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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담뱃값이 비싸지면 흡연율이 줄 거라는 편견은 그리스를 보고 버려라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3. 21.

담뱃값이 비싸지면 흡연율이 줄 거라는

편견은 그리스를 보고 버려라

 

 

 

 

 

 

 

그리스의 흡연 현주소

 

우선 그리스의 담뱃값부터 공개하자면 우리나라에서 2,700원인 말보로가 3.7유로(약 5,500원)으로 한국의 두 배 가격입니다.

일반 공산품이 한국에 비해 비싸기는 하지만, 500cc물 한 병에 평균 800원이며 야채 고기를 포함해 전체적인 물가가 한국과 비슷한 그리스의 현재 물가를 볼 때, 분명히 그리스의 담배 가격은 비싼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흡연자 체감 비율은 남녀 불문하고 성인 인구의 80% 이상입니다.

(OECD 통계에서는 이 보다 낮게 보고되어 있지만, -낮게 보고 되어 있어도 세계 1~2위- 제가 아는 그리스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그리스인을 500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했을 때, 이 정도의 통계가 나와서 체감 비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실내에는 흡연이 금지 되어 있는 장소도 많이 있지만, 여름이 긴 그리스에서는 야외 가족모임이나 야외 파티도 많기 때문에, 그 때에는 비 흡연자가 흡연자들의 담배 연기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현대 그리스 젊은이들은 사이에서 '담배와 커피를 빼 놓고는 그리스인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리스의 흡연 문화는 이렇습니다.

실제로 30~40명이 한꺼번에 모이는 규모의 가족 친척 모임에서, 모든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디저트를 기다리는 시간에 주로 담배를 피기 시작하는데, 이 중 80% 이상이 담배를 핀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비 흡연자인 제 머리카락은 온통 담배 연기에 휘감기고, 연기로 눈이 매울 지경에 이릅니다.

물론 그 자리에 어린이들이 동반될 경우, 야외라 하더라도 조금 조심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지금 어린이를 키우고 있지 않는 경우인 나이가 많은 분들이나, 미혼인 젊은이들의 경우 이런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어린이 앞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경우를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저희 가족 친척들의 경우에도 저와 오스트리아 고모님만 제외하고 모두 흡연자이기 때문에., 40명 정도 모이는 모임에서 모두의 흡연 타임이 오면, 저희 집안엔 아직 어린이가 많지 않은 관계로 이제는 자연스럽게 제가 아이를 데리고 다른 자리로 피합니다. 나머지 38명이 피하는 것보다 저희 둘이 피하는 게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나이 많은 연장자와 젊은 사람들이 마주앉아 소위 말하는 맞담배를 피우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그리스에서는 며느리와 시아버지, 친정엄마와 사위가, 증조할머니와 손자, 증조할아버지와 손녀가 다 같이 한 재떨이를 놓고 마주 앉아 담배를 피울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리스에서는 담배를 피우며 침을 뱉는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어찌 보면 이것은 담배를 배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습관인 것 같습니다.

 

OECD 2013년 Factbook: 경제, 환경, 사회적 통계(분야)

Version 1 - (마지막 업데이트 2012년 12월 19일)

OECD 국가 성인 인구 비율에 따른 '하루 흡연 인구' 순위, 2010 또는 최근까지

 Statlink StatLinkhttp://dx.doi.org/10.1787/888932710726

 

 

담뱃값과 흡연율이 관계가 있다고?

이렇게 높은 흡연율을 자랑하는 그리스인들이 담뱃값이 더 비싼 영국이나 북유럽에 여행가게 되었을 때,

과연 그들은 그 기간만이라도 흡연을 줄이고 금연운동을 벌일까요?

아닙니다. 경제위기가 와도 줄지 않은 흡연율인데, 그 곳에 가도 그대로 유지가 됩니다.

그리스인들의 담배사랑은 정말 대단해서, 미국에 이민간 그리스인들의 경우 유럽에서 주로 유통되는 종이에 싸서 피는 가루담배를 일부러 특정 마켓에 가서 구해서 필 정도 입니다.

(한 손엔 담배를, 다른 한 손엔 프라뻬 커피컵을 당당하게 들고 고개를 45도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은, 그리스인 특유의 쿨 하고 도도함을 뽐내는 모습의 전형이기도 합니다.)

