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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그리스 문화

참기름 대신 올리브유를 시골에서 짜서 먹는 그리스인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1. 22.

 

어제 그리스 가정식 감자튀김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몇몇 분이 제가 올리브유를 사용한다는 말에 난색을 표하셨습니다.(분명 일반 식용유를 사용하면 더 바삭하다고도 말씀 드렸습니다.)

그중 하나를 공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물론 저도, 요즘 한국에서 양질의 다양한 올리브유가 유통되고 있는 반작용으로, 수입산이라는 과대 포장 '올리브유를 짜고 남은 과육 찌꺼기들로 만든 올리브 포머스 오일 종류'도 좋은 올리브유인 것 처럼 유통되고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기에 올리브유라면 뭐 특별할 것도 없는데 제가 마케팅에 속아 올리브유를 쓰고 있는 듯한 댓글을 쓰신 것에 대해 이해는 합니다.

또한 다른 댓글에서 올리브유로 튀긴다고 뭐 건강을 위해 튀긴 음식이 좋겠냐고 말하신 것 또한 이해는 합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잘 모르시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가 어디냐, 바로 '올리브(Ελιά 엘리아)의 나라 그리스' 라는 것이지요.

그리스는 고대부터 올리브나무의 열매를 먹거리로 사용해왔던 지역이었습니다.

올리브 나무에서 올리브를 재배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모습을 담은 고대 그리스 유물입니다.

 

 

또한 올리브유는 그리스인들에게 사람을 축복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해서, 올리브유를 특별한 초를 켜는데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운 날씨와 어디나 바다가 가까운 긴 반도 지형의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높은 산이 많아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도 그리스에 있지요.) 소나무 류의 침엽수도 볼 수 있는 그리스이지만, 또한 가로수로 귤나무를 볼 수 있듯 귤, 레몬, 오랜지, 낑깡, 라임 나무가 흔하고 흔한 그리스이지만, 그리스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바로 올리브나무입니다.

여기도 올리브나무, 저기도 올리브나무, 지천으로 널린 것이 올리브나무이지요.

참 봐도 봐도 아름답고 유익하기까지한 올리브나무입니다.

 

생명력이 좋다는 올리브나무는 여름 내내 비가 오지 않는 그리스 기후에도 튼튼히 버티며 오묘한 옥색 빛이 도는 초록을 띈 채 굳건히 그리스 땅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잎이 짙은 초록으로 바뀌며 갖은 종류의 올리브 열매를 주렁주렁 품습니다.

 

언젠가 올렸던 이곳 로도스의 고대 원형경기장 앞으로 펼쳐져 있는 올리브나무들을 기억하시나요?

여름과 겨울의 올리브나무 색이 이렇게 다릅니다.

 

 

 그리스의 한 유치원에서 "올리브와 올리브유 Η ελιά και το λάδι" 라는 주제의 그림대회를 열었고,

거기에서 독특한 그림으로 뽑힌 유치원생의 그림입니다. (정말 잘 그렸네요.^^)

그러니까 그리스에서는 유치원생도 올리브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대략은 알만큼 올리브나무가 흔한 나무라는 것입니다. 

 

 

저희 이웃에도 시골에 올리브 농장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셔서 올리브 열매가 열리는 철엔 시골로 내려가 친척들의 수확을 돕고, 올리브를 가져다 여러 종류 향신료를 가미한 올리브 절임(피클)을 만드시는데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피자에 들어가는 올리브는 이렇게 가공된 올리브인 경우가 많지요. (올리브 절임 종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더 자세히 다룰게요.)

