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이 한국어 발음을 실수하는 이유

 

 

 

 

예 1.

메니저씨는 한국에 살 때, 연세어학당을 다녔었습니다.

그리스인인 메니저 씨는 한국어 공부를 무척 어려워 했고,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었던 올리브나무 씨,

바쁜 중에도 메니저 씨의 숙제를 도왔습니다.

 

한국인인 올리브나무 씨가 처음 그리스어를 배울 때

영어에 비해 딱딱 끊어지는 발음을 갖고 있는 그리스어는 몇개의 발음을 제외하고는 (Γ감마,Ψ프스,Ξ크스,P로)

역시 딱딱 끊어지는 발음의 음절을 갖고 있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한국인으로서

발음하기 좋은 언어였습니다.

 

<미국 동생 결혼식에 갔을 때, 때빼고 광내고 다이어트 한 메니저 씨>

 

마찬가지로 그리스인인 메니저 씨에게 있어서 한국어는 발음하기 어려운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일단 한글을 읽기 시작하자 꽤 정확한 발음을 구사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짧은 문장은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거기, 언제 갈거야?" 라는 질문에 돌아온 메니저 씨의 한국어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난중에."

"뭐?"

"난중에 갈거야." 

 

나중에가 아니라 난중에,라니요. 이게 웬 사투리랍니까. 분명 한국 표준어를 배웠는데요.

억양만 서울이지 경상도 어휘를 서울 생활 40년 넘게 못 고치시는 올리브나무 씨의 부친과 메니저 씨는

부친이 영어를 못하신다는 이유로 자주 대화할 수 없는 사이인데 말이지요.

 

그런데, 그 외에도 몇몇 발음을 배운 것과 달리 그렇게 자꾸만 ㄴ을 집어넣어 이상하게 발음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쳐주어도 또 실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2.

올리브나무 씨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아테네 출신 아가씨 디미트라 씨

아테네 친구들과 교류하던 중, 한류에 심취하게 되고

한국어를 공부하면서도 한국드라마와 K-pop을 지속적으로 보고 듣는 관계로

한국어 발음이 정확한 편입니다.

 

<"선생님 어서오세요." 늘 반기는 예쁜 디미트라씨>

 

현재시제 동사, 주어 수식어 목적어의 조사, 장소부사까지를 공부한 디미트라씨는

이제 4형식 문장정도는 거뜬히 만들어 내는 놀라운 한국어 실력 향상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그녀는 밥을 먹습니다" 라는 문장을 읽는데

반복적으로 그녀는그년을이라고 읽는 것이었습니다.

헉

그리고 자꾸만 자리에 을 집어넣어 쓰거나 읽는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원인을 분석하기 좋아하는 올리브나무 씨는 이 경이로는 현상에 대해 분석과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두가지 이유를 밝혀냈습니다.

 

하나. 로도스 방언(사투리)때문입니다.

로도스 섬의 로도스 시의 사람들은 지역 방언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지난 번에 소개한대로 전 세계의 관광객이 드나드는 만큼, 그리스 타 지역의 국민들도 바캉스를 즐기러 오는 장소이기 때문에 만약 지역 방언을 사용하게 된다면 업무에 지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주도의 영화관, 공항, 박물관 호텔 등에서 표준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들을 주로 만난다고 해서

제주도 방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로도스의 방언 또한 도시를 벗어나거나 관광 중심 지역이 아닌 시골 마을로 들어가게 되면

여전히 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로도스 방언의 발음에 ㄴ 발음이 그리스 표준어에 비해 많이 섞여있습니다.

예로 그리스어에는 영어의 D발음에 해당되는 발음을 NT(니와 따프)를 함께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숫자 5인 πέντε표준어에서는 [뻬ㄴ데] 라고 ㄴ을 넣는 듯 마는 듯 [뻬데]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그런데, 로도스 방언에서는 정확하게 [뼨데] 라고 발음을 하는 것입니다.

