡단을 하는 관광객이 의외로 많기 때문에.. 2014. 1. 30.
딸아이의 소원 스케이트, 그리스에서 타려니! 한국에서 아주 어렸던 딸아이는 겨울이면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눈썰매를 타러 다녔습니다. 가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로 눈썰매장에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그리스로 이민을 왔고 그 덕에 좀 더 큰 애들이 탈 수 있는 스케이트를 타볼 기회는 미처 없었습니다. 지난 여름, 이민 후 몇 년 만에 처음 한국을 방문 했을 때 스케이트를 한번이라도 타 보고 싶었던 딸아이와 실내 스케이트 장을 찾았지만, 때 마침 기계가 빙판을 고르느라 휴장 중일 때였고 시간이 많지 않아 다른 것을 보러 이동해야 했습니다. 2013년 여름, 한국의 실내 스케이트장 앞에서 사진만 한장 딸아이가 이렇게 스케이트에 대해 아쉬움을 갖는 이유는, 비가 많이 와 습하게 춥지만 측정온도는 좀처럼 영하 1~2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지중해성 기.. 2014. 1. 17.
한국과는 정말 다른 그리스의 ‘첫 번째 비’의 의미 첫 번째 비가 오기 직전, 우연히 지나가다 찍은 사진인데 꼭 멋진 작품처럼 나왔네요^^ '첫 번째 비' 라는 말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는 아홉 살쯤 여름의 어떤 오후가 떠오릅니다. 여름 방학을 앞 둔 여느 한국의 장맛비였는데, 그날 따라 우산을 챙기지 못해 비를 쫄딱 맞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체크 무늬 원피스, 축축한 운동화, 젖은 책가방… 그런데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집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 분쯤 서서 기다리다가 바로 옆 동에 사는 친구 집으로 가 보았습니다. 오 층이었던 친구 집 앞 복도에 서서, 열린 부엌 문틈으로 따뜻해 보이는 불빛 아래 엄마와 친구의 엄마, 친구 그리고 제 동생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십여 분을 그렇게 안쪽을 들여다 보기만 했습니다... 2013.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