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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그리스 문화

피자헛을 몰아낸 그리스식 이탈리안 식당 '피차리아'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5. 16.

피자헛을 몰아낸

그리스식 피쩨리아 Pizzeria (이탈리안 식당, 피자가게)

ιτσαρία 피차리아"

 

 

 

 

 

 

스파게티 등의 이탈리안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저는, 한국에 살 때 정말 제대로 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갈 게

아닐 바에야 검증된 프랜차이즈 피자가게에서 시켜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미스터피자 팬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살던 동네에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수제 피자가게가 있었는데, 주인아저씨께서 장인 정신이 있으신

분이셔서 신선한 재료와 적정한 가격, 질 좋은 밀가루에 신경을 쓰셨었는데 정말 보물같은 가게였어요^^

매니저 씨를 정말 좋아해 주셨고, 터키에 가서 식당을 하는 게 꿈이셨던 아저씨! 보고 싶습니다!) 

 

요놈의 입맛은 살아서 서울의 괜찮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참 많이도 뒤지고 다녔으나, 서울의 제대로 된 이탈리

안 레스토랑은 대개 가격이 좀 비싸기 때문에 늘 방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검증된 맛, 할인 카드나

쿠폰 제도, 샐러드 바 등을 이용할 수 있어서 한국의 프랜차이즈 피자가게들을 자주 애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에 처음 왔을 때 아테네에서 도미도 피자의 조각 피자도 맛 보고' 아 한국과 이렇게 다르구나 이런

부분은 더 좋구나, 근데 치즈가 많아서 좀 짜구나 ' 이런 저런 맛 체험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데요.

이상하게도 로도스에 놀러 올 때마다 매니저 씨는 이런 피자 프랜차이즈를 기피하는 것이었습니다.

시내에 분명히 피자헛이 있는 걸 봤는데도 제게 "여기서 누가 피자헛을 간다고 저렇게 가게를 열었나 몰라."

이러는 아니겠습니까?

"그럼 그리스의 다른 일반 피자가게는 뭐가 다르다는 거야?" 제 질문에

"그리스 피차리아는 재료가 달라! 도우 반죽이 달라! 굽는 방식이 달라!" 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런 매니저 씨의 설명을 당시엔 믿지 않았었는데요. 그리스에 살게 되면서 이 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πιτσαρία피차리아" 란?

바로 그리스에는 "πιτσαρία피차리아"라는 그리스식 피쩨리아(이탈리안 식당, 피자가게)이 존재하는데요.

관광객 전용 식당이 아닌 평범한 동네 "πιτσαρία피차리아"들의 피자, 스파게티, 빵, 샐러드 들을 맛보고 저는 정말

이지 "환상적이구나.." 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피차리아는 아무리 작은 읍 단위의 시골 마을이라도 하나쯤은 반드시 존재할 만큼 그리스에서는 상당히 흔한

종류의 식당입니다. 물론 배달을 하는 곳도 있지만, 한국의 동네 피자가게 분위기와 달리 마치 우리나라 기사식당

처럼, 외관에 신경쓰기 보다 탁워한 맛과 저렴한 가격, 쉽고 편하게 사람들이 드나들어 먹고 갈 수 있도록 자리배치

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분위기 좋고 아름답게 꾸며진 고급화 된 피차리아도 도시 중심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동네 피차리아들은 흔한 만큼 가게가 화려하지 않은 곳이 많고 간판도 변변치 않은 곳도 많습니다.

 

 

로도스에 있는 피차리아 사진들입니다.

 

소탈한 동네 분위기 부터 경관이 좋은 곳 까지 참 다양하지요?

 

 

 

 

 

피차리아 음식이 환상의 맛을 갖게 된 이유

1. 그리스는 이탈리아의 식민지였습니다. 이탈리아 음식은 식당뿐 아니라 일반 가정으로도 흘러 들어와

   그리스식으로 변형되게 되었습니다.

   (그 중 그리스식 까르보나라는 완전 다른 재료가 추가 되기도 하는데요. 그리스 가정에서 흔하게 해 먹는 이

   그리스식 까르보나라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할게요.)

