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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2

911테러 때 내가 미국에서 겪은 이상한 난민 생활 2. 끝. 시카고 아주머님 댁에서 지낸 지 사흘 째 날이 밝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행색은 점점 이상해져 갔는데요. 샤워를 한번 하려 해도 한 두 시간 차례를 기다려야 할 만큼의 인원이었기 때문에 씻는 것도 대충할 수 밖에 없었고, 가방 안에는 열흘 미국 일정 동안 입었던 구겨지고 세탁하지 못한 정장들만 잔뜩 들어있어, 대부분 일행들은 시카고에 도착하기 열 시간 전, 버스를 탈 때 입었던 장거리 비행을 위한 트레이닝 복에 가까운 복장으로 나흘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결국 냄새 나는 것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집주인 아주머님의 아들이 고등학교 때 입다가 버리려고 놔둔 살짝 구멍 난 바지, 소매가 늘어나고 빛 바랜 후드 티 등을 얻어 입게 되었습니다. 세탁기를 쓰라고는 하셨지만 속옷만 겨우 여자 것 따로 남자 것 따.. 2013. 9. 12.
911테러 때 내가 미국에서 겪은 이상한 난민 생활 1 2001년 9월 11일, 제 인생에는 또 하나의 기묘한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날은 약 스물 다섯 명 정도의 동료들과 열흘 가까이 미국 여러 곳을 돌며 세미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려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시카고 오해어 공항(Chicago Ohare Airport)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운전 기사는 갑자기 라디오 볼륨을 높였고 여성 앵커의 울먹이는 속보가 버스 전체에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 납치, 뉴욕 세계 무역 센터, 빌딩 붕괴, 폭발 등의 단어가 끊어지듯 들렸고 버스는 공항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갓길에 주차되었습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타기 위해 출국 수속을 해야 할 시간에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가이드는 사건의 전말을 저희에게 전해 주며 공항이 2차 비행기 납치.. 2013.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