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독백

미묘한 차이를 깨닫고 인정하고 나니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9. 1. 08:23

 

 

 

 

언젠가 밝힌 적이 있듯이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소 실수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는 편입니다.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약간의 완벽주의, 약간의 강박에 여전히 시달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남에게보다도 제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참 관대하지 못 한 편인데요. 그런 점은 자책으로 이어지기가 쉽습니다.

 

최근 잘 모르는 사람과 누가 잘못 했나 시비를 가려야 하는 어떤 사건이 있었는데, 그리스에 와서 이런 일로 엮인 적도 없었고 일 때문에 내부가 아닌 외부와 골치 아픈 사건에 연루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일은 제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데 잘못 걸렸다는 식으로 저를 위로했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마음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석연치 않았습니다.

분명 일의 해결점도 찾았고 그래서 해결될 기미도 보이고 그렇기에 불안해 해야 할 부분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며칠을 고민해야 할 만큼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뭘까, 도대체 뭐가 내 마음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 걸까.'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딸아이가 자는 방에 들어가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주다가 주마등처럼 십 년도 넘은 오래 전 어떤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제게 참 흑역사 같은 아픈 시절의 일이었는데, 여태껏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늘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에 대한 자책이 너무 심해 고통 때문에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잠든 아이의 손을 붙든 침대 머리맡에서 처음으로, 그 일들에 대해 '내가 잘못했다'는 인정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며 비로소 깨닫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나를 스스로 자책하는 것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 말입니다.

제가 자책을 했던 것은 늘 이런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실수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분명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밖에 못 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

얼굴에 뜨거운 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내 자신이 부끄럽고 싫다.'

라는 생각 말이지요.

 

즉…

저는 제대로 일 처리를 해내지 못 하고 그렇게 큰 실수를 해서 그런 상황에 처함 저 자신이 부끄럽고 싫어서 자책을 해왔던 것이지, 정말 그 상황에 제가 잘못했다라고 인정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십 년도 더 넘은 일에 대해서 저는 그 일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혹은 원래 능력 뛰어났던 내가 어쩌다 한 실수가 아닌, 그저 세상을 잘 모르고 무모했고 능력이 부족했던 내가 명백하게 잘못했던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저를 걱정하며 마음의 상처를 함께 입었던 부모님과 제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실수가 아닌 '제가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 인정이 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시시비비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자책도 들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도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나니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분명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상대가 잘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제가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 스스로가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스에 와서 그간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한국에서 내가 어떤 대접을 받던 사람이었는지 또 어떤 자랑할 만한 것들이 있었는지 다 잊었고 내 자신에 대해 많이 내려 놓았다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여전히 제 자신에게 쓸데없는 자존심괜찮은 사람이고픈 완벽주의가 남아서 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누구보다도 저 스스로가 저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지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간에 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고 실상 괜찮은 사람이 아닐 때가 괜찮은 사람일 때보다 더 많다는 것을요.

 

이렇게 한국인 하나 없는, 그래서 그리스인 남편이나 소수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내가 어떤 원래는 사람이라고 변호해줄 만큼 나를 오래 보아온 사람이 없는 곳에 살다 보니, 더 기를 쓰고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애쓴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젠 그냥 남들이 나를 괜찮지 않은 사람으로 보든, 별로인 사람으로 보든, 그냥 그런 아시안으로 보든, 편견의 눈으로 보든…

그냥 부족한대로의 나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내가 먼저 인정해주어야겠다 싶습니다.

 

어느덧 9월이네요. 여러분 행복한 9월 되세요!

9월엔 좀 더 자주 찾아뵐 수 있길 저도 기대해봅니다.

 

 

 

내일, 그리스 결혼식에 관한 예능프로인 '나의 결혼원정기'가 시작하네요. 추석 연휴까지 세편 정도 이어질 예정인데요.

방송 제작하시는 분들이 이 프로를 준비하시며 많이 애쓰셨더라고요.

저는 그리스 결혼식에 관한 정보들을 사전에 제공한 것 외에 현지 제작에 도움을 드린 부분은 없지만

(출연 제의를 받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그것을 고사해서 시청자분들의 눈을 버리지 않게 해드리게 된 점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작하신 분들이 워낙 애쓰셨다는 것을 알기에, 또 제작 장소가 한국분들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산토리니 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블로그를 통해 예고편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지네요~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한번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늘 부족한 저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