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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한올리브나무308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과 인사하기 쉬운 그리스 문화 아테네의 지하철역에서 순간 '저 사람이 누구였더라? TV에서 봤던 배우였었나?" 라며 재빨리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을 만큼, 그 여자와 저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그녀의 몇 안 되는,어쩌면 유일한 동양인 지인 중 하나일 제 얼굴은, 알아보기 참 쉬운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어머! 반가워요!" 그녀가 제게 웃으며 다가와 그리스인 예의 볼키스를 해오며 격하게 아는 체 할 때서야, 저는 그녀가 올 여름 마리아나 수영강습에서 처음 알게 된 꼬마 요르기아의 엄마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아이엄마 답지 않게 여릿한 몸매에 예쁜 얼굴을 갖고 있어서, 순간 TV에서 봤던 배우인가? 착각했던 것입니다. 일 때문에 아테네로 잠시 출장 온 것이라 했습니다. 여름 내내 수영장에서 .. 2014. 10. 29.
그리스에서 1년만에 먹은 ‘남이 해준 한식’의 부작용 아테네로의 짧은 주말 출장이었지만, 가기 전부터 단 하나 저를 설레게 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남이 해준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간 아테네에 무수히 갔건만, 늘 일만 보고 돌아오거나 머문 장소가 한식당과 거리가 멀어 들를 여유가 없거나 였습니다. 작년 7월에 한국에 다녀왔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14개월 정도를 제가 만든 한국음식 외에는 한식이라고는 접시 귀퉁이도 볼 수 없었고, 알다시피 그리스인들의 '요리 후에도 음식 냄새가 집에서 나면 안 되는' 민감한 후각들 덕에 그리스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저희 집에서 만들 수 있는 한식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된장찌개나 김치 등, 한식을 모르는 그리스인들이 맡으면 낯설고 향이 강한 음식에 대해서는 특히 조심할 수 밖에 없었고 더욱이 두부콩도 구할.. 2014. 10. 15.
깨닫지 못 하고 여기까지 와서, 돌아보니 그리스어에는 할라라(Χαλαρά), 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쩜 어감이 그리 뜻과 어울리는지 '느슨한, 헐렁한' 이란 뜻의 이 단어를 생각하며, 저는 오늘 애써 할라라 한 마음을 갖고 글을 쓰려고 차분히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길지도 않은 안부를 전하는데 다섯 번을 끊어서 다시 써야 했을 만큼, 제게 긴 시간이 없었던 탓입니다... 도대체 올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4개월 정도가 통으로 날아가버린 기분이 듭니다. 살며 이런 적이 몇 번인가 있었는데 열중했던 시간에 대한 결과물이 있다면, 분명 잃은 것들도 있었기에... 저는 일들이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심호흡을 크게 하며 혹시 중요한 것을 놓쳤을까 잠시 뒤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마무리 되는 그리스의 여름 시즌, 변덕스런 날씨 그.. 2014. 10. 7.
딸아이와 같이 하는 그리스 역사 공부, 반전 매력 넘쳐 "엄마! 이스토리아(역사) 과목이 너무 어려워요!!!!" 4학년이 된 마리아나는 새로운 그리스 역사(국사) 교과서로 몇 번의 역사 수업을 듣고 나더니, 정색을 하며 우는 소리를 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약 9년을 배워야 하는 국사인데, 신화 위주로 쉽게 진행되었던 3학년 교과서에 비해 4학년 교과서에서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농업, 목축, 항해, 이주, 생활, 종교와 고대 도시국가 등 비교적 낯설고 어려운 주제들을 시간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딸아이가 처음 들어 보는 고대 지역 이름들과 어려운 그리스 단어들(한국어로 풀이하자면 조직력, 이주, 자산 등의 단어 등입니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안 그래도 4학년부터 교과과정에서 한국의 '사회과 부도.. 2014.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