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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인들이 선택을 잘못하면 평생 후회하는 '이것'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5. 3.

그리스인들이 선택을 잘못하면

평생 후회하는 '이것'

 

 

 

 

 



 

 

어제 끼끼의 남편 니코스가 뒷집인 시댁에 놀러왔길래, 저는 그의 딸 미카를 위해 사 두었던 이맘때 명절 어린이

선물로 주는 큰 달걀 모양 초콜릿(안에 장난감이 들어있는)과 선물을 내밀었습니다.


  


  



니코스는 "아! 뭘 이런 걸 다 챙겨주고 그래? 올리브나무. 우리는 마리아나 것을 못 샀는데..."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마리아나는 드디어 밝히는 제 딸아이의 그리스 이름입니다. 한국 이름은 따로 있습니다.)


민망해 하는 니코스에게 저는 성급히 대답했습니다.


"아니에요. 마리아나는 '노나'에게 이미 선물을 받았어요.

미카는 '노나'가 이사가면서 잘 못 챙겨준다고 들어서 그냥 싼 걸로 산 거니까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ㅎㅎㅎ



"아무튼 고마와. 올리브나무."

라고 대답하는 니코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 앉아 계시던 시아버님께서

"내 꺼는!" 이라시는 것이 아닙니까?


 헉

'아..아..아버님..미키마우스 장난감이 들어간 초콜릿이

그렇게 갖고 싶으셨어요?'


...라고 차마 물어볼 수 없었던 저는, 웃으며


"아버님도 어릴 때 '노나'에게 해마다 초콜릿이랑 선물 받지 않으셨어요?"


여쭤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은 마치 한 풀이라도 하시듯이


"아니! 전혀! 나의 '노나'는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기억도 없어.

나는 다른 아이들이 명절, 생일, 이름축하날 등 모든 '노나' '노노스'에게 선물을 받곤 했던 어린 시절동안

단 한번도 선물을 받은 적이 없었다구.

우리 엄마가 선택을 잘 못한거야. 나는 정말 우리 부모가 왜 그런 노나를 선택했는지

평생 후회가 되고, 그 상처는 아직도 무척 크다구!"

부글부글

라고 하소연을 하셨습니다.

 

도대체 이 '노나' 혹은 '노노스'라고 불리우는 사람이 누구길래 이렇게 흥분을 하시는 걸까요?

그리스에서 이들은, 아이가 임신이 될 때부터 혹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선택되어지는 일종의 '대모' '대부'

의미하는 데요.

역시나 그리스에서는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전통적인 의미가 훨씬 많은 역할입니다.

(종교적인 의미가 강하지 않다는 증거는  이 노나 노노스 역시 아이의 세례식 외에는 일년에 한번 정도 밖에는 정교회에 가지 않고, 제가 세례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이가 없었답니다.)

게다가 그리스에서 이들은, 카톨릭에서의 '대모' '대부'의 역할보다 훨씬 확대된 '제2의 부모' 역할을 실생활에서

완벽하게 수행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국교인 정교회에서 돌 쯤에 진행되는 아이들의 세례식은 그리스 국민의 의무와 같은

행사인데요. (세례증서가 없는 아이들은 법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기도 합니다.)

제2의 부모로 정해진 '노나''노노스'가 모든 세례식 행사 비용을 지불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례식은 한국의 돌잔치와 같아서, 실제 정교회의 예식은 상당히 짧지만 그 후에 참석인원에게 모두

식사를 제공해야합니다. (장소를 이동하거나 야외 교회인 경우 출장 부페를 불러서)

제가 이제껏 참석했던 이 '종교적 의미가 적은 세례식 형태의 돌잔치' 중에서 가장 적은 규모는 150명이었고,

가장 큰 규모는 800명이었습니다.

헉대모 대부들이 세례식 돌잔치 비용 대다가 허리 휘겠지요?


 

어떻든 노나노노스로 선택되는 것은 문자적으로가 아닌 정말로 제2의 부모로 선택되는 것이어서

그리스에서는 이를 상당히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여기지만, 부모가 만약 불의의 사고로 일찍 사망할 경우 이 노나

노노스아이를 책임질 각오를 하고 요청에 응해야 하는 문화인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성장해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매번 전화하고 선물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챙기는 등,

노나노노스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제가 종교적인 의미와 큰 상관 없는 풍습이라고 말씀드린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세례식 날 이들의 복장 때문인데요.

노나노노스의 복장은 정확하게 파티 복장! 이랍니다.

최대한 멋지게 보이고픈 노나 노노스는 가슴이 훤히 드러나거나 등이 푹 파진 드레스를 입고와 세례를 받는 아이보

다 더 주목받곤 한답니다. 사제는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싶어하지만, 형식적으로 세례식에 참석하는 이들이

그 말에 수긍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후에 있을 파티에서 더 돋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그리스 인터넷 잡지에 소개된 세례식 돌잔치에 관한 사진 중 하나입니다.

오른 쪽 여성분이, 안고 있아이 알렉산드라의 노나 스따마띠아인데요.(왼쪽은 엄마)

이 의상은 상당히 양호한 편에 속한답니다.

한 번은 사제가 보다 못해서 옆의 다른 사람의 숄을 빌려 노나에게 건네 준 적도 있지요.

드레스의 등부분이 허리까지 파여있었거든요^^



이렇게 아이가 자라는 동안 평생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하는 역할이다보니, 어떤 경우 부모가 노나노스

여러명을 선택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 아이에 대한 의무감도 나누어지면서 아이의 성장 과정 동안 아이를 전혀 챙기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되기

도 합니다.

 

책임감 있는 '노나'를 선택한 경우라면 이 '노나'가 이사를 하더라도 멀리 있는 아이에게 전화를 하고 찾아와 주고,

선물을 보내기도 하겠지만, 그런 부분이 결여된 '노나'를 선택한 경우, 아이도 부모도 평생 후회를 하게 되는 것

니다. 다른 그리스의 보통의 아이들에 비해 성장과정 내내 상대적 빈곤감을 경험하게 되니 말이지요.

 

어떻든 이런 노나들이 선물을 많이 해야하는 명절 기간 동안에는 이런 노나들을 자극하는 광고도 뜨게 되는데요.

그리스에서는 토이저러스를 능가하는 장난감 대형프렌차이즈인 "Jumbo"가 요즘 TV에 내보내는 광고입니다.


 

아이들이 빠스하 명절을 앞두고 뭘 선물해 달라고 할까 고민하던 중,

TV 광고를 보고 '노나'에게 전화를 해서 초콜릿, 람바다, 명절 선물은 모두 'Jumbo'에서 사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그린 광고입니다.




이런 촛대가 람바다 입니다. (장난감이 달린 촛대-토요일 정교회에서 촛불을 붙이기 위한)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사람이 부모가 될 경우, 그 아이들이 상처받고 고생을 하는 것처럼

제 2의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사람이 '노나' '노노스'가 될 경우, 그 아이들이 평생 상처받게 되는 

정말 희안한 그리스 문화였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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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겨 왔습니다. 입시 한 달도 채 안 남아서 코피터지게 공부 중인 그녀를 위해 내일은 찾아가 맛있는 추레끼와 함께 용돈을 좀 주어야겠습

  니다. 아무래도 어른이 다 된 아이라 선물도 좋아하지만 용돈도 가끔 주어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금발머리에 푸른눈이지만 머리도 좋은 그녀를, 저 역시 이런 그리스 풍습대로 마음으로 늘 응원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