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일파티 준비하다가
허리 휘는 그리스 문화
요 며칠 피곤함을 무릅쓰고, 잠시 쉬어야 하는 오후 시간에 돌아오는 주말에 있을 딸아이 생일 파티 준비로 정신
없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올해는 정말 간단하게 해야지, 아무리 다짐을 하고 명단을 적어봐도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소개한 그리스의 먹는 문화나 가족 문화, 파티 문화를 종합 해 봤을 때
생일 파티를 어떻게들 치르는 지 감이 오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의 경우, 아이 생일에 아이 친구들만 오는 게 아니라 많은 서양 나라가 그렇듯이
꼭 부모가 함께 옵니다. 즉 친구를 다섯 명만 초대해도 인원은 열 명이 훌쩍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들끼리 모이길 좋아하는 그리스의 경우, 이런 자녀의 생일에 조부모, 고모, 이모, 삼촌, 사촌 등 친척들
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물론 가족들과 떨어져 타지에 산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복병은 있습니다.
자녀의 생일에는 부모의 절친들도 꼭 참석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절친들이 자녀가 없거나, 다른 또래의 아이를
두었다 하더라도 꼭 축하해주러 참석합니다.
그러니 부모가 절친이 두명만 있다해도 커플이면 넷이 되고, 만약 자녀를 동반할 경우 인원은 더 많아 지는 것입니다.
작년 저희 딸아이의 생일 파티에는 50명 정도가 참석했었습니다.
그 중 아이들은 열 명이 조금 넘는 수였는데, 나머지는 모두 어른이었던 것이지요.
작년 딸아이 생일 파티 사진들을 소개하자면요.
작년에 학교에서 간단하게 케이크와 음료를 준비해서 생일축하를 했구요.
(딸아이는 자신이 주목 받아서 아주 쑥스러워 하네요^^)
집에서 생일파티 하던날, 저희 시어머님께서 딸아이를위해 만드셨던 초콜릿과 컵케이크들입니다.
아이들은 먼저 딸아이가 케이크 촛불 끄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테이블 세팅에 풍선장식, 음식 일부는 맞추고, 일부는 요리해야하며, 케이크도 맞추어야 하고, 초대장도 발송해야
하며, 생일파티에서 돌아갈 때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작은 답례품을 들려보내기야 해서 그것을 준비하기
까지, 정말 무슨 돌잔치도 아닌데 해마다 이렇게 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또한 파티 도중,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족 중 한 명 아이들과 놀아줄 사람을 미리 정하든가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특수 분장을 한 레크레이션 강사를 시급을 지불하고 불러서 아이들과 놀아주게 해야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파티를 하게 되면, 아무리 일회용 접시를 쓴다해도 이 인원이 돌아가고 난 후의 집안은 아주 난장판
이 됩니다. 바닥에는 끈적이는 케이크와 초콜릿 종류가 여기저기 떨어져있고, 풍선 장식과 종이 리본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며 쓰레기에 설거지까지, 청소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작년 딸아이 생일 때는 마지막 가족이 밤 12시에 돌아갔는데, 저는 새벽 세시까지 혼자 집을 치워야했답니다.
그래서 올해는 몸도 피곤한데 최대한 간단히 해 보자고, 딸아이에게도 미리 엄포를 놓았고 가족들에게도 말을
해두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제가 초대받은 다른 아이들의 생일 파티를 손꼽아 보니, 그들을 초대를 안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용감하게 초대하지도 않고, 가지도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가족 문화에 파티 문화가 강한 그리스에서는 그렇게 해서
는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일단 밖에서 하기로 하고 작년에 다른 친구가 생일 파티를 했던 야외 키즈카페를 예약했습니다.
PASSAGGIO라는 키즈 카페 입니다. 안쪽 카페테리아에서 직접 베이킹과 요리를 하는데,
음식이 깔끔하고, 놀이 시설이 광범위해서 가족단위의 유럽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 중에 하나입니다.
WIFI 무료이고, 커피나 간단한 스넥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올해는 고모님들도 부르지 않기로 하고 최소한으로 줄였으나, 그래도 초대 받았던 생일 파티의 아이들과 부모들,
매니저 씨의 절친들만 추려도 결국 초대 인원이 30명이 되었습니다.
딸아이는 키즈카페에서 받아온 초대장 쓰느라 신이 났는데, 저는 내일 또 짬을 내, 케이크를 맞추러 가고 답례품을
사러가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야해서 피곤한 마음이 더 앞서네요.
한국에서 딸아이 생일을 할 때, 유치원에 케이크 하나 돌리고, 집에서는 딱 가족들끼리 밥 먹고 케이크 자르고 했던
그 단촐하지만 피곤하지도 금전적으로 부담도 적었던 생일 파티 문화가 무척 그리운 날입니다.
물론 요즘 강남의 초등학생들은 페밀리 레스토랑이나, 호텔을 예약해서 반아이들과 생일파티를 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만, 돌잔치 하듯이 온 가족 친척에 부모의 친구까지 해마다 초대하지는 않아도 되는 게 한국 생일 파티
문화인 듯 합니다.
어려운 경기에 정말 형편이 어려우면서도, 자식사랑에 끔찍한 그리스 부모들이 내 자식만 기죽는 게 싫어서 어떻게
든 생일파티를 잘 해주려고 무리하게 파티를 여는 것을 볼 때마다 좀 답답하기도 하면서도
평소 쓸데 없는 지출을 좋아하지 않는 저 역시도, 이런 그리스의 생일 파티 문화를 무시하지 못하고
결국 파티를 여는 것을 보면, 그리스는 아이 생일 파티 하다가 허리 휘는 문화를 갖고 있음에 틀림 없습니다.^^
얼른 아이가 커서 좀 부모가 덜 동반 되도 되고, 지들끼리 노는 게 좋아서 레크레이션 강사는 부르지 않아도 되는
생일 파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답니다.^^
그때가 되면, 아이가 커버렸다고 서운해 하며 지금을 그리워 하게 될까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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