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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아테네 출장 선물로 마리아나를 화들짝 기쁘게 했던 것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11. 18.

 

 

 

에 머무는 짧은 일정 동안 저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한 서점이나 예쁜 장신구를 파는 가게를 지날 때마다 마리아나를 위해 무언가를 사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짐을 풀었을 때도 시부모님, 남편을 위한 작은 선물들 외에 가장 많은 것이 딸아이를 위한 선물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엄마라 어쩔 수 없는지, 정작 저 자신을 위해 산 것은 거의 없을 만큼 알뜰한 쇼핑의 결과물들은 모두 딸아이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아테네에서 떠나던 날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일행이었던 디미트라와 갈리오삐의 지인을 잠시 만나야 해서 '모나스티라끼' 지역의 한 카페에 머물게 되었는데, 전날 길가다 우연히 맛 보았던 마카롱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다름아닌 마카롱은, 마리아나가 평소 정말 먹고 싶어하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에 살았던 몇 년 전만해도 서울 시내의 유명 제과점에서도 마카롱을 흔하게 팔진 않았었습니다. 저희가 그리스로 이민을 온 이후에 한국 TV를 통해 보니 한국에 맛있는 마카롱을 파는 곳이 부쩍 많아졌구나 싶었고,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마리아나는 - 익히 여러분도 아는 대로 ^^;; - 맛있는 먹거리에 대해 큰 행복을 느끼는 아이입니다. 

한국에서 만 네 살 때 유치원을 가는 이른 아침이면 분명 아침밥을 먹고 출발했는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유치원까지 가는 짧은 등원 길에 위치한 'P바게뜨'의 길다란 치즈케이크을 하나 사서 먹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었을 만큼, 그리스에 온 뒤에야 알게 된 한국 TV에 등장하는 맛나 보이는 새로운 먹거리를 놓칠 리가 없습니다.

 

"엄마! 마카롱은 얼마나 맛있을까요?

저렇게 색깔로 여러 가지이니 분명 여러 맛이 나겠지요??

엄마! 정말 정말 먹고 싶어요!!!"

하트3

저에게 얼마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반짝이며 묻던지, 순간 명랑만화에서 튀어나온 눈동자인줄 알고 깜짝 놀랐을 정도이니까요.^^

그런데 저희가 살고 있는 로도스에는 다양한 맛의 맛있는 마카롱을 파는 가게가 별로 없었기에, 이런 마리아나의 마카롱에 대한 호기심은 나날이 증폭되기만 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비록 아테네를 떠나기 직전이었지만, 의 마카롱을 파는 가게들이 자꾸 눈에 밟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저희가 앉아 있던 모나스티라끼의 카페에서 가까운 곳에 있던 베네띠 라는 그리스 프랜차이즈 가게(로도스에는 들어와 있지 않은 종류)의 가격까지 저렴한 형형 색색의 마카롱들을 녀석이 맛 본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 일행들에게 잠시만 다녀올 곳이 있다며 양해를 구한 뒤 저는 마카롱을 사러 갔고, 딸아이가 좋아할 만한 맛으로 여덟 종류의 마카롱을 골랐습니다.

 

 

로도스 집에 도착했을 때, 일부러 마카롱 상자를 감춘 채 다른 선물들을 먼저 열어 보여주었는데, 딸아이는 정말 기뻐서 연신 "고마워요! 엄마!!" 라며 제 얼굴에 마구마구 뽀뽀를 했습니다.

그렇게 녀석의 기쁨이 큰 풍선 만큼 충분히 커졌을 때, 저는 짐짓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마카롱 상자를 딸아이 앞에 내려 놓았습니다.

전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꽁꽁 싸매진 포장을 조심스럽게 뜯어서 드디어 마카롱 상자를 열어본 마리아나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저는 정말 딸아이의 그런 표정은 처음 보았습니다.

 

약 10초 동안 입을 '아' 하고 크게 벌린 상태로 다물지를 못 했고, 눈에는 마치 충분히 헬륨이 찬 풍선이 하늘로 두둥실 뜨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처럼 기쁨에 가득 찬 채, 마치 자막으로 [정지 화면 아님] 이라고 써 넣어야 할 것 같이 정지 상태로 그 작은 마카롱 상자를 쳐다 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저는 큰 소리로 하하하하…그렇게 좋아? 라고 웃으며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짧지 않았던 10초가 지나가고, 마리아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제 목을 끌어 안으며 "엄마! 고마워요!! 나 정말 먹고 싶었었는데!!!" 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감사를 보여주었습니다.

 

 

 

요렇게 작아질 정도로 웃으며!

 

이 사진은 전에 한국의 할머니로부터 다른 선물을 받았을 때 찍어 둔 사진입니다.

마카롱을 준 날은 제가 사진을 찍을 경황이 없어 찍지 못 했습니다.^^

 

 

처음 보는 만들기 재료, 예쁜 학용품, 목걸이 선물보다도 한 상자에 4.5유로 (약 6,000원) 정도에 산 형형색색의 마카롱이 딸아이를 더 기쁘게 한 것을 보면, 평소 꼭 원했던 그 무언가를 얻었을 때에 실제 물건의 값어치와 상관없이 큰 기쁨을 주는 선물이 되는구나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카드를 하나 써서 선물들 사이에 끼워 넣었었는데, 딸아이는 제가 몇 마디 쓰지도 않은 그 카드를 읽은 후 "엄마, 정말 감동이에요...고마워요. 훌쩍"라며 울먹이기까지 해서, '그래도 크고 비싼 것보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아서 다행이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마카롱은 딸아이가 저와 동수 씨에게 하나씩 먹어보라고 나누어 준 것 외에 여섯 개가 남아 며칠 동안이나 냉장고에 있었는데, 딸아이는 조금씩 아껴서 먹는 며칠 내내 상자를 열며 행복해 했답니다.

물론 다음엔 아테네에 함께 가서 한국 식당과 마카롱 가게에 들르겠다며 언제 함께 갈수 있는 거냐고, 혹은 마카롱을 만드는 레시피를 찾았는데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 줄 수 없냐고 저를 졸라대는 녀석 때문에 저는 그 후로 무척 피곤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네요.

쉿! 아테네에는 마카롱만 가게 전체에 파는 다른 가게들도 있더라는 말은 물론 비밀로 했답니다. ^^

 

 

 

여러분 쌀쌀한 날씨에 맛난 것 많이 드시는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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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나무 씨의 근황입니다.  더 자주 글을 올리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이렇게 오랜만에 여러분을 뵙게 된 것은, 시아버님께서 지난 주 예기치 않아던 갑작스런 여행을 타지로 떠나심으로 인해, 평소 아버님이 하시던 업무가 고스란히 제게 떨어져 5일 동안 하루 12시간을 넘게 사무실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랍니다. 정말 눈이 팽팽 돌더라고요. 처음 해보는 일들도 많아서 실수도 작렬이었고요...

아버님이 돌아오신 후? 업무 과부하로 저는 거의 기절하듯 자야했답니다.ㅠㅠ

결론적으로 여러분 그리웠어요!! (기다리다 목 빠지시겠다는 분들도 계셨는데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