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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까지 와서 듣는 그리스인 남편이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3. 16.

그리스까지 와서 듣는

그리스인 남편이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

 

 

 

 

 

 

 

굿모닝

전에 소개한 대로 매니저 씨는 원래 군 복무 중에 탱크 운전병이었습니다.

2013/02/27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군복무 중, 영국 윌리엄 왕자를 만났던 그리스인 남편이야기.

그런데 탱크 운전을 신나게(?) 하던 어느 날 직업 군인이었던 친한 아는 형이 상사로 오게 된 것입니다.

정말 잘 됐다고 좋아하던 매니저 씨의 기쁨도 잠시...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이 사람에게 조금 친한척 했다가 완전 벌을 덤탱이로 쓴 모양입니다.

그렇게 벌을 받은 사람은 매니저 씨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있었는데,

그 동료들 중에 한 사람이 이 상사의 과도한 벌을 체력적으로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그런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 사건에 휘말렸던 사람들이 상부의 지시로 뿔뿔이 다른 부대로 보내지고,

매니저 씨의 경우 보직까지 취사병으로 변경되었던 것입니다.

그랬구나

 

처음 까스텔로리조에 취사병으로 가게 되었을 때, 정말 걱정이 많았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그 섬은 지난 번 소개한 대로 너무 작은 섬이었고,

일도 많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부대생활이 될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취사병 생활이 시작되었고, 세 명의 취사병이 매일 300인 분의 감자를 튀기는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었다고 합니다. (300인 분 감자 튀김에서 저는 빵 터졌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집에서 감자를 깎아 잘라 튀겨 먹길 좋아하는데, 감자깍는 기술이 예술이거든요. 지금은 집안일에 손하나 까딱 안하면서, 그걸 그렇게 많이 튀기고 있었을 매니저 씨 모습이 어쩐지 너무 웃긴 것입니다.)

그러길 며칠, 새로운 부대에서 군기가 바짝 들어있던 매니저 씨를 사수가 엄청나게 큰 소리로 불러서

또 무슨 일인가 해서 뛰어가 보니, 사수는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매니저! 지금부터 축구를 같이 할 것을 명령한다!"

뭥미

 

매니저 씨는 어이가 없었지만 명령이었으므로 "넵!!" 대답하고 취사 중이던 감자 튀김을 내려 놓고, 운동장으로 

뛰쳐나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평소 축구를 좋아하는 그리스인들이, 별 제약도 없는 작은 섬의 부대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은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던 것입니다!!

 

매니저 씨는 신이 나서 부대원들과 함께 공을 찼고,

땀을 흠뻑 흘리며 공을 차고 환희와 감격에 차서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는데, 저 멀리 산 꼭대기에 피뢰침 비슷한게

보여서 "저게 무엇입니까?" 라고 사수에게 물었답니다.

사수는 대답했습니다.

"아, 위성 안테나야. 백개도 넘는 채널이 들어오니까 쉬는 시간엔 맘대로 TV 봐도 돼. 수

영해도 되고. 근데 축구시합해야할 때는 꼭 참석해야 해."  

 

앗싸

 

그렇게 겁냈던 좌천당해 간 그 작은 섬의 군생활은, 마치 영화 지중해의 내용처럼 

이제까지의 엄격한 군생활과 달리, 매니저 씨에게 환상적인 휴가같은 일상을 안겨 준 것입니다.

 

그래서 그 후로 제대할 때까지 6개월 동안,

감자 튀기다가 축구하고, 축구하다 감자튀김 태우고, TV 보다가 순찰돌다 수영하고

그러나 또 감자 튀기는 그런 안락한 삶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결국 매니저 씨는 그 6개월 동안 10kg 체중이 늘어서 제대를 하게 되었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너에게 6개월간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니???" 라고 물었고

매니저 씨는 "군대에서 감자 튀기고 축구했어요."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ㅋㅋㅋ

 

그리하여 저는...

한국에서도 대학 생활 땐 복학생 선배들에게, 사회 생활하면서는 상사와 남자 동료들에게

그렇게 질리게 들었던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를, 내용은 다르지만

(내용은 한국 내에서도 부대마다 다 다르더군요.--;)

그리스까지 와서 그리스인 남편에게

아직도 태엽만 감으면 돌고 또 도는 무한 반복 오르골을 틀어 놓은 것 처럼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듣다간, 저도 감자 튀기다가 뛰쳐나가 미쳐서 공 찰 것 같습니다.--;

샤방

 

좋은 주말 보내세요.~Bye

 

 

 

* 사진은 모두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 이 지상 낙원 군생활이 일반적인 그리스 군 생활이 아니란 것은 아시겠지요? 그리스 군 생활은 공식 휴전국인 한국만큼은 아니

  어도 군대의 총기 종류가 새로 바뀔 때마다 모든 민방위 군을 불러 총기교육을 시킬만큼 엄격합니다.

  오해하시면 아니아니아니아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