 

어떻든 흡연 장소를 더 제한하거나 담배꽁초쓰레기에 대해 더 제한하는 것, 혹은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그리스인들의 경우만 봐도, 이미 니코틴에 중독된 사람들의 흡연율을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생각했다면 애초에 담배를 지속적으로 필 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실험이나 조사에서 담뱃값이 흡연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통계에 관한 보고가 있긴합니다만,

이 실험들이 모두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니었고, 특정한 나라에서 행해진 실험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실험 결과를 진리인듯 취급하여 한국의 실정에 적용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입니다.

 

한 갑에 2,700원 하는 담배를 매일 반 갑을 피우며 한달 평균 담배 값으로 40,500원, 매일 한 갑을 피우며 81,000원을 지불하는 한국 흡연자들이나,

한 갑에 5,500원 하는 담배를 매일 반 갑을 피우며 한달 평균 담배 값으로 82,500원, 매일 한 갑을 피우며 165,000원을 지불하는 그리스 흡연자들이,

이 경제 불황에, 돈 때문이라도 과연 금연을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걸까요?

차라리 솔직하게 담배인삼공사의 사업 정책상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고 말해도 사람들이 납득을 할까 말까인데, 흡연율을 저하 시키기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고 흡연에 대한 불안감만 조장하는 것은 국민들을 눈 먼 바보로 생각하는 그다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또한 OECD에 등재되어 있는 자료 중, 성별 흡연율 등의 일부분 자료만 발췌하여 한국이 OECD 국가 중 마치 최고의 흡연국인 것 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도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흡연율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흡연과 건강에 관한 더 전문적인 공익광고를 내 보내든지, 흡연을 돕는 금연센터를 더 늘리는 것이 훨씬 흡연율을 줄이는 데에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본인 혼자만의 의지로만 이미 중독된 담배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담배를 끊은 사람은 독하니 상종을 하지 말라는 농담이 있을만큼 전문가의 도움 없는 금연은 쉬운 것이 아니며, 십 년간 금연했던 사람이 한 순간에 다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도 니코틴 중독이 향정신성 약물 중독보다 무섭다는 의견이 있을정도로 강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건강에 대해서도 건강에 관한 충분한 교육(신체 신진대사의 원리나, 성인병이 생기는 원리 등)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질병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잘못된 생활패턴을 바꾸려고 애쓰지만,

무조건 너는 당뇨니 단 것은 먹지 마라 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당뇨의 원리와 근본 개선 생활습관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의지적으로 행동패턴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인 것입니다.

 

그리스에서도 담배 갑 앞에는 한국처럼 흡연의 결과에 대한 무시 무시한 문구가 쓰여있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금연을 하려는 그리스인들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그리스에 살면서 단 한 번도, 공영방송에서 흡연에 대한 공익광고나 금연을 돕는 것에 대한 어떤 다큐멘터리 조차 본적이 없습니다.

원래 건강에 대해 대체의학이나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자연치유보다는 화학적 약품과 의사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그리스인들의 경우, 분명히 대체의학이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에 비해 흡연에 대한 부분에서의 일반 상식도 적고, 금연에 대한 필요성도 적게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국민성 자체가 즐겁고 쿨 하고 화끈하게 사는 것이, 매사 조심하며 스트레스 받고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기 때문에 더 흡연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에 대해 예민하고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며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한국인들 조차 개인의 의지로만 끊어 내기 어려운 것이 니코틴 중독입니다.

흡연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원리와 금연의 유익에 대한 공익 광고와 관련 정보 프로그램을 늘리고,

지역 보건소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1:1금연 상담 창구를 개설하거나 (현재 전화로 도움을 주는 금연 서비스도 있는데, 큰 도움이 못 되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게다가 전문성이 부족해 처음 금연 상담을 신청했던 사람들도 나중엔 스팸 전화 취급하듯하여 지속적인 상담을 못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속적이고 전문적이지만 저가의 금연 상담을 해주는 의료기관이나 기업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다면, 담뱃값 인상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납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인상된 담뱃값으로 담배인삼공사가 얻은 조세 이익을 정부가 공익광고, 또는 프로그램 개발이나 전문적인 금연 상담에 필요한 지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물론 이에 관한 모든 정책과 예산안은, 지금 처럼 뭉뚱그려 현실성 없이 폐암 환자를 지원한다는 식의 정책발표가 아닌, 

담뱃값 인상 전에 '시행 가능한 확실하고 구체적인 신뢰있는 형태'로 국민들에게 발표되어야 할 것이며,

담뱃값 인상 이후 모든 재정 보고는 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