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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그리스에서는 갈 수 없는 찜질방에 대한 딸아이의 해소법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9. 19.

 

 

 

 

한국에 사는 동안엔 딸아이는 어렸고, 손발에 늘 열이 많은 편인 엄마를 둔 탓에 찜질방에 갈 기회가 많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몇 번의 찜질방 행그 아이에게 큰 기쁨과 추억을 주었던 듯 합니다.

그리스에 살면서 한번씩, "엄마! 우리도 찜질방 가고 싶다. 그치요?" 라고 동조를 구하는 눈빛으로 묻곤 하니까요.

 

도대체 뜨뜻하게 지지는 것을 좋아하기엔 어린 나이에 경험했던 찜질방의 무엇이 그리 좋았을까, 궁금했던 저는 딸아이에게 진지하게 되물었습니다.

 

"넌 찜질방에 왜 그렇게 가고 싶은데?"

 

"그건...이렇게 말 한다고 엄마, 나 놀리지 말아요.

사실은, 찜질방 달걀이랑 미역국이랑 식혜랑...그런 게 정말 정말 맛있거든요!

그리고 안마 의자도 재미있어서 좋아요!!! 

근데 한국 TV를 보면 내가 찜질방에서 못해본 것도 많이 있는데 정말 꼭 해보고 싶어요."

샤방

 

순간 정말 마리아나 다운 대답이라 크게 웃을 뻔 했지만 저는 애써 웃음을 삼키고

"크흡. 흠흠...그랬구나. 그래. 한국에 가면 한번 가자." 라고 마무리 지었답니다.

 

 

몇 주 전이었습니다.

시부모님 결혼기념일이라 식구들이 함께 중식당(그리스식으로 베트남인이 운영하는)에서 외식을 하게 되었는데, 모처럼 간장소스에 버무린 닭튀김(한국의 교O치킨 오리지널 소스 맛과 비슷해요.)을 비롯해 여러 요리를 정신 없이 먹은 마리아나는 얼마나 신이 났던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는데요.

 

 

 

그렇게 디저트까지 식사가 모두 끝나자, 식당 직원은 손을 닦으라고 레몬 향이 나는 두툼하고 차가운 물수건을 식구 수대로 들고 왔습니다.

 

 

 

*그리스에서는 물수건을 식사 후에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만큼 여러 식당에서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에도 물수건을 주는 식당들이 있는데요.

특히 큰 생선을 숯불에 구워서 파는 해산물 식당이나 바비큐 종류(돼지고기에 소금 후추 향채를 뿌려 구운 구이를 그리스어로 μπριζόλα 브리졸라 라고 합니다.)를 포함한 그리스 요리를 파는 식당 등에서는 소독이 된 레몬향이 나는 물수건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국처럼 완제품으로 되어 쓰기 전에 포장을 뜯어야 하는 수건을 주기도 하고, 식당에서 소독을 한 물수건을 주기도 합니다.

 이건 다른 식당에서 준 식당 로고가 새겨진 완제품 물수건입니다.

한국처럼 이렇게 포장을 뜯어 사용하는 것입니다.

 

다만 한국과 차이점이 있다면 식사 전에 물수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식사 후에 손을 닦으라고 물 수건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화는 냄새에 민감한 그리스인들의 정서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꿋꿋한올리브나무

 

 

그런데 마리아나는 이 작은 물수건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딸아이가 물수건으로 완성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양머리 물수건이였습니다^^

ㅎㅎㅎ

  

시어머님께까지 사이즈도 작은 양머리 물수건을 만들어 얹어 준 마리아나.

 

그러니까...마리아나는 한국 TV에서 찜질방에 간 사람들이 양머리 모양으로 수건을 쓰고 있는 게 그렇게 부러웠던 것입니다.

 

 

집에서 샤워 후에는 한번도 양머리 수건을 만들어 쓴 적이 없어서, 저는 딸아이가 저걸 만들 줄 안다는 사실 조차 몰랐었습니다.

이 날 식당에서는 때마침 딸아이와 함께 놀길 좋아하는 시어머님이 계셨으니 (제겐 양머리를 쓰자고 해도 안 쓸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겠지요.) 마리아나는 소원이었던 양머리 수건을 만들어서 그 후로도 한참을 머리에 쓰고 좋아했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시어머님도 얼마나 이 물수건 양머리를 좋아하시던지요. 한참을 마리아나와 박수까지 치며 크게 웃으셨답니다.

 ㅎㅎㅎ

 

훗날 혹 겨울에 한국에 가게 된다면, 마리아나를 데리고 꼭 찜질방을 방문해야 할 것 같네요.

손에 열이 많아 고무장갑도 잘 못 끼는 저저 보다 더 열이 많아 더운 건 질색인 동수 씨이지만, 마리아나의 '찜질방 음식과 양머리 로망'을 위해 한번은 가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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