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씨가 한국에 살 때, 우리나라 남자 아이돌 그룹들이 단체 인사를 하거나 연예인 붐 씨가 간혹 손바닥을 쫙 펴며 인사를 하는 경우를 보고, 혼자 빵 터져서 소파에서 굴러 떨어질 만큼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만약 붐 씨나 한국 아이돌 그룹이 그리스에 와서 공연을 할 기회가 있다면(그런 날이 오긴 하겠지요?^^)정말 알아 두어야 할 그리스 문화 때문입니다. 만약 이 그리스 문화를 모르고 단체 인사를 손바닥을 앞으로 펴고 한다면, 그 날 공연을 망치는 것은 물론 그리스 풍자 프로그램에 두고두고 반복되며 회자될 수 있으니 말이지요.
제가 이 '손바닥을 잘못 보여주면 큰일나는 그리스 문화'를 처음 제대로 알게 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리스에 처음 왔을 때, 저 나름대로 미리 알아 두어야 할 그리스 문화가 있는지 이런 저런 조사를 했었는데요.
당시엔 그리스에 관한 자료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스 문화를 한국에서 미리 안 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짧은 설명의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요.
그리스인들은 손바닥을 쫙 펴서 보여주는 게 욕처럼 들릴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짧은 내용의 정보로는 도대체 어떻게 손바닥을 펴서 보여주면 안 된다는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는데요.
그렇게 그리스에 와서 첫 여행을 하면서 저는 내내 제 손바닥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손을 들어서 인사를 하려 해도, '혹시 이게 욕으로 여겨지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었고, 작은 무언가를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건네 줄 때는 '이게 욕으로 보이면 어떻게 하지?'
이러며 정말 염려가 되었었습니다.
첫 여행은 워낙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지나갔고, 그렇게 세월이 지난 후에 매니저 씨에게 저는 구체적으로 이 손바닥 펴기에 관해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손바닥을 어떻게 펴야 욕이 아니라는 거야? 아니, 어떻게 펴는 게 욕이라는 거야? 난 그게 너무 고민이 되는데..."
"하하하..그걸 고민했었어? 진작 물어볼 것이지."
"아니, 뭐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걸 묻기도 그렇더라고."
"봐! 이렇게 손바닥을 정면으로 쭉 뻗어서 손바닥을 얼굴에 들이대며 '나!'라고 짧게 외치거나, '빠르따!'라고 외치면 그게 욕인 거야."
"나?" "빠르따?"
"오래 전부터 그리스에서는 이 동작을 욕으로 사용했고 상대에게 선전포고를 할 때 경고의 의미로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렇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지. 그리고 그리스어로 '나', 라는 말이 한국어로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지?"
"나(Να)!", 라는 그리스어는 한국어로 말하자면 "자!" "옜다' "여깄네." "받아" 등 물건을 건넬 때 사용되는 단어인데, 굳이 한국어로 해석하자면 '자!' 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 같습니다.
즉 손바닥을 쫙펴서 보여주며 '나!'라고 외치면 "옜다 욕 먹어라!" 가 되는 셈입니다.
"빠르따 Πάρτα" 는 "가져!, 받아!" 라는 뜻인데요. 영어로 굳이 설명하자면 Take! 로 해석되는 동사입니다.
Malaka가 그리스 남자들끼리는 흔히 서로에게 내뱉은 말이지만 사실은 심한 욕이라고 설명 드린 적이 있었지요?
이런 이유로 그리스에서는 길에서 운전 실수를 한 자동차에게 욕을 할 때, 얼굴이 아닌 팔을 창 밖으로 내밀어서 상대 차 앞쪽에 "나! *&%##%$%" 등 온갖 욕과 섞어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요.
이 장면은 그리스 경제 위기가 시작될 무렵, 새 대통령 선출을 앞두고
정치인 머리에 대고 욕을 하는 것을 포스터로 만들어 풍자하고 있습니다.
풍자를 좋아하는 그리스인들 답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저런 의미로 포스터를 만들었다면??
이렇듯이, 실수로라도 이런 행동을 그리스인에게 하는 것은 무척 조심해야 한답니다.
실제로 그리스인들은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인사할 때도 손바닥을 아주 쫙 펴지는 않는답니다.
약간 오므리듯이 펴서 인사하는 경우가 많지요.
지난 2013 유로비전에서 다른 나라 여성이 춤을 추는데 팔을 뻗는 동작이 이 그리스인들의 "나!"라고 욕을 하는 동작과 비슷해서, 바로 다음날 그리스 공중파 TV 풍자 프로그램에 그 장면이 다섯 번 반복 재생 되면서 더빙으로 "나!""나!""나!""나!""나!" 이런 소리를 입혀 우스꽝스러운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그리스인들의 재밋거리가 되었답니다.
또 한가지 한국에 이 동작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들이 있는데, 그리스인들은 이 욕으로 해석되는 손바닥 동작 때문에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는다! 라는 것인데요.
이것은 확실히 잘못된 정보입니다.
설명 드린 것처럼 얼굴에 갖다 대며 "나!" 혹은 "빠르따!" 라고 욕처럼 사용할 때 욕인 것이고, 그리스인들도 하이파이브를 한답니다.
제 딸아이와 매니저 씨도 부녀 간에 뭔가 함께 만들기를 성공했을 때에 자주 사용하고, 친구들끼리도 자주 사용하는데요.
그리스어로는 하이파이브를 "꼴라뻰데!" 라고 부르는 용어가 따로 있으니 분명 하이파이브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혹시 이런 확실하지 않은 잘못된 정보를 보시고 그리스인들과 하이파이브도 못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저는 이 손을 쫙 펴서 '나!'라고 욕하는 동작을 사뭇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유는 이 동작을 가장 가까운 부부나 연인끼리는 애교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남과는 절대 안 된답니다.)
일반 그리스인들끼리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 때 사용하는 동작이나, 부부끼리 좀 다투었는데 남편이 혹은 아내가 말도 안되는 잔소리를 하거나 들을 가치도 없는 변명 같은 걸 할 때, 긴말 필요 없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상대의 얼굴에 뻗어 "나!" 이러면 상대도 어이가 없어 웃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그 행동을 한 사람도 긴 말 필요 없이 통쾌한 대응을 해서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지요.
저는 주로 매니저 씨가 말도 안 되게 꼬인 농담이나 저를 놀려 먹을 때(이 사람은 저를 놀리는 재미로 사나 싶을 만큼 늘 새로운 놀림 거릴 만들어서 저를 골탕 먹이곤 합니다. 외모는 다르지만 얼마 전 종영한 일말의 순정의 정우성 선생님 같이 놀리는 것을 좋아하는 캐릭터랄까요. 이 드라마 누구 보신 분?), 들어 주다 들어 주다 못 참겠으면 그냥 얼굴 앞 10cm 에 "나!" 이러고 손바닥을 쫙 펴서 갖다 대고 만답니다. 그 행동은 대개 상대의 입막음을 이끌어내고, 서로 하하하 웃게 만든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그리스를 여행할 계획이 있으시거나 혹시 그리스인들을 보시게 된다면, 정말 이 행동은 주의 하셔야 하지만, 정확하게 이 동작이 아니면 하이파이브도, 인사를 하며 쫙 펴지 않은 손을 흔드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리스 가수 아르세니우의 뮤직비디오 장면인데, 해변에서 여성들에게 손을 흔들며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음악과 이 뮤직 비디오가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해 보세요~
(SAKIS ARSENIOU - PANO KATO / ΠΑΝΩ ΚΑΤΩ | 빠노 까또 - 위 아래, 라는 제목의 노래네요^^)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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