메니저 씨 역시 그리스 표준어를 사용하지만

3대째 로도스에서 살고 있는 메니저 씨의 언어 습관 속에는 ㄴ이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 고대 그리스어 때문입니다.

고대 그리스어(헬라어)는 현대 그리스어와 많이 달랐습니다.

특히 기본 단어의 형태는 현대 그리스어와 비슷하나

단어의 끝부분이 N(니)로 끝나도록 사용된 단어가 많았었습니다.

이런 고대 그리스어 발음이나 억양은

현직 그리스 대학의 교수라면 현재까지도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한번은 에게해 대학 교수의 지도에 관한 인터뷰를 KBS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로 번역한 적이 있었는데

고대 그리스어식 발음을 살짝 살짝 섞어서 말한 이 한 시간짜리 인터뷰를

애먹으면서 번역할 수 밖에 없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메니저 씨 표현대로라면 "클래식 아테네 사람"에 해당되는 디미트라 씨

대형서점에 근무하며 흔하게 고대 그리스어를 접하다보니

이런 고대 그리스어의 발음 영향을 한국어를 사용할 때에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여전히 난중에그년을을 듣고 있는 올리브나무 씨는

부디 올해는 그들의 한국어 발음을 교정해 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토닥토닥

 

오늘 한국어 발음을 실수하는 그리스인들의 이야기 재미있으셨나요?

여러분의 소중한 댓글을 기다립니다.좋은하루

 

*메니저 씨는 올리브나무 씨의 남편입니다. 뭐든지 잘 고친다고 하여 그의 친구들이 부르는 별명 중 하나입니다.

*올리브나무 씨의 블로그에서 오탈자를 발견할 경우 한국어 선생이! 라고 욕하지 마시고, 조용히 알려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그녀는 알고도 많이 실수하는 인간입니다.

Posted by 꿋꿋한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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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트맘 2013.01.22 1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호, 한국인이 그러면 그리스어를 배우기 쉽다는 말씀이시지요?
    열살만 젊었으면 그리스어애 도전해보는건데 아까비~~~
    꼭 못하는 사람이 핑게는 많아요.ㅎㅎㅎ

    ㄴ자를 붙인들 어떠랴 싶었는데 그녀에 붙으니 곤란하군요.
    남편분이 메니져씨라니 편할때가 많으시겠어요.^^

    •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01.22 2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민트맘님. 문법은 무척 어려운데, 일단 발음은 한국인에게 쉬운 편입니다. 이 곳의 러시아 사람들이나 독일사람들이 그리스어 발음을 하는 걸 보면 참 불편해 보이는데, 한국인들에게는 발음하긴 좋은 언어인 것 같습니다. 문법을 공부하지 않고 회화만 줄창 연습한다면, 기초 회화정도는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트맘님 아직 젊은신데요!! 제가 나이는 모르지만, 외모만으로는 어디나가도 아직 젊단 소릴 들으실 것 같아요~누가 그렇게 큰 아들들이 있다고 믿겠어요.^^


  2. Favicon of http://ppippi51.tistory.com BlogIcon 장화신은 삐삐 2013.01.22 2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었어요..그년을..에서 뿜어대니 한국말을 모르는 신랑은 이유를 묻는데
    답을 못 했네요..^^;전 경상도 여자라 난중에가 그렇게 이상한 줄 몰랐네요..^^;

    •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01.22 2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남편분께서 한국말을 모르시는군요.
      하하하. 그러게요. 저도 수업하다가 첨에 얼마나 웃었나 몰라요.
      디미트라는 제가 왜 웃는지도 모르고 눈만 꿈뻑거리며 저를 쳐다봤구요.
      근데, 장화신은 삐삐님은 경상도 출신이시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난중에, 할 때는 그냥 약간 사투리인가 하고 넘어가는데, 외국인이 난중에, 라고 하니까 정말 이상하더라구요. ㅎㅎ.