 

올리브유는 그리스인들에게, 한국인들의 참기름과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참기름은 그냥 동네 작은 마트에서도 팔고 대형 마트에서도 파는 흔하디 흔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 등급도 다르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그냥 보급형 참기름을 사서 먹는 사람들도 있고, 맛있는 나물무침의 마지막 한 방울의 착 감기는 향을 내기 위해 일부러 방앗간이나 시골에서 참기름을 짜서 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참기름을 잘 구할 수 없고 음식에도 거의 쓰지 않는 그리스에서는, 등급도, 가격도, 상표도, 재배 지역도, 용도(튀김하기 좋은 것, 샐러드 하기 좋은 것, 빵을 찍어먹기 좋은 것)도 다른 정말 다양한 종류의 올리브유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 살 때에도 기름 종류는 좀 따져보고 먹었던 편이었습니다만, 그리스에 와서 올리브유가 이렇게 맛있는 기름이란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양질의 샐러드용 올리브유는, 특히 시골에서 직접 짠 올리브유는 이게 과연 기름인가 싶게 느끼한 맛이 전혀 없이 입에 감겨서, 그리스인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 도리어 이 양질의 올리브유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스 스파르띠(스파르타) 시에는

<올리브와 그리스 올리브유 박물관 Το Μουσείο της Ελιάς και του Ελληνικού Λαδιού στη Σπάρτη>이 있습니다.

 

 

사실 스페인 남부, 이탈리아 남부와 함께 그리스는 올리브가 자라기 좋은 지중해성 기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양질의 올리브유 생산이 가능한 것입니다.

흔히 한국에는 스페인산, 이탈리아산 올리브유가 더 알려져 있지만, 이는 그리스보다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올리브유 생산과 수출판로가 더 넓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 역시 양질의 올리브유는 가격이 싸지 않기 때문에 저 역시 마트에 가면 진열대 한 줄을 다 차지하고 있는 올리브유 중 가격대비 양질의 올리브유를 사기 위해 매번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미 여러 해 동안 다양한 상표의 올리브유를 사서 맛 보았지만, 특정지역 올리브 농장에서 짠 올리브유만큼 맛있지는 않기 때문인데요.

상품화된 그리스 올리브유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올리브유 알티스입니다.

 

상품화된 올리브유에는 이렇게 원산지 표시 마크가 있어,

해외에서 그리스 올리브유를 구입할 경우 이 원산지 마크를 확인하시면 올리브유 브랜드를 잘 모르더라도 믿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 크리띠(크레타)의 한 농장의 올리브유입니다.

 

물론 상품화된 그리스의 올리브유는 그냥 막 사셔도 신선도와 맛에서 다른 나라의 그것 보다는 품질이 좋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도 그렇게 열심히 올리브유를 사가는 거라고 봅니다. 저 역시 작년 미국에 갈 때 미국의 가족 친척들을 위해 그리스의 품질 좋은 상품화된 올리브유를 선물로 준비했었습니다.

서울에서 서울과 거리가 좀 먼 특정 지역 참기름을 구하는 게 마트에서 하나 사는 것 보다 늘 간편하진 않은 것처럼, 그리스에서도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시골 특정지역의 올리브유를 늘 손쉽게 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그리스인 가족들은 여기서 한 두 시간 이상 떨어진 올리브유가 맛있다는 농장을 지날 일이 있을 땐, 일부러 들러 올리브유를 사오기도 하고 그쪽에 일이 있어 간다는 사람에게 부탁해 5리터 이상 대량으로 사기도 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에서는 와인 농장과 올리브 농장을 함께 겸업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좋은 와이너리를 찾으면 좋은 올리브유 역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분명 참기름과 향도 맛도 완전히 다른 올리브유이지만, 상표가 붙어 있지 않은 통에 담겨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올리브유를 받아들 때면, 어쩐지 시골에서 짠 귀한 참기름이라며 선물로 건네 받던 비닐과 종이로 입구를 새지 않게 동여맨 한국의 시골 참기름 생각이 나서 더 좋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진심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밝히는 것은, 저는 대학에서 식품영양을 전공했고 건강관련 강의를 건강관리와 식품대체의학을 공부하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10년 넘게 해왔습니다. 또한 한식조리사 자격증이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관련 정보에 대해 알려주신다면 당연히 겸손하게 듣겠습니다만, 정확한 정보도 없는 예의없는 댓글은 지양해주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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