   그리스식 이탈리안 음식들은 정통 이탈리안 식보다 좀 더 허브 향채가 많고, 양이 많고, 치즈나 우유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그리스식으로 변형된 동네 피차리아에 대해서 그리스인들은 굳이

   이탈리안 식당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리스식 식당의 한 종류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2. 그리스는 토마토, 치즈, 우유, 올리브, 신선한 빵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양질의 생산을 할 수 있는 자연 환경

   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식 피자에 올라간 치즈는 입에 짝 붙는 맛있고 다양한 치즈 종류들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그리스 자국 피자 프랜차이즈인 피자팬(PIZZA FAN) 에서 가장 인기 메뉴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인

   스페셜 피자에는 마지막 단계에서 패타치즈 가루를 뿌려서 굽는데요.

 

 

페타 치즈가 좀 짭짤하긴 하지만, 신선한 버섯과 베이컨을 더해서 정말 색다른 맛을 내는 것이지요.

게다가 피자팬은 가격도 저렴하고 배달이 신속해서 그리스 내에서는 1등 피자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하고 있습

니다. (그리스에서 만약 피자팬을 찾으시려면, 피자f판이라고 발음하셔야합니다.) 

 

 

3. 피차리아는 양이 많고 가격이 저렴합니다.

   과일, 치즈, 우유가 저렴한 그리스 에서는 이런 재료를 사용하여 프랜차이즈 수수료를 내지 않는 일반 피차리아

   의 음식들의 가격이 저렴할 수 밖에 없답니다.

   양은 잘 먹는 그리스인 기준에 맞추어져 있으므로 아주 만족스럽답니다.

   아마 양이 적은 여성분은 한 접시로 아이와 나누어 먹어도 될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스 피차리아의 음식들

 

 

 

  

 4. 피차리아 피자와 빵들은 오븐에 굽기도 하지만 화덕에 굽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급 피차리아 뿐만 아니라, 동네 작은 피차리아인데도 화덕이 완비되어 있어 구워져 나온 맛있는 피자들을

    맛 볼 수 있습니다.

 

로도스의 피차리아들의 화덕들

 

 

 

 

 

 

이런 그리스식 피쩨리아를 그리스 여행 중 찾는 방법은, 일단 분위기나 위치 등이 좋은 유명 피차리아 정보를 찾

서 여행을 하는 방법도 있고, 현지 어떤 동네에 가든 "이곳의 맛있는 피차리아(피쩨리아)가 있냐"고 물어보며 쉽게

찾으실 수도 있답니다.

다만 관광객 전용으로 여름에만 문을 여는 피차리아들도 있는데, 위치는 눈에 상당히 잘 띄지만 맛은 평균이고

가격이 싸진 않다는 것을 미리 알아주시면 좋을 듯 하네요.

 

결론적으로 저는 여행 때마다 그리스의 동네 피차리아들을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여행 후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열심히 다니던 한국의 맛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덜 찾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맛이 상당히 훌륭하고 최고의 수준이긴 하지만, 그리스 피차리아의 값이 저렴하고 신선

한 그리스 토마토 치즈 버섯 등을 아낌없이 넣은 스파게티와 잘 반죽되어 화덕에서 구워진 피자도우 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기회에 로도스 내의 맛있는 피차리아 정보와 그리스인들이 가정에서 쉽게 피자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제목에 피자헛을 몰아냈다고 굳이 쓴 이유는, 로도스 시내의 피자헛들이 관광객만 찾아주는 가게가 되다 보니

그리스 프랜차이즈 피자팬과 동네 피차리아들 등살에 못 이겨 결국 최근 모두 폐업하고 말았답니다.

횡한 폐업한 가게 자리에 어떤 다른 가게가 들어올 지, 로도스 시민들은 기다리고 있답니다.

 

 

여러분, 바쁘시더라도

밥 잘 챙겨 드시는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 이 글이 한국 피자헛을 폄하하려고 쓴 글이 아님을 아시지요? 혹은 전세계의 피자헛에 대해서도요.

  그리스의 식당문화를 알리려고 쓴 글이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