  3. Favicon of http://blog.daum.net/mudoldol BlogIcon 산들이 2013.01.23 0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하! 너무 웃겨요... 난중에, 그년을....!
    한국어 선생님이셨군요... 스페인도 발음이 딱딱 끊어져 발음하기 아주 좋답니다.
    영어보다 먼저 스페인어 배우고 영어하는게 훨씬 좋게 느껴져요...
    스페인어는 금방 배울 수 있거든요..ㅎㅎㅎ... 그럼 영어는 더 쉽게 느껴져요...
    그러나저러나 그리스에서도 K-pop, K-drama가 유행이군요....
    요즘 외국인들이 그래서 한국말을 배운다는 말을 언뜻 들었거든요...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01.23 0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번역일도 하고 한국어도 가르치고, 한국에 두고 온 일도 아직 원격으로 좀 하고 있고 그렇게 살고 있답니다.
      나중에 산들이 엄마님께 스페인어 궁금한 게 생기면 여쭤봐야겠어요*^^*

  4. Favicon of http://zomzom.tistory.com BlogIcon 좀좀이 2013.02.05 0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이제야 읽네요. 난중에 ㅋㅋㅋ 그년을 ㅋㅋㅋ 사투리에 욕설에 ㅋㅋㅋ 발음이 조금만 바뀌니 조금 잘못되었다 정도로 끝나지 않아버리는군요 ㅎㅎ

  5. Favicon of http://blog.daum.net/jungun_ BlogIcon 피러17 2013.03.20 0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재밋어요.ㅋㅋㅋ

  6.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BlogIcon +소금+ 2013.05.08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7. 박슬기 2013.08.22 0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 어쩜 제 남편도 그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 Florence 2013.11.14 15: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겨우 10월에 올리브 님의 글을 찾아서 지금 겨우 댓글을 쓰게 되네요.

    저희 부모님이 한분은 충청도 (9대 째 같은 마을 거주) 와 한분은 황해도계 서울 분인데요 (조부모님이 6살과 10살쯤에 서울로 이사를 오셨습니다= 1920년대 후반) 지역특성의 사투리쪽 단어를 쓴답니다.

    충청도 분은 중학교 때 고향을 떠났어도, 특정 단어들은 충청도 입니다. (eg)난중에, 훗날, 천치, 시방

    서울분도 억양은 서울인데 특정 단어는 황해도 필이 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어렸을 때 오셔서 억양은 서울이지만 몇개의 단어는 사투리를 쓰는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맨들다(만들다)가 표준말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언어학자들이 하는 말이 있어요. 정말로 언어 토박이가 되려면 3대째 같은 지역에 살아야 한다고. 이글을 보면서도 그렇고 저희 집의 역사를 봐도 3대 같은 지역에 살아야 언어가 완전히 지역화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갱상도 남편하고 살고 있고, 어렸을 때 자주 이사를 다녀서, 표준말도 아닌 어정쩡한 한국말을 하고 있어요. 억양도 정말로 엉망이고요.




    • Favicon of http://greekolivetree.co.uk BlogIcon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11.16 2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뭐, 제대로 된 서울 억양을 쓰는 사람이 사실 얼마나 되겠어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경상도 출신 부모님을 둔 덕에 흥분하면 억양이 막 격양되는 경향이 있어요.
      저 역시 Florence님 처럼 미취학 시절에, 돌라 그래.(달라고 해.)가 표준어인 줄 알고 이웃 친구에게 사용했다가 창피한 적도 있었고요^^
      워낙 서울에는 다른 지역에서 와서 정착한 세대들이 많이 사는 곳이니, 누구라도 조금씩은 그렇게 집안의 억양을 갖고 있더라고요. 더우기 경기도 사투리라고 해서 서울과 근접한 지역 소도시 역시 독특한 억양이 존재하던 걸요~

      그런데 Florence님은 정말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 대단하세요!
      전 외할머님이 제가 이십 대 중반에 돌아가셨는데, 외국에 그렇게나 오래 살다가 들어오신 분이라는 것을 아주 최근에 알았어요. 제가 정말 무심했구나 후회가 되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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